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깊고 깊은 안개 속 같아.
언제 한번 속시원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준 적이 없었거든.
깊이 모르는 물속 같기도 했어.
그래도 한번은 살만하긴 했었기에 물속이어도 좋았어.
모습이 다르고 생각다른 사람도 많이 만났어.
살아온 길이 끝모를 어둠을 헤매는 것 같았어도 그 속에 아름다운 것들도 있었어.
예전엔 가물가물하기만 하던 끝이 이젠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어.
온 몸 가득히 고슴도치 가시로 덮고 찔러대기만 한 사람도 있었지만 이젠 다 잊어버렸어.
그럴 때도 난 세상을 향해 내 사정만을 담아 나팔 불진 않았어.
다른 사람이 불어주는 나팔소리를 들을 때가 더 많았어.
그러길래 난 소리조차 못내는 벙어리로 아는 사람들도 있었어.
바닥을 기는 인생이었지만 비참한 것 만은 아니었어.
<나팔꽃 꿀을 찾는 박각시나방>
가끔씩은 아주 귀한 분이 나를 찾아오기도 했었거든......
모두 다 같은 모습속에서 다른 색깔을 가지고 살긴 정말 힘든 일이었어.
다른 모습을 가진 것에 대해 말이 많았어.
어울려 사는 세상에 남다름을 인정하는 게 그리 어려운 것일까?
남을 높이고 나를 낮추면 바보같다고 여기기도 하더라만 그게 꼭 어설픈 것만은 아니었어.
그러면서도 내 속에 자리잡은 교만함이 한번씩 겉으로 드러나기도 했어. 잘난 것 없는 주제에도 그랬으니 정작 잘나고 힘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싶어.
이젠 내 색깔조차 가물가물해.
내 색깔이 옅어지는 대신 주위의 다른 꽃들이 색을 나타내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거야.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어.
사실 말이지 우리 인생살이라는게 언제 바퀴에 깔릴지도 모르는 불안한 삶이잖아?
마구 뒤엉긴 것 같아도 실마리는 어디엔가 꼭 존재하는게 사람 한살이인것 같아.
이젠 내가 가진 색깔이 너무도 옅어져 버렸어.
다시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햇살나면 다 드러나는 법이지.
난 그래도 행복했어. 언젠가는 찾아갈 내 고향을 품고 바라보며 살거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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