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 봉계, 명계, 덕천..... 버스 앞에 이런 글씨가 쓰여져 있다면 거의 다 삼릉이나 용장골을 거쳐 가는 버스가 틀림없으니 그냥 타면 된다. 기차를 타고 경주에 도착했다면 경주역 앞 도로를 건넌 뒤 우체국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시라.
고속버스나 직행버스를 타고 경주에 왔다면 버스 터미널 건너편에서 타면 된다. 자가용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서 왔다면 삼릉을 지난 뒤 경주교도소(일명 내남교도소)를 지나 용장골부근에서 적당하게 차를 주차시키면 된다.
시내버스를 탔다면 용장골에서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버스에서 내려 산쪽을 보면 개울이 보일 것이다. 그 개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이젠 쭈욱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아주 쉽다.
길 양쪽으로 그럴듯한 전원주택들이 보일 것이다. 계속 따라 가면 된다.
동네 끝까지 올라가면 마지막 집이 나타나고 그 집을 지나자말자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을 건너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 마지막 집에서부터는 절대로 큰길을 따라 올라가지 마시라. 가도 되긴 되지만 다시 원래 길을 찾아가는데 조금 힘이 든다.
그러니까 개울을 건너서부터는 산 왼쪽 기슭을 따라 걷는 셈이 된다. 길을 오솔길이지만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여름이 되면 골짜기에 제법 물이 그득하다. 이 맑은 물에 발을 씻으면 안된다. 머리는 절대 감지 마시라. 아래 사람들이 상수도원으로 쓰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상수도원이라는 표시를 해두었으므로 쉽게 알 수 있다.
한 30분 가량 오르다 보면 드디어 다리가 하나 나타나게 된다. 골짜기를 가로 질러서 걸려있다. 이젠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왼쪽 봉우리 위를 보면 까마득한 저 위로 탑이 하나 드러나 보일 것이다. 그 자리가 바로 세조가 조카 단종을 밀어내고 임금 자리를 대신 꿰차고만 사건에 실망하여 방랑생활을 시작한 매월당(설잠) 김시습 선생이 금오신화를 쓰며 보냈다는 용장사곡 절터이다.
그래서 이다리 이름도 설잠교이다. 다리를 건너도 길이 그대로 이어지므로 계속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 나타날 것이지만 별로 높지 않으므로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
길 곳곳엔 탑신에서 떨어져 나온 것인지도 모르는 석재들이 굴러다니기도 한다.
한 15분 남짓 정도를 오르면 탑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젠 다 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 탑 밑에 동그란 모습의 마애여래좌상이 자리잡고 있으니 놓치지 말고 찾아보기 바란다. 너무 앞만 보고 올라가면 놓치는 수가 있다.
밧줄을 붙들고 올라가는 모험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애여래 좌상 위로 삼층석탑이 보이지 않는가? 조각 수법으로 보아 8세기 경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자연석 위에 세 바퀴 모양의 대를 얹고 그 위에 부처를 올렸다. 여기를 보고 난 뒤 다시 위를 향해 올라가자. 이번에도 밧줄을 타는 재미를 두 군데 정도에서 느껴야 한다. 별로 어렵지 않으므로 모두 다 도전해보기로 하자.
드디어 용장사 절터에 다다랐다. 여기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제법 웅장하다.
저 멀리 영남 알프스를 이루는 영봉들이 줄을 지어 섰고 그 밑으로는 너른 들판이 좌악 펼쳐져 있다.
여러분들이 허위허위 올라온 길이 아래로 나타날 것이다.
오른쪽 끝머리 봉우리가 남산에서 제일 높은 고위봉이고 그 앞 골짜기가 은적골이다. 내가 산에 갈때 사용하는 지팡이는 저 은적골 골짜기 정상에서 오랜 세월 버티다가 사그라진 싸리나무 굵은 줄기를 주워와서 다듬은 것인데 이제 한 25년 정도가 되었지 싶다.
건너편 산 음지쪽으로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다. 이 소나무는 요리조리 배배 꼬이고 틀어져 애처로운 모습으로 바위 틈사이에 둥지를 틀었다.
내가 보기에 여기에서 보는 남산 경치가 최고다. 보통 사람들은 널리 알려진 삼릉 골짜기를 많이 가지만 용장 골짜기가 훨씬 더 웅장하고 멋있다.
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가는 당신은 바보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하산하면 안된다. 자동차를 가지고 오신 분들이라면 할 수 없이 그대로 내려가야 하지만 다른 교통수단으로 오신 분들은 더 멋진 경치를 즐기며 트래킹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음 글에서 계속 소개하기로 하자.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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