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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손신호와 입으로만 아이들을 통제해보자 1

by 깜쌤 2007. 2. 22.
 

 도시에 있는 학교에서는 운동장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동체육 시간을  운영하게 마련입니다. 제가 현재 근무하는 학교만 해도 6학년이 8반 내지 9반까지 있는 대규모 학교입니다. 학급당 평균 인원은 36명 정도이니 한 학년만 해도 300명을 넘어섭니다. 이런 대규모 다인수 다학급으로 이루어진 학교에서 합동체육을 하거나 학교 행사를 할 경우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지금 이 글에서는 세부적인 교육과정을 논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 아이들을 모으고 수업을 진행하며 수월하게 통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하는 그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합동체육시간을 중심으로 한번 알아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잘못 이야기하면 자랑하는 것처럼 들릴 것 같아 이야기하기가 무엇합니다만 저에게 성능 좋은 마이크와 호루라기 하나만 주면 10개 학급 정도의 아이들은 손과 호루라기 소리로만 쉽게 통제하면서 제 뜻대로 아이들을 다룰 수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자랑하고자 하는 뜻은 정말 조금도 없습니다.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사례 정도로만 알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카테고리 속에 써서 올린 글을 대강대강 읽어보신 분들은 혹시 제가 아이들을 그냥 막무가내로 누르고 애를 먹이며 윽박지르는 식으로 다루는 것으로 생각 하실지도 모릅니다. 혹시 그런 생각을 하셨다면 미안하지만 그건 정말 잘못 짚으신 것입니다. 그런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다루는 것이라면 블로그처럼 열린 공간에 공개적인 글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막대기나 손을 사용하여 감정을 실은 상태로 아이들을 때려보지 않은지가 이미 15년 정도가 훨씬 넘었습니다. 때리지 않고 고함지르지 않으며 감정실린 상소리를 하지 않고도 아이들을 말과 손, 그리고 호루라기만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고 말씀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얼마든지 가능하며 교사라면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기술을 가져야만 하는 사람이 교사라는 직업인이 아닐까요?   

 

 

 소리는 높은 위치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것보다 아래에서 위로 전달하는 것이 잘 들리는 법입니다. 보통 교사는 조회대 위에 서게 되는데 이럴 경우 목소리만으로 아이들을 수 백명 통제한다는 것은 고통스런 일입니다. 높은 곳에 서면 전체 아이들을 잘 볼 수는 있어도 소리 전달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다인수 다학급 아이들을 통제하려면 마이크와 스피커 시설을 반드시 갖춰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큰 소리를 내게 되면 주민들에게 소음공해라고 하는 달갑지 않은 선물을 하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소음을 생산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전체 체육시간이 시작되기 전 방송반 아이들이 마이크를 조회대 위에 설치해 둡니다. 우리 반 아이 가운데 힘이 좋은 아이 하나가 의자를 조회대 위에 가져다 둡니다. 수업 시작 전에 이 모든 것을 다 해둔다는 말입니다.

 

운동장에 나와서는 반별로 줄을 서게 한다는 것은 어느 학교 어느 교사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장에 아이들이 나오면 반별로 않도록 시켜둡니다. 그래야만 전체 상황을 통제하기가 편합니다. 이 아이들은 수업시간 시작 전에 이런 식으로 나와서 앉기 시작합니다.

 

이때  반드시 입을 다물도록 이야기해 두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입을 다문다'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합니다. 보통 아이들은 와글거리고 떠들며 장난까지 치는 것을 당연히 여기므로 교사가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반별로 차이가 나지만 경쟁을 붙이면 서로 먼저 정렬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햇빛이 나는 날은 먼저 정렬한 반부터 그늘에 들어가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됩니다. 아이들은 이런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겁니다. 아직도 수업 시간 시작 전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수업시작 30초전입니다. 정렬이 거의 끝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업을 하면 속된 말로 그저 먹기입니다. 명심할 것은 교사는 항상 먼저 운동장에 나와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다 정렬하면 교사가 나온다는 그런 사고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모양은 날지 몰라도 아이들이 교사를 존경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교사가 조회대 위에 미리 나와서 서있으면 줄을 서려고 노력하는 법입니다. 교사 자신이 수업 시작을 알리는 소리를 듣고 나오면 이미 아이들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의자 위엔 마이크, 모자, 선글라스, 호루라기가 있습니다. 합동체육 시간에 사용하는 제 기본 장비입니다. 호루라기 하나도 특색이 있는 것을 씁니다. 이 호루라기 소리는 아주 부드러워서 아이들과 주민들의 귀에 거슬리지 않습니다. 

 

교직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런 종류의 호루라기를 사용해 왔습니다. 한 15년 동안 사용했던 것이 고장이 나서 그리스 에게 해(海)를 헤매고 다닐 때 잔돈을 다 털어 사모스 섬에서 산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면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보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은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죠. 교사도 수업시간은 칼같이 지키며 학생들도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열심히 하면 결코 손해 보는 법이 없으며, 아이들과의 약속은 교사가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킨다는 이런 사실들을 아이들이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글에 계속)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