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맛을 찾아서

안강 옛날 국수 - 잔치국수 집

by 깜쌤 2007. 9. 19.

 

 검색창에서 소면(素麵) 검색해보면 '고기붙이를 넣지 않은 국수'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국어사전에는 '고기붙이를 넣지 않고 말거나 비빈 국수'로 정의를 해두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면이라고 하면 검박하게 먹는 간편한 국수를 의미라는 것 같지만 현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들어서 아주 다양한 국수 종류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지만 가정에서 직접 밀가루를 반죽하여 홍두깨로 밀어 늘려서 칼로 썰고 삶아 먹는 칼국수가 아니면 흔히들 그냥 소면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너무 흔해빠져서 누구나 다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된 음식은 아무리 잘만든다고 하여도 그게 그것인양 비칠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오늘 이 글 속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면집은 그런 평범함 속에서도 비범함을 찾을 수 있는 맛깔스런 멋진 맛을 지닌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하순 경주 인근 소읍인 안강의 어떤 교회에 특강을 하러 갈 일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는 것 같아서 그동안 벼르고 벼루었던 국수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안강 읍사무소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는 그저 그런 외관을 가진 평범한 국수집이지만 이 근동에서는 널리 소문이 나서 어떨 땐 자리가 없어서 돌아나와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안강 부근에는 유명한 관광지가 몇군데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양동마을입니다. 안동의 하회마을과 더불어 경상북도를 대표하는 전통마을이라고 보시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또 한군데는 옥산서원이죠. 조선 중기의 유명한 유학자였던 회재 이언적 선생을 기려 만든 서원인데 찾는 분들이 제법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1991년에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던 태풍 글래디스가 안강읍 상당부분을 물바다로 만든 사건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지 싶습니다. 1959년 사라 태풍이 휘몰아칠 때도 최악의 피해를 입었으니 안강이라고 하면 상습침수지역 정도로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보기보다는 아주 아담한 읍지역이고 고급 문화재가 많아 한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 되었습니다.

 

안강은 경주와 가깝고 포항과도 지척에 있는 곳이어서 최근들어서는 포항의 베드타운으로도 여겨져 제법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식으로 개발이 되고 있습니다. 안강까지 갔으니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예전에 자주 들렀던 그집을 찾아갔습니다.

  

잔치국수를 시켰습니다. 읍내 도로와 바로 붙어있으므로 손님들이 차지하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수가 몇개 되지도 않는 작은 식당입니다. 손님들은 몰려드는데 혼자 찾아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미안해지는게 사실입니다. 이럴 땐 미안한 기분이 앞서게 되지만 주인 내외는 그런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 10분 뒤에 잔치국수가 커다란 밑쟁반에 담겨나왔습니다. 반찬부터 하나씩 탁자위에 놓아주는데 노란 냄비에 담은 국수는 한눈에 보아도 푸짐하게 준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여름철 별미인 애호박과 나물 위주로 얹은 고명이지만 육수의 맛은 정말 미묘함 그 자체입니다.

 

이름난 국수집들은 무엇보다도 육수의 온도를 기가 막히게 잘 맞추어 내는 것 같습니다. 여름철에는 너무 차지도 않고 너무 뜨겁지도 않게 해서 내어주는데 그런 작은 배려가 음식맛을 한결 돋구어 주는가 봅니다.

 

  

 

함께 내어주는 무지고추지의 맛도 훌륭합니다. 어릴때 제가 즐겨 먹었던 된장에 박아서 삭힌 고추지나 무지와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을 선사하더군요. 여름철에 담근 김치맛도 담백해서 깔끔하게 여겨졌습니다.

 

육수위에 동동 뜬 참기름의 고소함과 시원함이 쫄깃하다고 여겨지는 면발과 어우러져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냥 한그릇을 훌훌 들이키는 것보다는 이맛 저맛을 음미해가며 먹고 싶지만 다음 손님들을 위해 빨리 먹고 일어서고 말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국수 한그릇 먹는데 무슨 맛을 음미하느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인생살이가 어디 그렇게 쉽게만 생각할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작은 것에서부터 충실하고 의미를 부여해나가는 것이 사람살이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리를 해드리겠습니다. 

 

상호 : 안강 옛날 국수

전화번호 : (054) 761-9515

위치 : 안강 읍사무소 맞은 편

안강 부근에 자리잡은 문화재 : 양동 민속마을, 옥산서원

 

 

양동민속마을이나 옥산서원을 방문하는 길에 그냥 한번 들러봐도 되는 서민적인 곳이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