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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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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죽기 위해 나선 길 2

by 깜쌤 2007. 5. 27.

 어느 곳에나 남산은 다 있는가 봅니다. 우리 조상들은 집터나 마을터를 고를때 배산임수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고  했으니 남쪽에 있는 산은 다 남산이라고 불렀을 것입니다. 대구는 앞산이라고 부르던데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런 많은 산 가운데 경주 남산은 특이한 경우에 들어갑니다. 엄청나게 많은 불교 유적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담한 산세에 비해서 볼거리가 제법 많은 산이기도 합니다.

 

경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한번씩 트래킹 하기를 즐기지만 내국인들은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자주 찾아오지만 경주 관광을 오셨다가 들르는 경우는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쪽으로는 기와집으로만 지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옥으로 지을 경우 평당 건축비가 제법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처음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은 초등학교 4학년때의 일인데 홍수 끝물에 빠져서 한참이나 떠내려 가다가 기적적으로 구출받은 사건입니다. 어린 생각에도 이건 아닌데 하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었고 그 다음부턴 그냥 숨이 막혀오더군요.

그때 죽었더라면 어디에 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다닐때는 자취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서려는 바로 그 순간 천장에서 대형 블록이 떨어져서 코앞을 스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머리를 한 3센티미터만 더 안으로 들이밀었어도 제 머리는 남아나지 않았지 싶습니다. 그것은 정말 기적같은 사건이었고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그런 사건들을 떠올리며 숲길을 걸었습니다. 칠불암 가는 길 초입은 이런 식으로 평화롭기만 합니다. 

 

 

 

 

 

 평소에 가던 길로 걷지 않고 왼쪽 봉수대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늦은 봄이니 제법 숲이 우거져서 길이 희미하기만 하지만 길을 잃는다고 해도 이 부근 지리는 제법 알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정상에 올라서 이제부터는 능선을 따라 걷습니다.

 

대학 다닐때는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질뻔 했습니다. 사실 몸이 승강구 쪽으로 빨려나가는 순간에 중학생이 제 멱살을 잡아서 기적적으로 살았습니다. 정말 찰나의 일이었습니다.

 

술이 취해 있었던데다가 몸의 중심을 잃었었고 기차가 철교위를 달리고 있었는데 강바닥이 암반투성이었으니 생존 가능성은 없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아슬아슬하게 살아 났습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도로의 왼쪽 끝에서부터 마을 사이를 통과하며 걸어온 것입니다.

 

 

 

  

 

 맞은 편 절벽 밑에 칠불암이 보입니다. 칠불암 뒤에는 수직 절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파란색 천 부근에 작은 암자가 보이는데 거기가 칠불암이고 그 위에 보이는 절벽에는 부처님이 새겨져 있습니다. 거기에서 밑으로 몸을 날리면 뼈도 못추릴 것이 확실합니다.

 

 

 

 

  실제로 가서 보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겨울에는 제법 위험하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여기도 자살 후보지로 잡았었습니다. 다른 절벽에서 몸을 날리는 대신 나는 절벽 끝머리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생각하며 뉘우치는 쪽(회개한다라고 합니다. 영어 성경에는 Turning from the sin 이나 repent 정도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으로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잘 결정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백운암을 거쳐 천룡사터로 넘어 왔습니다. 나는 이 부근에서 아주 신비한 체험을 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천사(?)를 만났다는 생각밖에 들지않는 정말 기묘한 경험을 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꺼내볼까 합니다.

 

뒤에 보이는 산봉우리가 남산의 최고봉인 고위산입니다. 산봉우리 밑에는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너른 터가 있어서 신기하다는 느낌을 자아냅니다.

 

 

 

 

 작은 암자(?)가 있어서 수행하는 분들이 거쳐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작은 주막(?)이 있었지만 어찌 올해는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장까지 가보질 않았으니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올해 초파일에는 그렇게 해서 틈수골로 내려와서 버스를 탔습니다. 시내로 다시 돌아온 것이죠. 하지만 1987년 8월 3일, 한여름의 그날은 정말 의미 깊은 날이  되었습니다. 죽으러 갔다가 다시 살아온 날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