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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나가사키 2

by 깜쌤 2008. 2. 19.

 일본 농촌의 도랑 하나도 반듯하지 않은게 없으니 질투가 다 날 지경이다. 나는 중학교때부터 논일 밭일을 해보았다. 소를 몰고 논밭은 갈아보지 않았지만 어지간한 김매기, 모내기, 가을걷이 정도는 다 해보았으니 큰 농사꾼은 아니었을지라도 작은 일 정도는 거의 다 해본 셈이다.

 

초여름에 보리나 마늘을 캐 낸 뒤에는 모내기를 위해 논에 물을 대고는 물이 아랫논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논흙으로 논둑을 새로 발라야하는데 이때 양심이 불량한 사람이 윗논이나 아랫논 주인으로 있으면 반드시 속상한 일이 벌어지는 법이다. 남의 논이나 밭으로 야금야금 둑을 파들어 오면서 경계를 옮기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모르지만 나중에 멀리서 보면 논둑이 삐뚤빼뚤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논주인들끼리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모두 양심이 바른 사람들이라면 아무일도 안생기는 법이지만 누구 한사람이라도 욕심을 내면 분위기가 달라지고 싸움이 나고 나중에는 칼부림까지도 나기도 했다.

 

젊은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선친의 이야기를 되살려보면 일본인들에게는 그런 논둑 싸움이 거의 없다고 하니 어찌된 일인가 싶다. 인구 수에 비례하여 무고를 저지르는 범죄자의 비율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월등하게 더 높다는 통계를 본 일이 있는데 정말이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반듯하고 깔끔한 논밭 경계선과 윤택함이 스며나오는 이층 가옥들을 보니 부럽기 짝이 없었다. 집집마다 있는 자가용 승용차들의 모습이야 우리와 비슷할지 모르지만 소형차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보다 전체적인 의식 수준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어느 덧 기차는 바닷가를 달리고 있었다. 내가 잘못 아는지는 몰라도 김양식도 일본에서 비롯되었고 인조진주 생산도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바다를 이용하는 면에서도 일본은 우리보다 한 수 위인 것이다.

 

 

 

 

 일본 칭찬 일색의 글이라고 기분나빠하지 말기 바란다. 현실이 그런 것을 어찌 하겠는가? 인정하기 싫은 사실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는다고 해서 사실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므로 이럴땐 그저 눈 질끈 감고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이겨낼 그날까지는 그들로부터 될 수 있는대로 많이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육지 안으로 굽이쳐 들어온 큰 만이어서 그런지 바다가 유리알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지도를 잘 보면 기차가 대강 어디로 달리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분홍색 형광펜으로 칠해놓은 것이 큐슈지방의 대략적인 명소들이다. 하카타에서 도수(도스)를 거쳐 나가사키까지 가는 기차는 카모메(가모메)이다. 색칠해놓은 곳만 대강 살펴보면 큐슈의 명소는 거의 다 파악한 셈이 될 것이다. 

   

 

 

 

 유명한 운젠 화산은 나가사키가 있는 반도의 오른쪽 중앙부분에 위치한다.  

 

 

 

 일본의 시골에도 공장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중소기업들의 기술 수준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나라답게 지방의 작은 도시들에도 공장들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었다.

 

 

 

 

 숲사이로 보이는 것은 골프장이 아닐까 싶었다. 일본에서 골프 치는 비용이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는 비용보다 적게 드는 곳이 많다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영화 철도원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1951년 토쿄에서 태어난 아사다 지로(淺田次郞 천전차랑)의 대표적인 첫 소설집인데 그는 이 소설집으로 117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집 <철도원>을 읽어본 것이 벌써 여러 해 되었다. 영화 철도원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사내의 모습에서 나는 일본인들의 프로냄새 나는 직업인을 떠올렸다.

 

그는 가와바타 야쓰나리의 작품 한 구절에서 감동을 받아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보통이 넘는 일 아니던가? 1995년에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인물이니 결코 만만한 소설가가 아닌 것이다.

 

가와바타 야쓰나리나 요시가와 에이지는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문인들이 아니었던가?  일단 이 분들의 이름을 기억해 두면 좋을 것이다. 앞으로 이 여행기 속에 한두번은 꼭 등장할 인물이 되므로.....

 

 

 

 

이 지도의 출처는 바로 여기다. cafe.daum.net/fukuoka777. 주인장의 허락을 얻지 못했기에 출처라도 명확히 밝혀두고자 한다. 상당히 정확한 교통지도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자와 우리말이 같이 병기되어 있으므로 이해하기가 편할 것이다.

 

화면을 클릭해보면 큰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일본 큐슈 지방을 여행할 분이라면 아주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좋은 자료를 올려준 카페 주인장께 감사의 인사말을 드리고 싶다. 지도에서 후쿠오카와 나가사키를 찾아보면 카모메 열차가 어디를 통과해서 달리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시간 55분만에 카모메호는 나가사키 역에 도착했다. 도착 5분전쯤부터 열차 안에 우리 귀에 익숙한 음악이 은은하게 깔리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푸치니(G.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나비 부인 (Madam Butterfly)"중에 나오는 바로 그 유명한 아리아 "어느 개인날 "이었던 것이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전율을 느꼈다. 푸치니는 중국 베이징(北京)을 배경으로 해서는 오페라 "투란도트"를 남겼고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해서는 "마담 버터플라이(=나비부인)"를 남긴 것이다. 그 바람에 나가사키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물론 원자폭탄을 얻어맞은 유명세를 함께 가진 도시이기도 하지만 오페라의 무대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어찌 부럽지 않으랴?

 

 

 

 그런 연유를 기막히게 이용한 일본인들의 상술도 그저 그만이었다. 나는 그만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세계적인 오페라는 없는 것일까?

 

"아이구, 배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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