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인 어제 11월 18일, 엄청 바쁘게 보내야만 하는 주일이지만 낮에 잠시 짬이 났기에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에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시간에도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었기에 어디 한군데 가볼 형편이 못되었으니 잠시 잠깐 생기는 그런 시간은 황금만큼이나 귀한 것이었습니다.
고분 위에 나무가 자라는 봉황대를 지나 도로를 건너 대릉원에 들렀습니다. 경주시민은 입장이 무료이므로 신분증을 꺼내 보이는 것으로 해결됩니다.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공원은 고분이 그려내는 부드러운 능선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얀 꽃을 자랑했던 목련 잎이 노랗게 물들었으니 자연의 조화에 감탄을 할 뿐입니다. 여름에는 목련 잎이 너무 지나치게 크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고나니 잎 크기가 기가 막히게 적당하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맙니다.
공원에 오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에서 여기까지는 칠팔분이면 거뜬하게 걸어오니 나도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 교회까지는 25분만 걸어가면 되는데 어제 아침에는 집에서 6시 반에 출발해서 걸어갔었습니다.
저 멀리 자리잡은 남산이 가깝게 다가서 있었습니다.
이런 곡선을 보면 나는 내몽고 대초원을 떠올립니다. 물결치는 듯한 부드러운 언덕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모습은 가슴을 아리게 만듭니다. 갑자기 배낭을 싸고 싶어졌습니다.
가을 하늘이 맑았지만 구름이 받쳐주질 못했습니다. 점점이 흩어진 구름이면 더 멋진 사진이 되었을텐데...... 중국 서부 사천성과 섬서성에서 본 대초원을 덮은 구름이 그립습니다. 타악 터진 초원위로 솟아오르던 엄청난 규모의 뭉게구름과 먹장 비구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클래식 음악영화 <환타지아 2000>에 등장하던 나무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고분 사이로 난 길을 걷습니다.
이 쪽 길이 훨씬 더 정취가 있건만 관광을 온 외부인들은 그냥 천마총쪽으로 직행을 해버리고 맙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구석구석으로 걸어보지 않으면 이런 장면은 그냥 다 놓치고 지나가버립니다.
데이트 길로도 그저그만이지만 나는 혼자 걷기를 좋아합니다. 번잡하지 않은 가운데 조용하게 걷고 싶습니다. 나는 이런 시간들이 좋습니다. 이젠 머리카락도 많이 희어졌기에 데이트 할 일도 없습니다만 고향친구라도 만나면 이런 곳을 함께 걸어보고 싶습니다.
다음에 경주 오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가보시기를 권합니다. 단지 작은 것에서라도 깊은 아름다움을 찾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만 권하고 싶습니다.
모퉁이를 돌아나오면 선도산을 배경으로 한 고분이 등장합니다.
나는 이런 경치가 너무 좋습니다.
여기 무덤들은 풍수지리와는 거리가 먼것 같습니다. 촘촘이 그러면서도 다닥다닥 붙어 있는 무덤들이 정감을 자아내는데다가 예전 신라왕궁터와는 거리도 가까우니 신라인들의 입장에서는 참배하기에도 좋았을 것입니다.
쌍분들이 상당 수 있어서 더 멋지게 보입니다.
고분 위로 드리워진 가로등 그림자가 시간을 재촉했습니다.
혼자 조용히 걷던 나는 잔디밭에서 은행알을 줍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대릉원에 사는 다람쥐나 청설모가 감춰놓고 먹기엔 너무 많은 은행알인지도 모릅니다만 가만 두었으면 좋겠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거기는 유달리 단풍 색깔이 고왔습니다.
혼자보기는 너무 아까웠습니다만 이제 사진 용량이 다 되었으니 다음 글에서 이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이번 주일이 대릉원 단풍의 절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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