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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 1 - 걸어서 찾아가보기

by 깜쌤 2008. 1. 11.

 

무섬마을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안동의 하회마을, 예천의 회룡포 마을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물이 그리스(=희랍) 문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오메가Ω 모양으로 돌아가는 곳을 떠올릴수 있다면 무섬은 바로 그런 곳이다.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水島里) 인근을 감아 흐르는 내성천 가에 자리잡은 민속마을인 것이다. 한자 이름을 보면 벌써 물섬(=무섬)이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가?

 

무섬의 유래와 역사는 다른 인터넷 글속에서도 많이 떠올라 있기 때문에 자세히 소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동탁 조지훈 선생의 처가 동네라고 알면 되겠다. 선생의 부인이 예안 김씨로서 무섬 마을 출신인 것이다.

 

 

 

 

 

경주에서 아침 8시 56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부전에서 출발하여 서울 청량리까지 가는 유서깊은 열차이다. 한 1,2년 동안 없어지고 나서 사람들의 원망이 대단한 서민용 열차편이었는데 올해 1월 1일부터 다시 부활된 열차이다. 무엇보다 나부터 반갑고 좋았다. 중앙선 연변에 터를 잡고 사는 나는 그 기차를 애용할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영천, 탑리, 의성을 거쳐 안동까지 가기로 했다. 여행용 지도를 가지고 잘 연구해 본 결과 강가로 걸어서 무섬마을에 접근하는 것이 운치도 있고 가능할 것 같기에 일단 안동까지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바로 위 사진은 의성군 금성면 탑리역 앞에 자리잡은 금성산이다. 다른 글에서 소개했다시피 마늘로 유명한 의성 부근 지방은 신라에 병합된 조문국이 자리잡은 곳이었고  금성산 자체가 화산이어서 올라가 볼만한 매력과 가치가 있는 산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안동시 입구에 들어서는 곳 낙동강가에 커다란 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ㅅㄴㄹㅁ님이 근무하는 곳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문안 인사라도 드리고 가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되어 전화를 드렸다.

 

안동에서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는 오후에 두번 정도 있다. 오후 1시 18분과 오후 5시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모두 경주까지 직행으로 간다. 오후 5시 기차를 놓칠 경우에는 저녁 7시 52분경에 출발하는 동대구 행 열차를 타고 내려가다가 북영천에서 내린 뒤 영천역까지 가서 새마을호 기차를 타면 당일 밤늦게라도 집에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자동차 없이 사는 나에게 기차시간표나 버스 시간표는 분석의 대상인 것이다.   

 

 

 

 

ㅅㄴㄹ ㅁ님께서는 내려가는 길에라도 꼭 연락을 한번 달라고 이야기 하신다. 사실 안동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초등학교는 영주 부근의 산골짜기 학교를 나왔고 중고등학교부터는 모두 안동에서 공부를 했으니 안동이 청소년기를 보낸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기를 모두 기차통학이나 자취생활로 보낸 처지이므로 안동은 고향 겸 타향이다. 요즘도 중고등학교 동기들과는 거의 연락을 못하고 산다. 나 자신부터 잘하는 것 하나없는 어리버리했던 과거속의 사람인데다가 특출하지도 않는 존재였기에 동기들의 머리 속에 지워진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동역 집표구에서 새해부터 변경된 기차 시간표를 집어 들었다. 역에서 한 100미터 떨어진 곳에 시외 버스터미널이 있으므로 슬금슬금 걸어가면 된다.  표를 보면서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기차를 놓칠경우 내가 취할 수 있는 대안(代案)들을 미리 계산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1시 15분에 출발하는 영주행 시외버스를 탔다. 안동과 영주 사이에는 직행버스가 빈번히 다니므로 직통으로 운행하는 버스 편은 많다. 내가 골라 탄 버스는 영주까지 직통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 예전 도로를 따라가는 버스이다. 평은에서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평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11시 45분경이 되었다. 정류장 부근에 자리잡은 초등학교에 잠시 들러 사진을 찍었다.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 소리가 조금 들렸다. 

 

   

 

 

 

 

개방형 담장으로 만든 담이 제법 그럴 듯 했다. 오늘 일정은 이 부근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까치집이 있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 잘록한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고개라고는 해도 요즘은 모두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으므로 가볍게 걸을 수 있다. 여기서부터 무섬마을까지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해가 잘 안되는 분들을 위해 지도를 가지고 잠시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이 지도는 여행용 8만분의 1 지도이다. 실제 지도크기라면 지도에서의 1cm가 실제거리 800m를 의미한다는 말이지만 이 사진은 지도를 디카로 찍은 것이므로 컴퓨터로 보시는 분들은 실제거리를 알아내기가 힘이 들 것이다. 지도 속에서 검은 선으로 나타난 것이 중앙선 철길이다.

