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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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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가 꿈꾸는 학교

만원으로 끝장내는 영어 2

by 깜쌤 2007. 11. 18.

< 이글 속의 내용은 가상 공간속에 존재하는 신바람초등학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므로 실현 가능성과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절대사절합니다>

 

 

 

원어민 한사람이 6학년 8개반의 영어 수업을 맡을 경우 주당 16시간 수업을 하게 되지만 일주일에 한시간씩 수업을 하는 3학년 8개반의 수업을 더 맡는다고 해도 주당 24시간 수업밖에 돌아가지 않으니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남말구씨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또다른 원어민 교사는 역시 한주에 한시간씩 영어 수업을 하는 4학년과 주당 2시간 수업이 있는 5학년 수업을 담당하는 식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운영의 묘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석하며 얻어들은 지식인데 현재 초등학교 5,6학년 담임 교사가 전담교사의 도움없이 모조리 다 수업을 할 경우 주당 32시간 씩이나 해야하니 원어민 교사가 24시간의 수업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머지 한명의 원어민은 1,2학년 수업을 맡으면 됩니다. 한시간씩 시간을 맡기더라도 두학년이니까 16시간 수업이면 해결이 납니다. 그런 뒤 영어 공부하기를 원하는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오후에 다시 더 하도록 하면 공평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을 맡는 방법은 꼭 이렇게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많으니 깜쌤교장이 선생님들과 잘 의논하여 현명하게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주당 32시간 수업을 5학년이나 6학년을 맡게 된 담임교사 혼자서 도맡아 한다는 이런 현실이라면 이건 혹사시킨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수밖에 없는 숫자였습니다. 월화목금요일에는 무조건 6시간 수업을 해야하고 수요일 토요일에는 4시간 수업을 해야만 채워지는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초등교사는 만능재주를 가진 사람이어야한다는 조건아닌 조건이 붙어야 했습니다. 6학년인 좁쌀이가 배우는 과목만을 따져봐도 국어, 사회, 수학, 과학, 도덕, 실과, 음악, 미술, 체육, 외국어10개 과목이 되는데다가 재량활동으로 정보생활이라는 과목이 하나 더 있어야하니 이건 모든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수퍼박사가 등장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처지에 영어를 잘하는 담임교사를 만나 아이들이 영어박사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어 최고급 롤스로이스 팬텀 승용차를 한대 구하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따져보니 초등학교 선생이라는 직업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외국어를 잘 한다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마당에 단돈 일만원으로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여 영어 수업에 대한 교사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바램이기도 한 어학연수 효과까지 같이 체험하도록 해준다는 깜쌤 교장의 제안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학생수 2000명이 되는 대도시 학교의 경우는 원어민 교사 채용에 무리가 없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원어민 교사가 돈벌이에 더 눈독을 들인다면 야간에 학원수업을 하도록 허락해 주면 될 것입니다. 

 

야간에 과외를 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어도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만 적은 돈으로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도록 해주겠다는 기본 참뜻에 어긋나니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남말구씨는 다양한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학생수 1000명일 경우는 매월 2만원으로 해결이 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남말구씨가 이런 계산을 하고 있는 동안 깜쌤은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벌써 1급 공무원인 관리관으로 있으면서 재경부에서 세무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친구 최고다씨를 떠 올렸습니다. 명절이면 한번씩 고향에 내려오는 김에 잠깐이지만 얼굴 한번씩만 보고 헤어지는 최고다씨는 세무행정분야의 달인이 되어 있으면서 정부가 부르짖는 '부드러운 세무행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깜쌤 교장은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학부모들이 속는 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부금을 내도록 하려면 학교에서는 일단 모두 영수증 처리를 해주고 국가에서는 연말에 그 금액만큼 세금액수를 환불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신바람 초등학교 모든 학부모님들이 기부금만큼 세금을 돌려 받는다면 자녀가 한명일 경우 12만원이 됩니다. 환불되는 세금을 총액으로 쳐도 2억 1천 6백만원이니 국가적으로 봐도 큰 손해는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외어학연수를 위해 빠져나가는 연수 경비와 비교해서 따져 보아도 큰 손해는 아닐 것 같았습니다. 외국인 교사에게 지불되는 돈도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 생활비로 써야하니 그리 큰 국부유출은 아닐 것 같고 인건비로 쓰고난 나머지 금액은 다시 교육 시설에 대한 시설투자로 돌아올 것이므로 손해는 아닌 것이라는 말이 됩니다.

 

결국 정부가 못하는 일을 학교가 맡아서 하는 셈인데 기부문화가 이루어져서 좋고 모든 학부모들이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좋으니 누이좋고 매부좋고, 꿩먹고 알먹고,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자녀 한명을 외국으로 보내어서 어학연수를 시킬 경우 들어가는 금액과 비교해서 계산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 깜쌤 교장은 혼자서 이궁리 저궁리를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학교 시설 업그레이드에 해마다 1억원을 투자한다면 이것은 보통 효과가 아니라는 것은 불을 보듯이 환했습니다. 학교를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공원처럼 아기자기하면서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깜쌤 교장은 평소에 학교 운동장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겨울에 찬바람이 휘이 불면 모래먼지가 가득날려 아이들 얼굴을 때리기도 했고 풀썩거리는 먼지 구덩이 위에서 아이들이 축구공을 차야만 하는 현실을 볼 때마다 이런 것이 결코 바람직한 학교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내에 자리잡은 소위 큰 학교라고 하는 곳이 정년퇴임이나 교장 임기제로 인한 퇴임을 눈앞에 둔 교장이 거쳐가기 위한 위로의 장(場)이 아님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를 못한 것 같았습니다. 결국 그런 학교가 이러저런 교장을 몇명 맞이하고 보내고 나면 최악의 경우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기력과 시설의 황폐화밖에 없음을 젊었을때부터 보아왔기에 자기 자신은 결코 그런 식으로 끝을 맺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내어본 아이디어가 1만원으로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기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