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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일본 들어가기

by 깜쌤 2008. 2. 6.

 후쿠오카는 큐슈 섬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큐슈에서 제일 큰 도시이기도 하니 당연히 예전부터 역사 행정 교육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도(道)에 해당하는 것이 일본의 현(縣 켄 혹은 켕)인데 현재까지 43개의 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오카는  일본에서 8번째로 큰 도시인데다가 후쿠오카 현의 현청소재니이니까 그리 만만한 도시가 아니다. 

 

큐슈 섬안에만 후쿠오카, 오이타, 나가사키, 사가, 쿠마모토, 미야자키, 가고시마 등 7개의 현이 있고 각 현마다 당연히 현청 소재지가 존재하는데 그런 도시 가운데 하나가 바로 후쿠오카인 것이다.

 

배에서 내린 우리들은 곧바로 입국절차를 밟았다. 사실 여행자들이 제일 신경쓰는게 입출국 절차를 밟는 일인데 범죄자만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입국자들에게 지문을 등록할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문 등록이 싫으면 입국 안하고 돌아서면 된다. 물론 일본 입장에서는 입국 거절이 되는 것이고....

 

여권 심사를 받는 동안 지문 등록을 하게 하는데 여권심사관 앞에 장치된 기계에 좌우 검지 손가락 두개를 넣고 누르면 된다. 물론 우리말로 모니터 속에서 시범까지 보여가며 자세히 설명을 하므로 그대로 따라하면 되니까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문 등록을 하고 난 뒤에는 사진을 찍는다. 사실 사진 찍는 것이야 마음만 먹으면 감시 카메라를 조작해서 얼마든지 찍을 수 있는 것이므로 불쾌하게 여길 필요도 없는 일이다.

 

잘 아시다시피 이때 줄서는 것을 신경써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요즘은 어느 나라든지 자국민 우선 편의 제공 정책에 따라 입국 심사를 할때 자국민과 타국민들을 구별하여 여권 심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앞에 보이는 전광판을 잘 보고 외국인이라고 쓰여진 곳을 찾아가서 줄을 서는게 현명하다. 잘못하면 신나게 기다리다가 줄을 옮겨야 하는 비극을 맞이하는 수가 있다.

 

내 옆자리에 줄을 선 백인 뚱땡이는 뭐가 불만인지 인상이 영 밝지를 않았다. 마침 아리따운 비틀호 여자 승무원이 옆에 다가오자 드디어 불만을 털어 놓았다. 대강 번역하자면 이렇다.

 

"이보쇼, 아가씨. 왜 배안에서 일본 입국 카드를 써야한다고 미리 말하지 않았소? 그 정도는 미리 안내를 해주고 입국 카드 용지 정도도 가져다 주는게 도리 아니요? 그러고서도 당신이 진정한 프로의식을 가진 직업인이라고 할 수 있겠소? 내 말 알아듣겠소?"

 

뭐 이런 내용인 것 같았는데 승무원 아가씨는 잘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괜히 겸연쩍은 표정을 짓다가 슬며시 사라져 버리고 만다.   

 

여권 심사대를 통과하면 그 다음에는 세관 검사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우리같은 배낭여행자들은 뒤져도 나올게 없으니까 쉽게 통과된다. 나는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철저하게 들고 다니지 않으므로 그냥 당당하게 걸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물론  세관신고서를 미리 써두어야 한다.   

 

  

 

 드디어 입국을 완료했다. 벌써 시간이 다섯시 반이 넘었으니 오늘 하루 몸을 눕힐 숙박시설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도착 시간이 5시니 입국 수속을 밟고 밖에 나오면 여섯시 가까이 될 것이고 그 시각에 시내에 들어가면 컴컴해질 것이라고 여겨 우리나라에서 배표를 살때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하룻밤 몸만 눕히면 되므로 형편 좋은 방을 선택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항구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게스트 하우스를 잡아둔 것이다. 하룻밤 27,000원 정도로 예상을 하고 잡아둔 게스트 하우스니까 시설은 보잘것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다.

 

일본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돈없는 가난한 나그네이므로 최대한 싸구려를 얻어야 했다. 한국에서는 1인당 25,000원이라면 둘이서는 5만원이 되므로 비교적 깨끗한 여관에 묵을 수 있지만 여긴 일본이니 그런 것은 꿈도 못꿀 일이다. 둘이 합해 3만원 짜리 여관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일용노동자들이 몸만 눕히는 싸구려 여관도 있긴 있다고 하더라만......

  

 1층에 내려와서 밖으로 나가기전에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여러가지 지도와 자료를 뽑아 들었다. 어느 도시든지 간에 지도만 손에 들면 여행 정보의 90%를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후쿠오카 시 호텔 여관협회에서 설치해둔 숙박시설 명함꽂이이다. 지도 위에 호텔 위치가 표시되어 있고 호텔 네임카드가 나란히 정리되어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하나 뽑아들고 가서 택시기사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쉽게 찾아 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미리 인터넷에서 찾아가는 방법을 확인한 뒤 출력해서 가져왔으므로 출력물을 손에 들고 찾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머리 좋은 대학생이 든든한 참모역할을 멋지게 잘 하고 있으니 내가 크게 신경 안써도 된다.

 

 

 

 일본 사람들의 섬세한 배려 앞에는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 면에서 일부러 찍어본 사진들이다.

 

 

 

 돌아올때를 대비해서 체크인 카운터를 미리 확인해두었다. 나도 이 정도는 해두어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므로 어찌보면 전형적인 일본인 기질을 몸에 붙이고 사는지도 모른다. 사실 바른 말이지만 내 성격이나 체질은 일본인이나 독일인 기질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확인하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거기에 대한 예상책을 마련해 두어야 하는 완벽주의자이니 남들도 그렇게 여기고 인정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는 한국인인 것이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까 비가 왔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평소에도 배낭덮개를 가지고 배낭을 씌워서 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작은 배낭에는 일회용 비닐 우의를 2개 이상 준비하고 큰 배낭에는 우산을 끼워 두었다.

 

우산을 꺼내들고 지도를 봐가며 걷기 시작했다. 일본 택시는 너무 비싸므로 처음부터 탈 생각을 안하는게 낫다.

 

 

 

 택시 앞을 보니 한자로 공차라고 써두었다. 한자를 읽을 줄 모르는 백인들 입장에서는 저 글씨가 암호처럼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한자를 알므로 너무 편하다.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눈에 익숙한 우리나라 은행 광고판이 보였다. 나는 이 은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섬기는 교회 살림을 살면서 큰 거래를 해본 느낌으로는 너무 이익만을 밝힌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반갑긴 했다.

  

 

 

 비오는 거리를 똑바로 걸어가며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어디쯤 게스트 하우스가 자리잡고 있을까 싶어 의도적으로 살펴야 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을 가로지르는 도시 고속도로를 찾았다. 다 온 것 같다.

 

 

 

 드디어 낯익은 우리 글자 간판을 찾았다. 오늘의 목적지는 여기인 것이다. 목적지를 찾았으니 안심하고 입구로 들어섰지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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