 

기찻길을 나타내는 까만 선 위에 빨갛게 표시된 것은 기차역인데 평은역과 승문역, 문수역에는 유감스럽게도 무궁화호 기차가 서질 않는다. 사용하는 손님이 워낙 드물기 때문이다. 지도 한가운데 승문이라는 기차역 밑에 보면 강 두개가 마주치는 곳이 나오고 그 부근에 무섬이라는 지명이 보일 것이다. 그럼 다시 아래 지도를 보자.

 

 

 

 

 

 

지도에서 분홍색으로 칠해놓은 선이 내가 무섬을 가기 위해 걸어간 도로이다. 지도 오른쪽 위로 나타난 빨간 줄은 안동 영주간 직통 도로인 것이다. 이젠 대강 짐작이 될 것이다. 지도를 잘 보면 여기를 흐르는 낙동강 줄기인 내성천은 골골이 누비는 사행천의 모습으로 휘어져 감돌아 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무섬마을 같은 곳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의미가 된다. 문제는 예전 모습의 마을이라도 남아있는가 하는 것이다. 무섬은 사실 그리 큰 마을이 아니지만 옛날 기와집과 초가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매력은 마을 앞에 하얀 모래가 지천으로 깔린 백사장이 있다는 것이다.  

 

 

 

 

고개를 넘어가면 중앙선 철길을 만난다. 가장 멀리 보이는 산이 안동 인근 지방에서 가장 높은 학가산인데 학가산이 있는 그쪽 방향으로 계속 강을 따라 걸을 것이다.  사진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일직선이 기찻길이고 그 밑으로 내성천이 흘러서 소나무 숲 사이를 지나 학가산 쪽으로 굽이굽이 흐르게 된다.

 

 

 

 

 

 

이제는 사람 자취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평은 역을 지나 강을 따라 가면 된다.

 

 

 

 

기찻길 바로 앞에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도로가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보기보다는 찾아가기가 쉽다. 접이식 자전거가 있다면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타고 가도 된다. 나는 진작 그 생각을 못했다. 아쉽다.

 

 

 

 

 

 

 도로는 강가를 따라서 꾸준하게 뻗어있다. 겨울철이어서 조금 황량하게 보이지만 5월이나 6월 신록이 돋을 때는 경치가 훌륭하다. 이런 트래킹 여행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어서 여유롭기 그지 없다.

 

 

 

 

 

강변에 희디 흰 모래가 이렇게 대규모로 소복소복 쌓인 곳은 드물지 싶다. 낙동강 본류와 내성천 일부를 빼면 보기 어려운 풍경이 아닐까 싶다. 내성천은 봉화 부근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데 아직까지는 오염원이 적어서 그런지 제법 맑은 물이 흐른다. 

 

 

 

 

 

사진 위쪽을 보면 조금 낮으막한 곳이 있고 길이 나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강물은 그쪽에서 굽이쳐 흘러온다. 그러니까 곳곳이 사행천인 것이다.

 

 

 

 

이제 미림(美林)이라는 마을까지 왔다. 강 이쪽편은 영주시이고 저편은 납들고개 마을인데 행정구역상으로는 안동시이다. 산 중턱에 창고 비슷한 건물이 있는데 그 앞을 넘어서 가야 한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갈 것이다.

 

 

 

 

 

다리 부근엔 멋진 정자가 자리 잡았다.

 

 

 

 

미림 마을을 건너와서 납들고개 마을의 고개를 넘는다. 산마루를 넘는 도로에서 걸어온 방향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고개를 넘어 계속 따라가면 산밑에 수도사라는 절을 보게 된다. 절 디자인이 좀 특이하다.

 

 

 

 

 

다시 산을 돌아온 강이 맑은 모래를 안고 흐르는데 모래 채취가 한창이었다. 이 아름다운 모래를 걷어가면 언제 다시 이만큼 모래가 쌓이랴 싶다.

 

 

 

  

강바닥을 뒤집는 포크레인 너머로 제법 깊은 강물이 고여 있었다. 허가를 얻어서 채취하는 것이겠지만 이래도 되는가 싶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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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