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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다시 떠난다

by 깜쌤 2008. 2. 4.

 아내의 눈치를 봐가며 배낭을 꾸렸다. 이젠 어지간히 이력이 붙어있으므로 배낭을 꾸리는데도 한시간이면 끝이 난다. 투명한 지퍼백에다가 목록대로 챙겨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내는 절대로 내가 짐싸는데 도와주는 법이 없다.

 

내가 세밀하게 챙기는게 편하기도 하거니와 집사람 입장에서는 걸핏하면 밖으로 싸돌아다니는 남편이 배낭매고 나서는데 뭐가 고와서 도와주겠는가 싶어서 아예 처음부터 도와주기를 기대조차 안하고 산다.

 

서재 다락에는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이 항상 챙겨져 있으므로 그냥 찾아 넣기만 하면 해결난다.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 목록이 궁금하신 분들은 화면 왼쪽 카테고리 중에서 '배낭여행의 기초"편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번 여행 일정은 아주 간단하게 잡았다. 교회일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오래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요일에 출국했다가 토요일에 들어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 모두 열네번의 배낭 여행을 해보았지만 이번 열다섯번째가 5박 6일의 일정이니 최단기단 여행을 하는 셈이다. 

 

아내 눈치가 무서워 돈 한푼 달라는 소리도 못했다. 하기사 달라고 해도 안줄뿐더러 그런데까지 보태줄 돈이 아내에게 있을 리가 없으니 말 안 하는게 속편하다. 그러니 예산도 빡빡하다. 일본 큐슈지방에서만 5일 동안 사용이 가능한 일본철도패스(JR Pass)를 16,000엔에 샀다. 우리돈으로 약 145,000원(1엔=약 9원)이니까 15만원 정도로 보면 된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일본의 큐슈후쿠오카까지 가는 초고속선 비틀호코비호의 왕복 운임이 약 21-22만원쯤 되니 기본적으로 35만에서 36만원 정도만 하면 큐슈에서 움직이는 교통 수단은 모두 다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갑자기 떠나게 된 일이어서 배표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평소 애용하는 여행사 사장님을 통해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경주에서 부산까지는 우등고속버스를 타기로 했다. 소요시간은 50분, 요금은 4천원이다. 차에 오르자 텔레비전에서는 나훈아씨 기자회견 내용을 요모조모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었다. 일본 야쿠자들에게 신체의 일부를 훼손당했다는 소문에 대해 해명하는 내용도 나왔다. 바지 지퍼를 조금 내린채 서 있는 그 양반을 보니.....  글쎄다. 하여튼 사람은 유명해지고 볼 일이다.

 

     

 

 

 세상 살다살다가 이렇게 공부를 안하고 떠나는 여행도 처음이다. 왜그리 바쁜지 모르겠다. 공부를 안한게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못했다. 공부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번 여행은 상식선에서 해결해야 했다. 버스는 경주 남산을 왼쪽으로 두고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고속버스는 오십 분 뒤에 정확하게 부산 노포동에 자리잡은 종합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젠 지하철을 탈 차례다. 지하철역으로만 따지자면 서면을 지나 부산역 다음에 자리잡은 중앙동 역까지 가야하니 두 구간이 되는가 보다. 안내판을 한참 살펴서 1,300원짜리 표를 사서 올라탔다. 

 

   

 

 

 

비가 왔다. 이런 날은 기분조차 꾸리꾸리하다. 부산에 사시는 블로거 ㅇㅇ님이 생각났다. 잘 계시리라 믿는다. 처음으로 읽어본 그분 글에서는 삶의 슬픔이 진하게 묻어났었지만 이젠 많이 해소되신듯하다.   

 

 

 

 

 

 온천동과 부산대학교 있는 쪽은 아이들 데리고 서너번 다녀본 거리여서 그런지 조금은 낯이 익지만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보니 부산에도 참 오랫만에 왔다.

 

 

 

 

 드디어 중앙동 역에 내렸다. 11번 출구쪽으로 나와 우체국 7층에 자리잡은 조이로드(Joy Road)사에 찾아갔다. JR패스를 받기 위해서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리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내 이름을 부르며 맞이했다. 친절한 회사다. 다시 사용하고 싶은 회사라는 느낌이 든다. 패스를 받아들고 내려와서 바로 옆에 이웃한 국민은행 지점에 들렀다.

 

같이 여행가기로 한 친구의 조카가 은행에서 환전을 하고 있다고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친구의 조카라고는 하지만 내 조카나 다름없다. 2년전 동남아시아를 헤매고 다닐때 같이 여행해본 경험이 있는 청년인데 두뇌 명석한데다가 분석력과 기억력이 발군이어서 참모로는 1급이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 동반자로 모시고(?) 간 것이다.

 

사실 많은 젊은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녀보았는데 역시 두뇌가 좋은 청년들은 어디가 달라도 달랐다. 거기다가 인간성까지 좋으니 귀여움 투성이다. 사랑 받을 만한 것이다. 두뇌만 좋고 인간성이 나쁘면 아무 소용이 없는 사람이 되지만 이 청년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러니 더욱 더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도로를 건너 부산 국제여객 터미널로 걸어갔다. 중앙동 역에서 천천히 걸어가도 한 10분이면 되지 싶다. 그 정도 거리는 당연히 걷는다. 우리에게는 택시 탈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국제 여객 터미널이 나왔다. 이 문쪽으로 난 인도를 따라 걸어들어가면 된다. 가슴이 뛴다. 출발을 앞둔 묘한 설레임 때문이리라.

