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고히! 고히!

by 깜쌤 2008. 2. 9.

 이 블로그에 써둔 몇번의 배낭여행기 속에 항상 소개하는 책이 있는데 그 답을 아시는 분은 여행전문가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론리 플래닛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도 이 책 일본판을 들고 갔다. 감히 말할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나온 배낭여행 안내서 그 어느 책보다 훨씬 유용한 책이라는 것이다. 선진국 백인 위주로 세상을 본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상세한 정보를 수록했다는 면에서는 그만한 책이 드물 것이라고 여긴다. 책 뒷부분에는 현지 언어가 조금씩 안내되어 있으므로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거기에 근거하여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일본 여행이 가능한지를 알아보자는 의미에서 어줍잖은 시시한 평가문제를 내어 본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라. 생존법을 강의(?) 중이니까.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1월에 나는 경북 영주시 무섬마을을 다녀왔다. 보통 사람들은 자동차를 가지고 여행할 생각을 하지만 나는 교통편을 알아보고 걷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면 걷는 쪽을 택한다. 당연히 나는 걸어서 무섬마을까지 갔다. 경주에서 안동까지는 기차를 탔었고 안동에서 영주 부근 평은이라는 곳까지 는 직행버스를 탔다.

 

그날 오후 늦게 경주로 돌아오기 전에 안동에 사시는 ㅅㄴㄹ ㅁ님을 만났다. 그 분은 나에게 작은 선물이라며 아주 귀한 것을 주셨는데 그 하나가 고급 공책 한권이다. 나는 이 공책을 어떻게 의미있게 사용하느냐를 놓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일본 배낭여행을 갈때 기록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여행기록을 철저하게 남긴다. 하루 한시간 이상은 꼭 투자해서 여행기록을 쓰는데 영수증, 기차표, 시간표 등 무엇이라도 참고할 만한 자료는 다 모아서 붙여두고 그날 경험한 내용을 상세하게 기록해두는 것이다.

 

여행기록물 그 자체도 소중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만 남이 나에게 베풀어준 귀한 마음을 두고두고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으므로 무엇이든지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다. 일본어도 그런 것이라고 여긴다.

 

 

 

 겨울철 여행이므로 장갑도 준비해가야 했다. 남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장갑이겠지만 나에게는 이 장갑도 그냥 단순한 장갑이 아닌 것이다. 그 분이 주신 귀한 상품권 한장을 어떻게 사용할까 하는 것을 가지고 몇날이나 생각한 끝에 대형할인점에 가서 적당한 가격의 캥거루 가죽 장갑을 구했다.

 

나는 평소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이므로 장갑은 절대로 필요하니 낄때마다 그 분의 고마움을 되새겨 보기 위해서 구했던 것이다. 대신 여름철엔 당분간 잊고 살아야 하는 단점도 있겠지만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니 다소 유치하긴 해도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식사를 끝낸 우리들은 커피 한잔 정도가 마시고 싶었다. 내가 굳이 커피집을 찾고자 하는 이유는 또다른 블로거 한분을 위해서였다. 서울에 계시는 그 분은 요리와 데코레이션에 대단한 재주를 소유하고 계신다. 특히 요리 감각이 아주 뛰어나서 그분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을 거듭하게 되는데 재주를 사장시키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별것 아닌 사진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그분을 위해 아름다운 실내 장식 사진을 조금 찍어서는 이 글을 통해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커피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 분을 위해 커피집을 찾아나선 것이다.

 

나는 일본 소형차의 디자인을 볼때마다 예술을 느낀다. 자동차를 통해서 예술 감각을 찾는다는 것이 조금은 이상한 소리일지 모르지만 디자인 감각은 곧바로 예술 그 자체가 아닐까 싶기에 길거리 자동차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가 커피집을 찾아서 걸어간 길은 유흥가였다. 야회복 차림의 늘씬한 아가씨들이 길거리를 누비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밤의 여인들임에 틀림없었다. 건물 앞에는 information이라는 글씨가 많이 써져 있었고 젊은 삐끼 차림의 청년들이 바글거렸다.

 

처음에는 여행안내소가 이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눈치로 쉽게 때려잡을 수 있었다. 아가씨들에 대한 정보, 업소에 대한 정보인 것이다. 젊은 청년이 하는 말에서 그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터치 오케이, 키스 오케이!'

 

 

 

 

 일본 유흥가의 단면은 그런가 보다.  나는 여행을 가도 유흥가 출입은 철저하게 자제한다. 어떨 때는 출발하기 전에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유흥가 안내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공포하기도 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여행을 비교적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나 스스로 엄청나게 노력한다는 사실을 아내가 알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나는 유흥업에 몸담은 아가씨들이 가지고 있는 인권도 소중하게 여겨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고리타분한 소리이겠지만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젊어서부터 다방 아가씨들에게조차 반말을 써본 일도 거의 없다. 어떤 분들은 이런 나의 생활태도를 보고 천연기념물이라고도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말인가?

 

 

 

  

어떤 집은 되게 비싸게 보이기도 했다. 그런 집은 안들어 간다. 사실은 돈이 없어서 못들어 가는 것이지만.....

 

 

 

 

 

 

그러다가 우리는 싸고 괜찮은 집을 하나 찾아냈다. DOUTOR라는 이름을 가진 커피숍의 품질과 가격이 그래도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가게에 들어간 시간이 8시 반 정도였는데 커피를 시키려고 하자 종업원 아가씨가 이렇게 물어왔다.

 

"8시 반인데 괜찮습니까?"

9시에 문을 닫는데 지금 커피 주문을 하면 본전을 찾지도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로 해석을 했다.

 

 

 

 

 서양란을 대표하는 8가지 속 가운데 하나인 팔레노프시스 종류로만 단장을 한 이 가게가 제법 깔끔하기도 했고 가격도 적당한 것 같아서 들어가 보기로 했다.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우리는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갔다. 나는 블렌디 커피를, 대학생 청년은 에스프레소 커피를 시켰다.  

 

  

 

 원두커피에 관해서는 그동안 너무 모르고 살았다. 자판기 커피의 달달한 맛에 길들여진 내 입맛인지라 처음에는 원두 커피가 가지는 향과 맛을 잘 음미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다가 특급호텔에서 커피를 마실 기회를 조금 가질 수 있어서 아주 조금 살짝 눈을 뜨게 되었던 것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한대로 서울 계시는 어떤 블로거분께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도 사실이고.......

 

 

 

 이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추어서 조곤조곤하게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커피숍 속에는 작은 두런거림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라면을 먹고 난뒤의 느끼함을 커피 한잔으로 씻어내리는 것인데 나로서는 이 정도의 작은 사치만으로도 사는 즐거움을 확실하게 느끼는 것이다.   

 

 

 

 블렌디 커피가 180엔이었으니 우리돈으로 치자면 약 1700원 가량 되는가 보다. 분위기도 좋았고 가격은 더욱 더 적당했다. 커피 한잔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들은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발걸음을 떼어야 했고 온풍기를 틀어둔 상태로 차가운 바닥위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이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카다 역으로 2  (0) 2008.02.12
하카다 역으로 1  (0) 2008.02.11
라면 사먹기  (0) 2008.02.08
일본 들어가기  (0) 2008.02.06
일본은 없다? 있다?  (0) 2008.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