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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초등학교 은사님께~~

by 깜쌤 2007. 5. 16.

 

Jean Redp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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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사님!

 

불러놓고 보니 무슨 말씀을 어떻게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학교 다닐때도 항상 어리버리하고 모자라기만 했던 #@@입니다.  못찾아뵈온지가 40년이 되었으니 참 무심한 제자가 되었습니다.

 

문안인사 한번 드린 적 없었으니 저 같은 사람은 제자 축에도 끼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제 이름 석자 밝히기가 이렇게 부끄러워집니다.

 

 

 

 1961년에 입학해서 1967년에 졸업을 했습니다. 그러니 4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지요. 1학년, 6학년을 가르쳐 주셨던 ㅈ선생님께선 고인이 되셨다고 들었으니 이젠 뵙고 싶어도 뵐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4학년때 가르쳐주신 ㅅ은사님께선 은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3학년때 귀한 가르침을 베풀어주신 ㄱ선생님은 그 너그러우신 성품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은사님을 한번 찾아뵐 줄 몰랐던 제가 어떻게 하다가 선생이 되어서 남을 가르친다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줄을 알면서도 선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고 있으니 귀가 간지럽고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어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부족한 저같은 인간이 남에게 대접 받을 줄만 알았지 정말 소중한 은사님들께는 그동안 문안인사 한번 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염치가 없어서 부끄럽기만 하니 하늘 쳐다볼 낯이 못됩니다. 

 

 

 

 6학년 때 가르쳐주셨던 두 분 은사님 가운데 한분 은사님은 얼굴이 사진 속에 선명하건만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도 모르고 사니 정말 죄송합니다.  

 

 

 

 졸업을 앞두고 뒷 교사 옆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졸업 앨범에 있는 것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올려보았습니다.

 

어리석기 짝이 없었던 저희들을 가르치시느라고 귀한 세월 다 보내신 은사님 은혜를 가슴에 새기고만 살면서 터럭 한개 만큼도 갚지를 못했으니 이 글을 쓰면서도 심히 부끄럽기만 합니다.

 

 

 

 시골 초등학교 두개반 120여명이 졸업을 하던 날이 어제 일처럼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겨울 방학중이던 1월에 이사를 가버려서 2월에는 학교 출석도 못했으니 그날이 더욱 더 아쉽기만 합니다.

 

 

 

 은사님!

 

이제는 뵙고 싶어도 뵐 수가 없으니 너무 죄송합니다. 정말 너무 죄송합니다. 송구스럽고 부끄러워 쥐구멍 속에라도 숨어들고 싶을 정도입니다.  

 

 

 

 졸업하고 헤어진 뒤 못본 친구들이 반 이상이 될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동기들이야 어떻게든 한번은 만나지겠지만 돌아가신 은사님은 어디서 뵙게 될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저도 이젠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카락이 더 많은 늙다리 선생이 되었습니다. 사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한번 찾아뵙지도 못했으니...... 은사님! 보고 싶습니다. 정말 한번 만이라도 뵙고 싶습니다. 

 

 

 

 이제 여학생들은 이름도 다 잊어버렸습니다. 윤동주 님의 시에 등장하는 먼 이국의 소녀들 - 패, 경, 옥같은 이름처럼 - 같이만 여겨지지만 모두 할머니가 되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해 5월, 6년동안 밟고 다녔던 학교 운동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은사님 발자국이라도 찾아볼까 싶었지만 세월 속에 말갛게 지워져 버려서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예전 목조 학교 건물도 다 사라져 버렸고요......

 

 

 

 은사님!

 

이렇게나마 인사 한번 올립니다. 베풀어주신 귀한 가르침들은 가슴속에 새겨두고 살아가겠습니다.

 

귀한 선생님 함자를 다시 한번 작은 소리로 되뇌어봅니다. ㅈㅎㄷ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어리석고 부족한 제자 엎드려 글 올려 드립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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