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활동을 할 때 어지간하면 위생장갑을 끼고 하도록 시키는게 좋습니다. 이런 활동을 해보면 학교 화장실이 엉망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은 결국 교사의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은 쓰레기를 어떤 방법으로 처리하는지 정확하게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리수거의 실태를 보면 다 알수 있는 사실 아닙니까? 어른들이 그럴진데 하물며 아이들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잘 처리해가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지만 학교 교육현장에서나마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실습시간의 제한도 있으므로 밥은 집에서 만들어 오게 합니다. 학교에서 밥까지 짓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재료들도 집에서 다듬어 오게 하면 좋습니다. 그래야 시간도 절약되고 쓰레기 발생량이 줄어듭니다. 그렇게 지도를 해서 그런지 8개 반이나 되는 학급이 동시에 실습활동을 했지만 야외 급수대와 실내 화장실 세면대에 음식 관련 재료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만드느라고 여념이 없어서 그런지 크게 떠들지도 않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소곤소곤 이야기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신 토론을 하거나 발표를 해야 할 때는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도록 지도해두고 있습니다.
모둠에 따라서 음식 만드는 속도가 차이가 납니다. 무한정 시간을 줄 수가 없으므로 교사는 가끔씩 남은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순회를 하면서 진행상태를 살펴야 합니다.
어느 정도 만들기가 이루어지면 이제 음식 차리기를 시작합니다. 보통 학급에서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막바로 음식을 먹어버리기도 하는데 그런 방법은 권장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음식이라고 하면 우리는 은근히 별것 아닌 것으로 치지만 서양인들 눈에는 상당한 고급 요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식을 '눈으로 먹는다'는 표현은 일본 요리에 상당히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일본인들이 음식 재료에 어울리게 사용하는 접시와 도구들을 보면 어떨 땐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 먹도록 한다면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한가지 활동을 통해 여러가지를 노리는 다목적 활동이지 단순활동은 아닐 것입니다. 연관을 지어 지도를 하려면 셀수 없이 많은 영역으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음식 차리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죠.
다른 모둠이 음식을 차리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합니다. 급하게 서둘다가 보면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음식 맛 자체가 이상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진정시켜가면서 서두르게 하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로마제국의 실질적인 초대황제로 인정받는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는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는데 그런 말이 이런 상황에 꼭 들어맞습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모둠원 구성을 달리해가며 활동을 하면 아이들의 교우관계 폭이 넓어집니다. 남녀학생이 스스럼없이 어울려 활동하는 모습이 정겹기만 합니다.
이제 다른 모둠들도 서서히 세팅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음식을 만드는데 보통 50분에서 60분 정도가 소요되더군요. 음식 차리기에는 15분 내외만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음식을 만드는 종류에 따라 시간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냥 책상위에 음식을 차려도 되지만 식탁보를 가지고 오게 하는 것이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미적인 감각에 눈을 뜨게 됩니다. 이른바 안목을 기른다는 것이죠.
음식과 식탁보의 어울림, 그릇과 음식과의 조화, 깔끔한 환경이 주는 상쾌함과 자기 자신이 음식을 만들었다는 작은 성취감 등 이런 활동을 통해 느낄만한 요소는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법입니다.
이제 모둠을 구성하는 친구들끼리 본격적으로 음식을 차리기 시작합니다. 나는 이런 과정을 아주 유심히 살펴봅니다. 아이들의 의식 수준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모님들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아름다움은 인격과 품격으로 나타나는 법인데 그런 요소들은 돈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있습니다. 인격과 품격, 멋진 감성과 낭만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요소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삶의 질은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지만 경제력이 품격과 인격을 결정해주지는 않는 법입니다. 아무리 인격이 고매해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누추해지고 구차해지는 것이 삶의 법칙이긴 해도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봄으로써 그들이 처한 환경을 대강 짐작해 본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관찰결과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교사가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눈은 높은 편입니다. 인터넷 매체와 방송의 영향으로 인해 장식하고 꾸미는 능력도 어른들 뺨칠 정도이므로 이럴 때 자기의 안목과 식견을 발휘하도록 해본다는 뜻이죠.
이런 것을 국어 속담과 관련지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식으로 지도를 해도 좋고 미술 시간과 관련을 지어도 좋습니다. 한가지 활동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지도할 줄 아는 것이 교사의 역량일 것입니다. 통합교과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도를 해나간다면 더욱 더 효과적인 장면이 될 것입니다.
교사가 시간 조절만 잘 하면 거의 비슷한 시간에 마무리가 될 것입니다. 음식 차리기가 다 되면 자리에 앉도록 해둡니다. 교사가 이야기를 할 때는 항상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는 것이 여러가지로 편리하고 유리합니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선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실습활동을 할때는 모두 다 일어서서 활동을 했지만 이런 경우에는 앉히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음식을 먹도록 해버리면 교육효과의 극대화가 이루어 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감상활동을 시킵니다. 아이들은 자기 작품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모둠들은 어떤 음식을 만들었는지를 살펴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 다 자기 음식을 만드느라고 열중했으므로 다른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눈여겨 보지를 못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해보면 실습활동을 하면서 남의 교실에도 가고 다른 모둠에도 가서 기웃거리기도 하는 식으로 나오는 아이들이 꼭 생기는 법이지만 그런 모습을 절대 방치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참으로 묘한 존재여서 방치하면 그게 정상으로 생각해서 아무 거리낌없이 행동하게 되므로 반드시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다른 모둠이 만든 작품을 보고 함께 감상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다음 글에 계속)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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