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성질을 성악설을 근거로 판단하여 아이들이 처음부터 악하다는 식으로 볼 수도 있고 성선설의 관점에서 보아 애시당초부터 착하다고 볼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고찰로는 여러가지 이론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어떤 이론이 정설인지는 모르겠으나 제 개인의 생각으로는 건전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기초기본 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은 고운 심성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다운 삶을 꾸려나갈 줄 아는 방법 정도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어렸을때부터 교육시키기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으며 변화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교육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이 조금 거창해졌습니다만 오늘은 음식만들기 실습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아보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소양을 쌓는 것은 물론 매끄럽고도 깔끔하게 실습활동을 하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가르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 두고 음식 만들기 실습활동 사례를 소개하는 정도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비슷한 사진을 올렸습니다만 그때는 사진을 단순히 설명하는 정도였고 이번에는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가정에서 부모님께서 아이들을 다룰 때 원용하여 써먹어도 됩니다.
저는 음식만들기 실습을 할 경우 팀을 새로 짜둡니다. 다른 글에서 몇번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지만 학년초에 한번 편성한 모둠이나 분단을 가지고 일년내내 그모습 그대로 간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학급운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학급에서는 과제에 따라 수없이 많은 팀을 구성했다가 해체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회사 조직 같으면 프로젝트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팀을 짜서 일을 하고 난 뒤 다음 일을 하기 위해 해체하고 새로운 팀을 짜는 식이겠지요. 학급에서도 이런 원리는 훌륭하게 적용됩니다.
음식만들기 실습활동을 하겠다는 예고를 한 뒤에 이 활동을 이끌어나갈 모둠장(=팀장)을 먼저 모집합니다. 우리 학급에서는 모든 학습 활동을 할때 아이들이 항상 지원을 하도록 합니다. 교사가 사사건건 나서서 강제로 팀을 구성해주거나 임무를 부여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모둠장을 하겠다고 지원을 하는 아이에게는 당연히 다른 보상이 돌아가도록 해줍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서로서로 나서서 지원을 해줍니다. 자원한 아이들은 앞으로 불러내서 한줄로 세우고 뒤로 돌아서게 했습니다. 모둠장이 자기가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지명해서 데려갈 수도 있지만 저번 활동에서 한번 써먹었으므로 이번에는 반대로 아이들이 모둠장을 찍어서 찾아가도록 했습니다.
이 경우 인기가 없는 모둠장 아이에게는 아무도 지원을 안할수가 있으므로 모둠장을 일단 뒤로 돌려 세워서 마음의 상처를 덜 받도록 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기있는 모둠장에게는 아이들이 몰리게 되므로 그럴 경우는 아무도 배정을 하지 않고 다음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식으로 처리합니다.
며칠 전까지 우리반 아이는 모두 35명이었으므로 9명의 모둠장이 필요했습니다. 9명의 모둠장이 앞에 나와 서있는 상태로 자리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희망을 하는 방법을 썼다는 것이죠. 이런 일을 해보면 아이들이 엄청나게 떠들고 시끄러워 질 수 있습니다만 그럴 경우가 발생했다면 생활지도면에서 교사는 이미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떠든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을 잘 받은 교양있는 아이들은 절대로 그런 식으로 함부로 처신하지 않습니다. 막무가내로 자기만 옳다는 식으로 우기는 경우도 거의 발생하지않습니다.
모둠 편성이 끝나면 모둠장을 원래 자리로 들어가게 한 뒤, 같은 모둠이 된 아이들을 모둠장 곁으로 보내서 다시 한번 구성원을 확인하게 합니다. 모둠장 입장에서는 자기를 선택해준 친구들이 고마울 것이므로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교사는 모둠장을 맡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격려해주고 박수를 보내서 잘 해보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줍니다.
