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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삼우

by 깜쌤 2007. 8. 12.

 

8월 11일 오전 간단한 준비를 해서 영천 국립묘지를 찾아갔습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삼우날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젠 여름이 한창 무르익었습니다.

 

 

 

 

 

저수지 한켠엔 낚시꾼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낚시꾼에게 걸려드는 붕어들은 이 세상을 하직할 운명이 될 것입니다.

 

 

 

 

 

영천에서 포항가는 국도변에 자리잡은 영천호국원은 위치가 절묘합니다. 어느 묘지에서라도 서서 보면 앞이 탁 트이게 설계를 했습니다.

 

 

 

 

 

입구 한쪽엔 무기들도 조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경건함이 온 사방에 가득히 내려앉은 곳입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보통일이 넘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여기에서 영면을 하고 계십니다.

 

 

 

 

 

천막을 쳐둔 자리 부근에 오늘도 많은 분들이 묻히실 것입니다.

 

 

 

 

 

 

맑은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올랐습니다. 어느 산하 한모퉁이에서 참전 용사들이 전쟁터의 혼란스런 상황하에서 이런 하늘을 쳐다보며 고향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6.25때 영천과 의성 사이의 갑티재에서는 대구 사수를 위한 치열한 전투가 있었고 영천과 포항 사이에서는 수많은 학도병들이 귀한 피를 뿌렸습니다.

 

 

 

 

 

 

그런 분들이 여기에 가지런히 누워 계시는 것이죠.

 

 

 

 

 

돌비석이 없는 묘지는 묻힌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표시입니다.

 

 

 

 

 

아버지도 이런 식으로 나무비 하나에 이름 석자를 새기고 누워계십니다. 동생이 간단한 예를 드렸습니다.

 

 

 

 

 

 

그런 뒤 돌아나와 아버지를 기렸습니다.

 

 

 

 

 

 

다른 한가족은 묘지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누구나 반드시 가야할 길이 바로 죽음길입니다. 그 길 너머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죽어서 사는 사람이 있고 죽어서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족을 잃는 슬픔은 누구나 다 가져야 하길래 남의 일이 아닙니다.

 

 

 

 

 

 

호국원의 역사를 보며 발길을 돌립니다.

 

 

 

 

 

 

경주로 오는 길에는 온 천지에 매미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아버지는 왕후장상처럼 큰 터를 잡고 누우시지는 못해도 작은터나마 베개삼아 산천에 묻혔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선친 뒤를 따라 가야겠지요.

 

 

 

 

 

 

 

그날 반월성 부근 동부사적지구엔 하얀 색 왜가리인지 학인지는 몰라도 푸른 잔디밭에 가득히 내려앉았습니다. 아주 드문 일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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