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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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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가 꿈꾸는 학교

만원으로 끝장내는 영어 1

by 깜쌤 2007. 11. 16.

< 이글 속의 내용은 가상 공간속에 존재하는 신바람초등학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므로 실현 가능성과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절대사절합니다>

 

 

 

2007년 들어 평생 처음으로 신바람 초등학교 운영위원회 위원이라는 감투를 쓴 남말구씨는 요즘 들어 세상사는 것이 즐겁습니다. 중소도시에 있는 초등학교의 운영위원이라고는 해도 앞으로 잘만 하면 지역사회에서 골고루 면을 익힌 뒤에는 시의회 의원으로도 나설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자그마한 중소기업 회사 대리인 남말구씨는 그것 때문에라도 아침저녁으로 신바람이 나있는 상태입니다. 더 기분 좋은 일은 또 따로 있습니다. 이제 6학년 된 외동딸 좁쌀이도 요즘들어 눈에 띄게 신바람이 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덩치가 작은 편인 딸아이 민영이는 담임선생님인 어벌이(魚伐夷)과 친구들에 의해서 좁쌀 원(1)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습니다만 워낙 똘똘하고 영근 아이여서 그런 별명에는 별로 신경쓰지도 않고 살았습니다.

 

 6학년인 좁쌀이는 요즘 들어 학교생활이 은근히 즐거운 모양입니다. 좁쌀이의 친구이자 경쟁상대였던 옆집에 사는 치과의사집 딸인 새롬이가 5학년 초에 1년 예정으로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겸한 단기 유학을 간 뒤로 풀이 죽어있던 좁쌀이가 이렇게 신바람난 상태로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꿈만 같습니다.

 

 

 

 

남말구씨는 얼마전 담임선생 블로그에 귀여운 딸 좁쌀원(1)과 딸의 친구인 좁쌀 투(2)의 영어회화 모습이 동영상으로 떠올라 동네 사람들에게 화제의 대상이 된 것이 너무 자랑스웠습니다. 중소기업 대리 월급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외 어학연수를 통한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것은 꿈도 꿀수 없었던 처지였는데 그 불가능한 꿈이 한방에 해결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아무리 봐도 요즘 딸아이의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는 것이 보일 정도이므로 매일 싱글벙글거리는 표정으로 삽니다. 

 

5학년이던 2006년 12월, 좁쌀이는 학교에서 보내는 통지서를 한장 들고 왔습니다. 작년에 신바람 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해 오자마자 별난 사람으로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한 깜쌤교장은 담임선생들을 설득하여 아이들을 통해 학부모님들께 보내는 통지서마다 반드시 서명을 받아오게 했으므로 좋으나 싫으나 통지서를 대강대강이라도 봐 두어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통지서 한장 보여 주는 일이 없던 좁쌀이가 통지서에다가 기어이 아빠의 사인을 받아가야한다고 우겼으므로 찬찬하게 살펴 본 내용이 너무 황당하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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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본교에서는 효과적인 영어학습을 위해 원어민 영어교사를 초청하기로 했습니다. 2007년 현재 학교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한 가구당 영어 학습에 들어가는 경비가 매월 20만원에 육박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기에 운영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결정하여 시행하고자 합니다.

 

목적 : 신바람 초등학교 아이들의 영어 실력 향상 및 기러기 가족 추방을 통한 가정 평화 확보와 가계비용 절감   

 

 

1. 영어 원어민 교사 3명 초청의 건

 

 국적 :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인, 캐나다인, 호주인 혹은 뉴질랜드인

 

 담당학년 : 신바람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

 

 담당과목 : 영어 및 과학(단 1,2학년은 과외시간으로 함) 

 

 사례 : 원어민 교사 1인당 월 200만원 및 소형 아파트 제공

 

 2. 예산 확보방법

  

 신바람 초등학교 학부모 한명이 본교 재학생 1명당 한달에 1만원씩 정직하기로 소문난 본교 진실한(眞實韓) 행정실장님 통장 계좌로 입금해 주시면 됩니다.

 

 

 

 

 

 3. 지출계획

 

  1) 본교 아동전체가 1810명이므로 1810만원으로 원어민 교사 3명 사례금으로 600만원을 지불하고 주택공사 아파트 45제곱미터(15평) 아파트를 월세 70만원으로 3개를 임대합니다. 

  2) 남는 돈 800만원은 매월 저금하여 일년 후 9600만원으로 2007학년도에는 모든 교실에 중앙집중식 에어컨 및 온풍기를 설치합니다. 물론 전기요금도 그 돈으로 지불할 것입니다.

 

 4. 경비 지출에 대한 투명성 확보방안

 

  1) 신바람 초등학교 홈페이지에 매월 필요경비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합니다.

  2) 학부모 대표로 감사위원을 선정하여 3개월을 한 분기로 정하고 매 분기별로 감사를 실시하고 감사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5.기타

 

   1) 원어민 교사는 취업비자를 획득하여 입국한 자를 우선으로 하고 효과적인 인재 선발을 위해 위에 열거한 나라의 교육부 홈페이지에 모집 안내 광고를 게재합니다.     

   2) 아울러 본 시 교육청에 협조를 의뢰하여 검증된 사람을 교사로 초빙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신 : 이 글의 원문과 원문속에 등장하는 사진은 모두 신바람 초등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글속에 등장하는 정원 사진은 3년후 본교의 모습이 될 이상적인 모델입니다.  

 

 

                          신바람 초등학교장  깜 쌤

                          신바람 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신선한(新善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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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통지서를 받아본 학부모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매월 기부하는 단돈 1만원으로 원어민 교사를 초빙하여 아이들의 영어 수업을 책임지겠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아무 특성도 없이 초라하기만 한 중소도시 학교를 놀이공원같은 분위기를 가진 학교로 탈바꿈하겠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이냐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별별 의문이 다 들었지만 한번 속는 셈치고 아이 1명당 1만원을 기부해보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회계담당으로 있는 남말구씨는 지난 번 운영위원회의에서 받은 자료를 꺼내들고 대강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한학급당 인원수가 35명이라면 좁쌀이가 다니는 학교는 52개 학급이니까 1800명 수준이 되었습니다. 52개 학급이니 한학년당 8개반이나 9개반이 있는 학교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이 한명당 매월 1만원의 기부금을 낸다면 1800만원이 되고 1년이면 총수입액이 2억1천6백만원이 됩니다. 외국인 교사 3명에 대한 인건비와 주거비로 약 1억 2천만원이 나가면 나머지 돈으로 중앙집중식 냉난방을 시설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런 일을 3년간만 계속해도 나머지 2년에는 2억4천만원의 돈이 쌓이게 되니 그 돈으로 학교 운동장을 놀이 동산모양의 정원식으로 가꿔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어설픈 계산이 나오는 것입니다. 꼭 놀이동산으로 안바꿔나가더라도 시설에 대한 투자를 하면 학교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으흠, 이번에 새로 온 깜쌤 교장이 보기보다는 그래도 다른 사람이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