종회 시간에 모둠을 편성했다면 방과후 시간에는 음식 만들기 계획을 세워보라고 지도를 합니다. 이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써야 합니다. 우리 학급 카페를 보시면 알겠습니다만 아이들은 카페 게시판을 통해서 서로 음식 만들기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준비물을 확인합니다.
실습 활동을 하는 날이 되면 아이들은 한껏 들뜨게 마련입니다. 들뜨게 되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차분하게 가라 앉혀야 합니다. 저는 카페 게시판에다가 아침에 글을 올려서 주의를 환기시켜 둡니다.
아이들은 준비물을 챙겨와서 자기 자리 옆에 놓아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하면 준비물이 파손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위에서 두번째 사진에 나타난 것 처럼 교실 한구석에 남녀별로 차례대로 모아두게 합니다. 그래야만 쉬는 시간에 걸리적거리지도 않을 뿐더러 파손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습니다.
실습하는 날은 일부러 학교급식이 되지 않는 날을 골랐습니다. 교육과정 운영상 6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 아이들이 야외체험학습을 가는 날을 골라 6학년 아이들 전체가 실습을 하도록 해보았습니다. 3,4교시를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고 점심시간에는 만든 음식을 가지고 식사를 하도록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2교시를 마친 후 아이들은 교실 한구석에 가져다 둔 자기 준비물을 챙겨왔습니다. 이때 반드시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오도록 지도해둡니다. 바로 위 사진과 바로 아래 사진을 보면 아이들의 위치가 바뀌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 사진은 4월 중의 학습활동을 위한 모둠대로 앉은 것을 찍은 것입니다.
4명이 한개의 모둠을 이루었으므로 모둠장의 위치를 골고루 배치하고 난 뒤 아이들이 모둠장을 찾아가서 앉도록 한 것입니다. 벌써 시작하면 곤란해집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책가방과 여러가지 물품을 교실 한구석에다가 가지런히 모아둡니다.
그래야먄 실습 활동 중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교실은 좁은데 책상 옆에 가방까지 걸려 있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실 안에서 움직일때는 항상 입을 다물도록 학년초부터 철저히 훈련시켜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런 경우에도 아이들을 조용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습니다.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교사가 아이들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하면 교실은 항상 소란스럽고 혼란스런 상황을 맞이합니다. 많은 아이들이나 교사들은 아이들이 떠드는 것을 당연시 여기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떨 땐 어른들보다 일도 더 잘할 수 있고 더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더 가스버너 사용법을 비롯한 기본 안전 수칙을 확인해 줍니다. 가스버너에 불을 붙이고 끄는 법과 칼 다루는 요령, 요리 시간과 세팅 시간 등을 미리 예고해주고 활동 모습을 평가하는 기준을 가르쳐 줍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식으로 접근을 하는 것 보다 음식만드는 과정과 협동성, 세팅 능력등을 기준으로 하여 최우수 모둠을 뽑는다는 식으로만 해도 아이들은 서로서로 잘해보려고 경쟁하게 됩니다. 우리 반에서는 최우수 모둠으로 선정되면 누리는 혜택이 엄청납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기를 쓰고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보다 경제적인 면에서 인간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인간 본성이 가지는 요소를 잘 파악해서 아이들을 다루는데 사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가져옵니다. 인간이 가지는 본성을 무시하고 아이들을 다룬다면 항상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줄 모르는 교사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죠. 부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부모로서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을 무시한채 함부로 아이들을 다루면 자기 자식들이 부모 마음을 몰라주고 애만 먹인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되는 것입니다.
