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피라미와의 데이트

by 깜쌤 2007. 8. 18.

 

 

 나라가 떠들썩 할 정도의 초대형 사건이 생겨난 뒤 수사 결과를 두고  "피라미만 걸려 들었다"느니 "송사리 급만 걸려 들었다"라는 말을 흔히 쓰고 있다. 워낙 대형 사건이 잘 터지고 그때마다 힘있는 사람들은 요리조리 미꾸라지 빠지듯이 잘도 빠져나가는 나라여서 그런지 이제는 그런 말이 빠지면 섭섭할 정도가 되었는데 사실 피라미와 송사리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물고기다. 피라미는 잉어과의 물고기고 송사리는 송사리과의 물고기이니 같은 어류라는 것을 빼면 종류자체가 완전히 다른 물고기 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피라미는 조무라기 급에 들어가는 물고기가 아니다. 다 자라면 아주 큰 녀석은 놀랍게도 20cm 정도에 육박하기도 하므로 시시한 고기가 아닌 것이다. 보통은 10cm정도이니 그저 고만고만한 물고기라고 보지만 물속에서의 유영 속도도 상당하고 힘도 세어서 낚시하는 재미는 제법 쏠쏠한 편이다.

 

이른바 꾼들이 말하는 손맛이 그런대로 괜찮은 고기라고 보면 된다. 붕어나 잉어가 주는 묵직한 손맛은 아니지만 낚시에 걸려 들었을 때 손목을 후두둑 치는 처음 손맛을 보면 그리 쉽게 얕잡아 볼 녀석이 아닌 것이다. 여름날 물에 들어가서 얕은 곳으로 몰아낸 뒤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물을 튀기며 실컷 몰아대면서 지치기를 기다려 맨손으로 잡을 수도 있지만 어른 무릎 이상의 수심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맨손으로 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녀석이다.

 

 

 

 

 

피라미의 사촌격에 해당하는 물고기가 갈겨니다. 많은 사람들은 갈겨니와 피라미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데 다 자라서 어른이 되고 난 뒤에 나타나는 수컷의 혼인색을 보면 완전하게 구별이 된다. 혼인색을 띤 피라미의 아름다움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 가운데 최고가 아닐까 싶다.     

 

제일 위 사진 오른 편에 있는 녀석이 혼인색을 띠고 있는 피라미 수컷의 모습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불거지로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불거지는 다른 종류의 물고기가 아니고 혼인색을 띤 피라미 수컷을 말한다. 이때 녀석의 아름다움은 최고조에 달한다.

 

보통 갈겨니와 피라미는 섞여 살기도 하지만 같은 개울에서도 갈겨니는 상류쪽에 살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갈겨니는 보통 1급수나 2급수에 서식하므로 육안으로 수질을 판별할때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

 

영양가 없는 이야기는 이정도로만 하자. 매미 소리가 요란한 뜨거운 여름날 오후 나는 실로 오랫만에 피라미를 잡아서 튀김을 해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생각이 났으니 실천에 옮겨야 했다. 피라미 낚시를 안해본 것이 한 이십여년 되어가는가 보다.

 

낚시대를 꺼내 살펴보니 모습이 영 말이 아니다. 일단 먼지만 닦아서 넣어두고 낚시 말고 다른 방법으로 잡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답은 간단하다. 파리낚시를 하면 된다. 가짜 파리를 달아 플라이 낚시를 하면 되지만 그런 것은 고도의 기법이 필요하므로 가장 간단하게 녀석을 낚아챌 방법을 강구한 것이다.        

 

 

 

 

 낚시 가게에 들러 장비를 대강 챙긴 뒤에 개울을 찾아 길을 떠났다. 자동차가 없으니 멀리 갈 형편이 못된다. 자전거를 타고 슬금슬금 시내를 지나쳐본다. 경주역을 지나고 안압지 연꽃밭에 잠시 들러 사진을 찍고 나서는 박물관쪽으로 향했다. 봉덕사 신종, 그러니까 에밀레종을 보며 옆으로 지나 한 이십여년 전에 물고기를 잡아본 기억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보았다.

