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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가 꿈꾸는 학교

학교는 예뻐야 한다 1 - 화장실

by 깜쌤 2007. 11. 22.

< 이글 속의 내용은 가상 공간속에 존재하는 신바람초등학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므로 실현 가능성과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절대사절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깜쌤교장은 그게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번에 영어 학습을 위해 원어민 교사를 초빙하여 영어수업을 맡기는 일은 이제 본궤도에 올라 한시름을 놓았습니다만 아이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거려야 하는 화장실과 배움의 터전인 교실을 볼때마다 큰 죄를 지은듯이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무슨 수를 쓰든지 간에 교실과 화장실 환경부터 바꾸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젊었을 때부터 항상 생각해왔던 일이었으나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기에 지금껏 꾹 참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교장이 된 지금에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학교 운영비 말고 학부모님들이 한달에 만원씩 기부해 주는 돈이 이미 1억원대가 넘었으니 가능한 범위내에서 빨리 손을 봐주고 싶었습니다.

 

 요즘 들어 학교 화장실이 많이 깨끗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화장실 청소하기를 벌청소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니 만큼 화장실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고쳐서 또다른 학교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화장실은 더러운 곳이 아니고 깨끗한 곳이며 멋진 휴식 공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어지간한 보통 아파트에도 화장실이 두칸인 경우가 기본입니다. 부부생활의 편리성을 위해 안방에도 화장실이 하나 있고 거실에서 접근하기 쉬운 곳에 화장실을 하나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학생들 수백 수천명이 바글거리는 공간에 화장실이라는 것이 층마다 하나씩이라는 것은 누가봐도 무리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깜쌤교장은 아예 교실 한칸마다 화장실을 배치할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럴 경우 들어가는 공사비만 해도 너무 엄청나므로 다음에 새로 짓는 학교가 있다면 꼭 그런 식으로 짓도록 의견을 내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메모지를 꺼내 기록해두었습니다. 지금 있는 이런 학교처럼 기왕에 완공된 건물을 쓰는 학교라면 화장실의 고급화를 서서히 이루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와 아울러 화장실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여학생들의 경우 화장실 사용시간이 남자 아이들과 비교해서 2배정도 길다는 연구결과를 알고 있었으므로 여학생용 화장실의 칸을 더 늘리고 시설도 더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잘 살펴본 결과 화장실 사용만 해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온 학생과 늦게 온 학생 사이에 아무런 구별이 없었던 것입니다. 먼저 온 학생이 화장실을 먼저 사용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화장실 속의 칸마다 앞에서 기다릴 경우 늦게 온 아이도 얼마든지 먼저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교사와 아이들이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경우도 흔한데다가 여성들은 소리에도 예민하므로 소심한 사람들은 압박감을 받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화장실 칸 바로 앞에 서서 기다리면서 볼일을 보기 위해 속에 들어있는 사람을 독촉하거나 무언의 압력을 주는 것은 비인간적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선진화된 사회처럼 화장실 밖 공간에 반드시 한줄로 서서 기다릴 수 있도록 시설을 하고 대기하는 표시를 해서 누구든지 순서를 지키도록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사용하고 나온 화장실은 반드시 일정한 분량만큼 문을 열어두도록 해서 어느 칸이 비었는지를 알게 하면 기다리던 사람이 빈 칸에 최대한 빨리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 한쪽 앞에는 세면실을 따로 두어서 단순히 손정도만 씻고 나올 학생들과는 구별을 해두는 것이 옳다는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그런 문제는 너무도 간단히 해결을 할 수 있습니다. 교실마다 개숫대(싱크대)를 설치하고 수도를 넣어주면 되는 것이지만 왜 지금까지 그런 시설을 하기를 착안하지못했는지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깜쌤교장이 보기에 이것은 교육 시스템의 문제같았습니다. 교사들 사회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승진과 인사이동을 위한 점수따기에는 혈안이 된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는 것 같아도 진정으로 아이들 입장에 서서 의견을 내고 학교 시설과 학교 운영 개선 주장을 펼쳐나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학교 건물 설계시 개선책을 내거나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교육행정 당국에서는 아무런 보상책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어쩌다가 한번씩은 아이디어를 모집하기도 하고 의견을 제시해 달라는 공문이 내려오기도 했습니다만 교실 설계를 하는데 교사들의 생각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건물이 만들어졌다는 그런 사례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니 깜쌤고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그가 생각하는 멋진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를 하나 만드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날이 올 것을 대비해서 깜쌤교장은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스케치북을 꺼내 그림을 그려 두었습니다.   

 

 

 

 "음, 그저 학교는 고급스럽고 예뻐야 해. 가장 쓸모있으면서도 인간적이고 그러면서도 아름답고 멋있어야 해."

 

깜쌤 교장은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