사진을 잘 보면 창문은 열려져 있고 걸상은 모두 책상 밑으로 들어가 있으며 앉아있는 아이들이 아무도 없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문을 열어두는 것은 가스누출 사고시 피해를 최소화하며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냄새가 배이는 것을 막기 위함이며 걸상을 책상 밑으로 넣어두는 것은 걸상에 걸려 아이들이 다치거나 넘어져서 더 큰 사고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사실 이런 글을 쓰는 저도 절대로 큰소리 칠 수 없는 것이 안전사고입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지 언제 어디서나 일은 터질 수 있으므로 온갖 경우에 치밀하게 대비해둔다는 것입니다. 학교현장에서 사고가 완전히 안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음식을 만들 경우 책상 위의 재료가 쏟아지면 더 큰 피해를 당 할 수 있으므로 못앉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히 뜨거운 물이라든가 기름이라면 문제가 달라지므로 기본수칙은 철저히 지키도록 이야기를 해두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실습전에 머리수건을 다 매었습니다. 머리수건이 없을 경우 손수건을 가지고 싸매도 되므로 너무 무리하게 수건을 준비하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안싸매고 실습활동을 해도 됩니다만 제가 원하는 것은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이지 눈을 즐겁게 하려는 그런 의도는 아닌 것이죠.
앞치마도 준비를 해서 옷을 버리지 않도록 합니다. 역시 음식을 대하는 자세를 강조하려는 것 뿐이지만 이런 사진은 인터넷 공간속에 잘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 해에 사용하면 서로가 다 편리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실습활동에 들어갑니다. 이때 주의할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진을 잘 보면 책상 네개가 합쳐져서 한개의 실습대를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학실험이나 실과실습같은 것을 할 경우 책상이 이어지는 이음매 부근에는 절대로 물건을 놓지 못하도록 지도해두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이 모둠은 그런 기본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가스버너 같은 것이나 뜨거운 물질, 귀중한 물건들은 절대로 이음매 위에 놓지 못하도록 철저히 이야기를 해두어야합니다. 아이들이므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왜 그렇게 하면 안되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이야기해서 이해를 시키는 것이 낫습니다.
지나가던 옆모둠의 친구가 책상을 건드린다든지, 자기 모둠 안에서 어쩌다가 주의를 게을리하여 책상을 건드려 어긋날 경우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야기해준다는 식입니다. 교실 바닥에 알코올 램프나 가스버너가 떨어질 경우 마루바닥 틈사이의 먼지에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즘은 교실 마루바닥에 기름을 먹이거나 왁스를 칠해놓은 곳이 많으므로 불이 쉽게 붙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항상 조심하도록 지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뭐 그런 것까지 신경을 다 쓰느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실습활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생명이므로 당연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교육을 시켜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실습활동을 해보면 아이들의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어떤 아이는 평소에 아주 얌전한 것 같았는데 상황장악력을 발휘하여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학업성적이 아주 우수하지만 의외로 소심해서 가스버너의 불조차 켜지 못한다는 식으로 약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교사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세밀히 관찰하면서 자주 자주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녀야 합니다. 그렇게 관찰한 모습을 토대로 하여 아이들을 다루고 지도하면 아주 효과적일 것입니다.
실습활동에 열중하는 아이들은 크게 떠들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조사해온 요리 순서를 적은 종이를 옆에두고 따라하기도 하고 어떤 모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요리 순서를 정해서 하기도 합니다.
그냥 단순히 넘어가도 될 사항이지만 잘 보아두었다가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고 조립하는 순서와 연결시켜 항상 합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이야기하는 식으로 후속지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교실 바닥에는 절대로 음식찌꺼기나 쓰레기를 흘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이야기를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미술 만들기 시간을 한번 하고 나면 쓰레기통이 넘쳐날 정도로 쓰레기가 쌓이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훈련을 철저히 받은 이 아이들은 쓰레기통에 버리는 물건이 엄청 적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작은 종이 한장도 모두 다 따로 모을 정도로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지도를 자주 자주 해둔 덕분입니다. 음식 찌꺼기를 쓰레기통에 버릴 경우 곧 부패해서 냄새가 발생하므로 모두 집에 가져가서 음식물 버리는 통에 넣도록 지도해둡니다.
글이 엄청 길어졌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어린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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