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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텅 빈 하루

by 깜쌤 2007. 4. 8.

부모님을 뵈러 갔습니다. 인간사 중에서 천륜과 인륜을 무시하고는 살 수 없는 것이므로 하루 짬을 내어 시골로 올라간 것이죠. 제가 타고갈 기차가 역구내로 들어옵니다. 기차 뒤로 보이는 산이 경주 남산입니다. 남산에 못가본지도 꽤 오래 되었습니다.  제 몸도 너무 아파서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나오는 기침을 참아가며 자판기 커피 한잔으로 힘을 내고는 기차에 올라갑니다.

 

 

 

  형산강을 지나갑니다. 강가로 늘어선 아파트가 자꾸만 눈에 걸리적거렸습니다. 문화재 때문에 생활 여기저기에서 고통받는 우리 경주 사람들의 고통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글쎄요..... 이런 스카이라인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하기사 그런 문제는 많이 배우신 영근 분들이 훨씬 더 잘 아시겠지요. 무지랭이같은 제가 뭘 알기나 하겠습니까?

 

 

 

  경주 서천벌을 따라 기차가 달립니다. 경주에서 두시간 가량 걸리는 곳에 부모님이 계시니 이젠 준비해온 책을 볼 차례입니다. 책을 보다가 눈이 감기면 눈을 좀 붙여야지요......

 

 

 

 옆구리를 뚫어 신체기관의 화농액을 받아내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신 어머니의 모습도 함께 겹쳐 오며 그만 눈시울이 뜨뜻해지고 맙니다. 당신도 편찮으시면서 제 얼굴이 형편없어졌다고 걱정부터 해주십니다. 

 

천국에 대한 소망이라도 같이 가지신 분들 같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를 못하니............... 편찮으신 분 옆에서 기침을 하기가 미안해서 어머니께서 차려주시는 밥을 먹고 잠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도로를 따라 그냥 걸어봅니다. 남이 보면 의미없는 평범한 한장의 사진이지만 저나 아내에게는 의미가 깊은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들녘엔 사람이 없습니다. 한때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들판이지만 이젠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새로 한시의 기차가 기적소리를 날리며 북쪽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한시간을 더 걸어왔더니 이젠 조금 지칩니다.

 

 

 

 새로 잘 닦은 도로가 봄 햇살 아래 반짝였습니다. 모든 인생들이 희망으로 넘치고 삶의 기쁨으로 가득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그쯤에서 나는 돌아서고 맙니다. 작은 실개울을 따라 나려오며 봄내음을 맡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이 봄도 앞으로 몇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날 하루 만이라도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이나 저나 모두 징검다리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선대와 후손 사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말입니다. 

 

 

 

 늙고 병드신 부모님들을 남겨두고 다시 떠나와야 하니 마음이 아립니다. 저도 그렇게 살다가 죽겠지요. 그게 인생인가 봅니다.

 

 

 

 작년에 부모님 두분을 여읜 친구분의 고향마을을 보며 병환으로 고생하시던 친구 부모님을 떠 올려 보았습니다. 그 분의 슬픔이 이제 제 슬픔으로 서서히 다가오는가 봅니다.

 

집에 와서는 다시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병원에 갔던 날은 한기(寒氣)가 들어서 서재에서 안방으로 내로오는데 자그마치 두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사람 몸이 그렇게 무너지는가 봅디다. 어제도 그냥 정신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부활절 전날이어서 행사도 많은 날이었지만 속절없이 그냥 가라앉고 말았던 것이지요.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