 

 

 

 

 

 으흠, 그대로다. 예전에 비해 물색깔은 변함이 없지만 바닥이 좀 더러워진 것 같다.  여름날 오후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3시경이니 가장 더울 시간이다. 일단 대나무 그늘이 진 곳에 자리를 잡고 낚시묶음을 풀었다. 눈이 침침해서 그런지 낚시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다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엔 내가 좋아하는 흰색 뭉게구름이 피어 오른다. 소나기라도 스쳐 지나가면서 굵은 빗방울이라도 후두둑거리며 떨어지면 낭만적이지만 이 나이에 그런 것을 찾으면 모양새가 우스워진다. 

 

 

 

 

 집에서 가지고 온 낚시 받침대에다가 낚시줄을 묶고 가짜 미끼가 달린 낚시 바늘을 30센티미터 간격으로 한번만 묶어서 매단다. 가벼운 여울이 생겨 갈겨니나 피라미들이 자주 노는 곳을 찾아서는 개울을 가로질러 줄을 치는 것이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낚시바늘이 물에 잠기는 것보다는 닿을락말락하도록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갈겨니나 피라미가 물위를 나는 작은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 뛰어오르는 습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살에 바늘이 살짝 닿도록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한 1cm 정도 떨어지는 것이 나은 것 같았다.

 

사실 도시 부근의 하천에서 하는 낚시는 불법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천이나 저수지 물을 상수도원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수원 보호를 위해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찾아간 곳은 그런 곳이 아니어서 안심이 되긴 했지만 워낙 지리에 어두우니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다.

 

환경보호론자임을 자처하는 나는 도시 근교의 개울 낚시일 경우에는 아예 처음부터 떡밥을 이용하는 낚시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짜낸 잔꾀가 플라이 낚시였지만 말이다. 

 

 

 

 

 가지고 간 간이 접의자를 물가에 펼쳐놓고 책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오늘의 목표는 20마리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한두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터무니없이 많이 잡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냥 튀김거리 정도만 잡으면 되니까 말이다.

 

물위에 뜬 가짜 미끼를 곤충으로 착각한 녀석들은 물 위로 뛰어올라 먹이를 낚아채려다가 정통으로 미끼를 무는 순간 걸려들고 만다. 물고기 자체의 무게 때문에 줄이 밑으로 쳐지는데 이때 녀석들은 탈출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부림을 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주 운좋게 낚시 바늘에서 가볍게 빠져나가는 놈도 있다. 

 

사진을 보면 한녀석이 걸려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녀석은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고는 필사의 노력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크게 욕심이 없는 나는 물속에 발을 담그고 앉아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오랫만에 개울 물에 담근 발이니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기도 하고 발가락 등에 난 잔털을 헤아려보기도 한다. 이 상 선생이 쓴 수필 '권태'가 생각났다. 지금은 여기서 그렇게 여유를 부릴 형편은 못된다.

 

걸려든 물고기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녀석을 바늘에서 빼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석에서 배를 따서는 준비해간 작은 플라스틱 통에다가 담아둔다. 한시간 반 정도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줄 밑으로 갈겨니 한마리가 걸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녀석은 등어리 모습으로 보아 피라미가 아니고 갈겨니가 확실하다.  조금 어린 녀석이다. 이런 종류의 물고기는 조금 작은 것이 뼈가 연하다. 크면 뼈가 억세어서 잘못하면 목에 가시가 걸리는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다.

 

스무마리 정도를 잡은 나는 미련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로 했다. 오후 5시가 가까웠으니 이제부터는 낚시가 더욱 더 잘 될 시간이지만 욕심낸들 무엇하겠는가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러본 안압지 연꽃밭엔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탑리 국보 77호 석탑  (0) 2007.08.23
피라미와의 데이트 2  (0) 2007.08.20
복(福)날& 복(伏)날  (0) 2007.08.17
다시 삶 속으로  (0) 2007.08.15
삼우  (0) 2007.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