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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양반되기

by 깜쌤 2007. 11. 14.

 정말 어쩌다가 조금 시간이 나서서 시내버스를 타고 양동 민속마을에 갔습니다. 이 동네는 이제 제법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안강으로 가는 버스 중에서 강동이라는 곳을 거쳐가는 버스는 거의 예외없이 양동마을 입구를 지나가게 되므로 일반버스나 좌석버스를 타면 편합니다. 일반버스는 1,000원, 좌석버스는 1,500원입니다.

 

 

 

 

 아시다시피 양동 민속마을에서는 이제는 정말 보기 어려운 초가(草家)를 볼 수 있습니다. 예전 양반들이 살던 고택들도 제법 많으므로 구경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이죠. 안동하회마을이 있다면 경주에는 양동마을이 있다고나 할까요?

 

 

 

 

 하회마을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간뒤로 국제적인 곳으로 떴다는 느낌이 있는데요, 양동마을도 세계적인 명사 한분 정도만 다녀가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저는 안동에서 많은 부분의 공부를 한 사람이니 어찌보면 양반마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태생상으로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제가 양반 가문 출신은 아니어서 언행은 상것들 냄새가 풀풀나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시골 촌뜨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참 많이 듣고 자란 이야기는 "니가 누구집 아들이고?"라는 말이었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어른들이 스스럼없이 나무라던 그런 분위기를 가진 곳에서 자랐으니 은연중에 양반교육을 받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많은 분들이 요즘 세상에 양반이 어디있고 상놈이 어디있느냐고 말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요즘은 바른 언행을 하는 사람들이 양반이라는 소리를 듣는 시대로 변했으니 저같은 상민 출신은 살기가 편해졌습니다. 신분상의 양반과 상놈은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뼈대있는 집안 출신들은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을 가질때도 있습니다.

 

제가 별로 활동은 안하는 편입니다만 고등학교 동기들이 모이는 카페에 어쩌다 한번 슬며시 들어가보면 확실히 분위기가 다름을 느낍니다.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고 말씨가 다르니 별로 내세울 것 없는 저 같은 사람은 그냥 기가 죽어버립니다.

 

 

 

 좋은 가정교육을 받은 친구들은 저절로 표시가 나더군요. 이젠 저도 남을 가르치는 입장에 서 있으므로 아이들의 언행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아이들을 가르쳐보면서 느낀 것인데 부모가 막되어 먹었으면 자녀들도 그렇게 따라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부모 언행을 많이 흉내내거든요.

 

"야! 야! 야!  이 자슥아,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빨리 주는 밥이나 처먹고 학교나 갈일이지 말이 많다. 이 자슥이 뒤질려고 환장을 했나? 아. 빨랑빨랑 못 해?" 

 

  

 

 

 "이 놈의 새끼가 어디서 함부로 아가리를 쳐열고 GR이야. GR!"

 

아이들 말을 들어보면 기가 차서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있습니다. 집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를 학교에서 하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라고 하는 존재가 원래 비속어를 쉽게 배우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 고운 심성이 거칠어져 가는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건만 동심을 잃어가는 그들이 너무 불쌍해서 속이 상할 정도입니다. 이젠 가정교육을 잘 받은 아이가 드물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야기가 양반 쪽으로 흘러갔습니다만 고리타분한 양반론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언행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막무가내형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어른들도 아이들 못지 않습니다. 일방적인 자기 주장이 난무하고 자기 주장만 옳다고 여겨서 남을 무자비하게 비난하고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요즘 청년들이나 학생들을 보면 엄청난 독서량을 바탕으로 하여 폭넓은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드문 것 같습니다. 가끔씩 엄청나게 많이 아는 젊은이들을 볼때도 있지만 설익은 어설픈 주장을 펼쳐나가는 것을 보면 쓴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저도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므로 함부로 말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그런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터넷 글에 달리는 댓글은 무자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조금이라도 남을 배려하고 남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그럴 수가 없을텐데 말입니다. 진정으로 많은 지식을 갖춘 사람들은 겸손해져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니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양동민속마을을 걸었습니다. 혼자 조용히 생각하면서 걷는 것이니 여유가 넘칩니다. 이 동네는 전통명문 집안의 고택과 거기에 딸려 인생을 살아온 집안의 가옥들이 골고루 섞여 있으니 민속학적인 가치가 대단하다고 그러더군요.

 

  

 

 거기다가 늦가을이어서 단풍이 곱게 들었습니다. 황토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가을의 정취를 한결 돋구어 주었습니다.

 

  

 

 큰 고택과 단촐한 초가와 적당한 규모의 기와집이 섞여있으니 매력이 넘치는 동네입니다. 가을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찾은 사람들이 많아서 심심치도 않았습니다. 

 

 

 

 결국 말에서나 행동에서나 핏줄로서나 어디 하나 양반다운 양반이 되지도 못한 나는 조용하게 돌아서고 맙니다. 솔직히 말하면 양반에 대한 매력은 없습니다. 이제는 좋은 매너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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