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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후회

by 깜쌤 2007. 1. 28.

 

괜히 서글퍼지는 날이 있습니다. 오늘이 꼭 그런 날인가 봅니다. 싸늘한 서재에 앉아서 "시인과 나" 음악을 듣습니다. 벌써 같은 곡을 수십번째 반복해서 듣고 있는 중입니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고 마음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줄은 알지만 그래도 나와 조금 직장생활을 같이 해 본 분들 가운데 어떤 분들은 글쓰고 강의하는 직업을 택하지 왜 선생을 하느냐고 말씀해 주는 분들이 있기도 합니다.

 

그 분들이 무엇을 보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는지는 몰라도 나야 뭐 머리도 잘 안돌아가고 어리버리한데다가 공부도 잘 하지 못했으므로 예전부터 내 자신이 별 것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살아왔습니다.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에도 거침없이 들어가고 멋진 직장을 잡고 사는 분들을 보면 정말 부럽기만 합니다.

 

뱁새나 연작(燕雀 제비와 참새)도 못되는 벌레같은 자신이지만 살아 온 날들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뼈저린 후회밖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 할 시절, 몇 푼 안되는 월급 받아서 부모님 모시고 동생들 공부시키느라고 황금같은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습니다. 좀 더 노력하고 세상 너른 줄을 알았어야 하지만 그땐 왜 그런 것을 몰랐던지 모르겠습니다.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하는 총각시절 부터 한 십여년간은 등골 휘도록 돈을 댄 기억밖에 없습니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쓴 돈이지만 더 공부할 생각을 못한 것은 정말 후회로만 남습니다. 

 

그나마 시시한 대학이라도 들어가서 교수님들의 강의라고 하는 것을 들어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위 누님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나 자신이 좀 더 잘 되어서 누님의 희생에 대한 보답을 하고 도움이 되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지도 못했으니 정말 서글프기만 합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젠 알것도 하지만 벌써 은발이 다되어 늙어 버렸으니 헛살았다는 느낌만 가득합니다. 사실 이 나이에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마는 상아탑을 아름답게 메운 건물들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떨려옵니다.  

 

새학기 들어 딸아이가 더 높은 배움의 과정을 시작하게 되니 너무 감사하기만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새로 배움의 길로 들어서겠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모처럼 방학을 맞아 집에 와있다가 내일이면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또 헤어집니다만 곁에 붙들어두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애비처럼 어리석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 간절합니다. 늙기는 쉬워도 배우기는 어렵다더니.......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도 이젠 내려가서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보고 좀 쉬어야겠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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