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경주 시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형산강물이 예전보다 맑아진 것 같다. 강물이든 호수물이든 겨울이면 여름보다 더 맑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사람살이에 여유가 생기다보니 공원에 노는 비둘기들과 다람쥐들도 사람을 덜 두려워하고 물위를 헤엄치는 물오리들도 한결 유유자적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지난 주에 몰아친 강추위에 모처럼 형산강물이 얼어붙었다. 장정들이 올라가 놀만큼 두텁게 얼어붙은 것이 아니고 살엄을을 조금 면한 수준 정도로나마 살짝 얼었다는 이야기다.
강변을 손질하여 가꾸어둔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찾았기에 야생 춘란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살얼음판 위를 보니 물오리 몇마리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살살 살펴보니 제법 많은 녀석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헤엄치기도 하고 쉬기도 하는게 아닌가?
몇마리는 확실히 우리들이 흔히 물오리라 표현하는 청둥오리임에틀림이 없다. 최근 몇년 사이에 겨울마다 찾아오는 녀석들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 같다.
강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군들이 동국대학교 경주 캠퍼스를 이루고 있다. 강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라앉은 부유물이 조금 보이긴 해도 확실히 물이 맑아져 있다.
자전거길과 인라인 스케이트 길, 걷고 달리기 길이 제법 조화를 이루는 옆으로 물오리까지 자연스레 어울려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커다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던가! 하기사 잘 가꾸어 둔 둔치 장면을 가지고도 환경파괴라고 몰아부치면 더 할말은 없는 처지가 되지만 말이다.
이 길은 경주 시외버스 터미널(바로 옆에 고속버스 터미널도 같이 있다) 부근에서 부터 시작되어 보문 관광단지 가는 곳까지 줄곳 연결되어 있다.
물이 얼지 않은 곳엔 제법 많은 수의 물오리들이 놀고 있었다.
강을 가로지른 보 위에 나란히 줄서 있는 모습들이 정겨웠다.
사진만 보면 어디 유럽의 강변 같다는 생각이 든다.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황어들이 영일만에서부터 여기까지 떼지어 바다로부터 올라왔단다. 이젠 황어보기가 어렵다.
대신 물오리들이라도 다시 찾아오고 있으니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는다.
녀석들은 여기서 겨울나기를 한 뒤 봄이 되면 다시 북쪽으로 떠날 것이다.
"모두 다 떠나야 할 존재들이지만 오늘 볼 수 있음에 진정 행복하였네라."
어찌 하다가 청마 유치환 선생의 싯귀같이 마무리되고 말았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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