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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새 생명 사라지기

by 깜쌤 2007. 5. 22.

 

 

녀석은 잠시 방향을 잃었던가 봅니다. 날씨가 화창해서 창문을 열어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작은 새 한마리가 교실에 날아들었습니다. 2층에 자리 잡은 교실이니 날아들 일도 없을텐데 제 마음대로 들어와서는 천장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좋은 사진자료가 생겼다고 생각해서 디지털 카메라를 찾아들었는데 그 사이에 허둥지둥하던 녀석이 유리창문을 들이박고는 그대로 마루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한 10여초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바닥을 살폈더니 녀석이 사람 표현으로 친다면 큰 대(大)자 모습으로 나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새이니 가녀린 두다리를 하늘로 뻗은 상태로 맥이 풀려 있었습니다.

 

충격을 받아 기절을 했겠다 싶어 손에 잡았더니 따사로운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눈을 살폈더니 반쯤 감는 것이었습니다. 고개가 쉽게 제껴지는 것으로 봐서 목이 부러졌던가 봅니다. 한 1초 사이에 녀석은 눈을 감았습니다. 비명소리도 없이 스스르 아주 쉽게 편안하게 감았습니다.  

 

 

 

 

 

 

정이 많은 우리 반 아이들이 앞으로 조용히 몰려 나왔습니다. 모두들 애처로워하며 혀를 찼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카메라폰을 꺼내고 어떤 아이들은 깜쌤을 닮아서 그런지 항상 가지고 다니는 디카를 꺼내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들 블로그에는 새 이야기가 올라갈 것입니다.

 

부리에 아직도 노란 기운이 묻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올해 부화하여 세상으로 나온 새내기가 틀림없습니다. 이제 부모로부터 갓 독립해서 먹이사냥을 나왔다가 짧은생을 마감한 것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는게 그렇습니다.

 

 

 

 

 

모두들 숨을 죽였습니다. 갑자기 날아든 아름다운 생명 하나가 그렇게 쉽게 사그라지는 것을 보고 모두들 작은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마침 생물의 분류법을 공부하고 있었으니 일단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 한 뒤 잠시 교재 삼아 생김새와 특징을 확인했습니다. 직업의식이 너무 살아 있으면 안되지만 가르치고 배우는데는 기회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새를 묻어주겠다고 서로서로 나서는 바람에 모범생 둘에게 맡겼습니다. 나중에 보았더니 일여덟명이 따라 나가서 교정 화단 한구석에 묻어주고 들어왔습디다.

아름다운 날에 작은 생명이 하나 우리 곁에 잠시 날아들었다가 그렇게 사라져갔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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