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서리가 내렸어.
꽃핀 뒤에 내리는 무서리도 무서운 법인데
세상 살다가 살다가 이번에는 마음까지 된서리를 맞아 물러버렸어.
머리카락에는 서리에다가 싸라기까지 붙어 버렸어.
꽃피던 시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한때는 곱던 시절도 있었어.
아내 뺨이 복사꽃마냥 붉던 날들이 있었고.......
겹벚꽃마냥 화려하던 날들은 어제인것 같아.
아내가 시들고나자
딸아이가 곱게 물들기 시작했어.
그랬던 아이까지 이젠 조금씩 시들어가는 것 같아.
그만큼 많이 살았다는 말이겠지.
난 이제 단풍이 되었어.
곱게 든 단풍이어야 하는데 말라비틀어져 시들기부터 시작하는
단풍이 되는 것 같아 약간은 근심스러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아?
내 나무의 단풍 색깔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거든.....
젊었을 때 향기를 날리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
주위에라도 옅은 향기 조금 흩뿌릴 수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어.
화려하게 살아보길 원한 것은 아니었어.
하지만 곱게는 살고 싶었어.
아름답게 살고 싶었지.
단풍들어 아름다운 것은 더 큰 행복일거야.
이제 마지막 기회를 가진 것이니 새로 살거야.
아름답게 더 아름답게.....
고웁게 더 고웁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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