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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감사는 아무나 하나? 2

by 깜쌤 2007. 2. 21.
  

 보통 학교에서는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작은 기념행사를 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작년에 간소한 운동회를 했습니다. 위 사진은 응원석에 앉아 있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손가락을 V자 모습으로 펼쳐들고 사진 찍힌 두줄 아이들이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입니다. 그날은 오전 중에 운동회를 했습니다. 달리기만 했다하면 등수에 들지 못하는 아이들은 달리기를 죽어라고 싫어하지만 등수에 꾸준히 드는 아이들은 정말 기다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합동체육 시간을 이용하여 실시한 6학년 승부차기 시합에서 승승장구하여 결승에까지 진출하여 그날 전체 아이들이 보는 가운데서 승부차기 결승을 벌였습니다. 양쪽의 승리에 대한 의지가 워낙 팽팽해서 그런지 승패가 결정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공동 우승을 한 것으로 결판이 났습니다.   
 
 점심을 먹고나서는 수업을 조금 더 하고 집에 간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그날 저녁 학급 카페에 아이들 모두가 수고했다는 내용으로 아주 간단하게 글을 올렸습니다. 아래에 있는 빨간색 제목과 파란색 문장은 아이들이 보라고 카페에 올려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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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두 수고했다~~

 

번호 : 62   글쓴이 : 깜쌤
조회 : 102   스크랩 : 0   날짜 : 2006.05.04 21:49

시합에다가

달리기에다가

거기다가 과학 수업까지.....

 

모두 고생 많았다.

알러뷰!!

 

 

깜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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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올려둔 글에 대한 댓글이 바로 밑에 나와 있습니다. 학급 어린이 37명

가운데 거의 모든 아이가 댓글을 달았지만 일부분만 복사하여 올려둔 것입니다.

댓글 가운데를 자세히 보시면 분홍색으로 제가 달아둔 글이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왜 그런 글이 들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밑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먼저 아이들의

반응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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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뭐... 06.05.04 22:44
 
선생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06.05.04 23:09
 
선생님 주말 잘 보내세요. 06.05.04 23:21
 
선생님도 연휴인데 푸욱~!!~~~~ 쉬세요>*< 06.05.05 07:58
 
선생님 괞찬아요 선생님이랑수업하니깐정말재밌는데요 06.05.05 08:51
 
선생님 푹 쉬세요~~ 06.05.05 12:04
 
선생님도 수고하셨습니다~ 06.05.05 16:10
 
에이~그때는 선생님께서 더 고생했는걸요~ 잘보내세요~ 06.05.05 16:12
 
예이~ 06.05.05 17:16
 
선생님께서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하구요..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06.05.05 17:49
 
햇빛에 계셔서 피곤하시고 힘드실텐데 정말 노고하셨습니다. 좋은시간 선생님께서 잘 보내주셨구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06.05.05 19:56
 
엇 나는그때춘계체육대회했는뎀 06.05.05 22:17
 
선생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06.05.06 08:02
 
선생님도 수고하셨습니다. 06.05.07 22:42
 
여기까지만 보너스 한개씩 저금해준다. 06.05.08 06:53
 
성은히 망극 하옵 나이다~~ 06.05.08 22:41
 
제가 미련했나봅니다. 죄송합니다.. 윗글에 대해.. 06.05.08 16:43
 
괜찮습니다...그리고 선생님도 수고 하셨죠! 제가 너무 늦게 댓글을 다네요^^;; 06.05.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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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가르쳤던 이 아이들도 처음부터 그런 댓글을 달줄 알았던 아이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습관이나 버릇은 아예 없었던 아이들이죠. 3월초 아이들과 첫만남을 가진 그날에 카페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댓글을 다는 방법과 요령을 지도했습니다.

 

단순한 글은 누구나 다 달줄 압니다. 문제는 마음이고 정성이며 본심(本心)이죠. 담임교사에게 잘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다는 댓글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말한마디의 의미를 알게하고 위력을 깨닫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이런 댓글을 달 줄 몰랐습니다. 담임 교사가 올리는 글에 대해 가볍게 여기기도 하고 장난스럽게 대꾸하기도 했으며 우습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다는 글의 내용을 세말하게 관찰한 뒤 국어시간을 이용하여 글자가 가지는 위력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글 속에는 자기의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해 두면 됩니다.

 

소풍을 간다거나 수학여행을 다녀온다거나 아이들이 마음 상해서 집에 돌아갔다거나 할 때 담임 교사는 카페에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카페 운영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만 그렇게 올린 글에 대해 의미를 생각해보고 자기 마음을 담아 글을 올리도록 이야기를 하는 정도로만 해도 아이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할 줄 알게 될 것입니다.

 

잘 쓴 글에 대해서는 특별히 보상해줍니다. 그 보상이라는 것은 우리 학급에서 보너스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무엇이라도 잘 한 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 바로 보너스 제도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청소 검사를 할때 다른 아이들에게는 깐깐하게 검사를 하고 진심어린 댓글을 달아준 아이는 쉽게 합격을 시켜줄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항의를 할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항의를 하고도 남을 아이들입니다. 그럴 때 점잖게 (정말 점잖게) 한마디 해줍니다.

 

"누구누구가 청소 검사에서 쉽게 합격을 하는 것을 보니 다른 사람들은 차별당한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구나. 진심어린 감사를 나타내는 아이라면 청소 하나라도 정말 진심으로 하지 않겠니? 그리고 입장을 바꾸어서 너희들이 선생님이라면 어떤 아이부터 합격시켜 주겠니?

 

하나를 보면 열가지를 알 수 있다는 표현에 대해 너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니?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터 청소를 새로 다시 해보자. 자기 맡은 청소를 열심히 진심어린 자세를 가지고 하는 사람부터 합격을 시켜주기로 한다."

 

(청소 분담과 지도 요령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이 카테고리 속의 글 가운데 "청소는 이벤트다 1,2"편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 글을 이해하기가 훨씬 더 쉬울 것입니다. 보너스 제도에 관한 이야기도 나중에 따로 할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정도로만 말해도 알아듣습니다. 다시 청소를 시켜보면 정말 세심하게 열심히 잘 할 것입니다. 청소 시간이 끝난 뒤 아이들을 다 모아두고 다시 한번 아이들의 자세에 대해 언급하고 변한 자세에 대해 칭찬을 해주면 됩니다. 그런 식으로 행동을 교정해 나갑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교사는 방과후 시간이나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하여 아이들 청소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카페에 올려주고 칭찬하는 글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댓글이 와그르르 쏟아질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하기 보다는 겸손해지기 시작하고 도리어 선생님께서 수고하셨다는 식으로 감사하는 글을 달게 될 것입니다.

 

습관이 되면 사람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사람은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식으로 입으로 백날 천날 떠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차분하고 세밀하게 지도를 해 나가는 것이지 원론적인 이론을 가지고 강의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