 

 

 

 

 12시가 되었기에 일단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라면 한그릇과 김밥 한줄로 점심을 떼웠다. 이제부터는 일본식 단무지(=다꾸앙)와 친해져야 할 것 같다.

 

나는 단순 무식 자기마음대로 하는 인간, 일명 단무지 인간 그룹은 정말 싫어한다.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서 혐오하고 멸시한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 이익만 찾아서 다니는 사람과, 아집과 자만과 교만과 독선으로 뭉쳐져서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인간들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고 싶을 때가 있을 정도이다. 이런 내 성격은 큰 병이다.

 

세상 참 좁다더니 식당 앞에서 ㅇ교수님을 만났다. 일본에 세미나 참석차 가신다고 하는데 학생들도 있는 것 같았다. 일행이 제법 되었다. 나는 학자들만 보면 부러움을 가득 담은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내 평생 소원이 강의하고 논문쓰고 글쓰는 것이었는데 이젠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강의와 글쓰기는 내 성격과 체질에 맞을 뿐더러 내가 간절히 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젊었었던 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공부 안하고 놀았던 것에 대한 자업자득이니 남탓할 것도 없다. 마음 한구석에는 부모님께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도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2층 로비에 자리잡은 사무실에서 체크인을 했다. 우린 예약번호만 알고 왔으므로 번호만 이야기하면 되었다. 이때 당연히 여권이 필요하다. 오늘 사용할 승선권과 돌아올 때 쓸 표를 함께 받았다. 돌아올 때 사용할 표는 나중 일본에서 체크인 할때 제출하면 승선권으로 바꿔줄 것이다. 

 

 

 

 

 

 이젠 출국장으로 나가면 된다. 배로 출국할 경우에도 짐검사는 하지만 배가 가진 특성상 짐검사는 배행기 탈 때 하는 것처럼 그렇게 세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면세점 물건은 나와 거의 관계가 없다. 쓸 돈이 없으니 살 일조차 없으니까 그냥 눈구경만 하고 넘어간다.

 

 

 

 

 

 요즘은 입출국시에 남의 부탁을 받고 들어주는 물건이 없는지를  확인해온다. 서류에도 꼭 나타내도록 되어 있다. 아주 잘 하는 일이라고 본다. 거듭 강조하지만 비행기나 배를 탈 때 절대로 남이 부탁하는 물건은 들어주면 안된다.

 

세상살이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은 특별히 조심하기 바란다. 남이 부탁해서 들어주는 물건 속에 무기나 마약류가 나오면 인생을 망치게 되므로 누가 부탁을 해오면 부드럽게 거절하기 바란다. 자꾸 치근덕거리면 매몰차게라도 거절해야 한다.  

 

 

 

 

 

 2시에 출발하는 배였는데 한시 반이 되어서야 출구를 열었다. 이젠 배를 타러 나가면 된다.

 

 

 

 

 

 시모노세키 가는 대형 페리가 옆에 접안해 있었다. 부산에서 큐슈의 시모노세키로 가는 대형 페리로 일본을 가도 되지만 시간이 너무 소요되므로 빠르게 가고자 하는 분들은 우리들 처럼 고속 여객선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저기 있다. 우리가 타고 갈 비틀호가 보인다. 앞에 정박해있는 부관(부산 - 시모노세키) 연락선과 덩치만을 놓고 비교하면 초미니급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속도는 엄청 빠른 녀석이다. 물위에 선체를 내어놓고 달리는 일종의 수중익선이므로 멀미할 일도 거의 없다. 저렇게 작아보여도 2층에만도 약 100여명을 태울 수 있으니 만만하게 볼 녀석이 아닌 것이다.  

 

고속인데다가 물위로 나는 듯이 달리니까 어쩌다가 대형 고래와 충돌하는 불상사도 생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요즘은 출발 전에 반드시 안전띠를 매게 한다.  

 

 

 

 

 

 다음에 오사카를 갈 일이 있을 때는 부산에서 대형 페리를 타고 가볼 생각이다. 후쿠오카까지 가서 기차를 타고 이동해도 되지만 선박여행이 가지는 매력은 남다른 멋과 맛이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선 같은 작은 배들은 안전띠를 매고 자리에 붙박혀있어야 하지만 대형 페리는 그런 구속이 없으니까 아주 자유스럽다. 8년전 중국 배낭여행을 갈 때 인천에서 천진(텐진)까지는 대형배를 탔었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갔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배 이름 비틀은 영어로 표현하자면 Beetle로 쓴다. 딱정벌레라는 말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인 Volkswagen에서 생산되는 비틀이라는 자동차는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아니었던가? 요즘은 멕시코에서 생산해낸 뉴 비틀 자동차가 거리를 누비기도 하더라만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개발해낸 상품 가운데 3대 초걸작 디자인 제품으로 비틀 자동차와 코카콜라 병, 타자기의 자판을 들기도 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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