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감사는 아무나 하나? 1

by 깜쌤 2007. 2. 20.

많은 사람들이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위 아래도 없고 예의염치가 없음은 물론 신의(信義)도 없으며 개망나니 같이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사람을 볼 때 "본데 없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확실히 요즘 아이들은 본데없이 행동합니다. 본데 없다는 정도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래도 점잖은 표현일 것입니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어서, 이익을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어른들과 비교해서도 조금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요즘 아이들은 확실히 영악하고 당돌하며 맹랑한 존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본데 없기'만 하다면 그래도 봐줄만 하지만 '든것 없기'까지 하다면 정말 아무데나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부근에는 그런 쓸모없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악하고 당돌한 것은 어른 입장에서 아이들을 보고 표현한 말이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그 속에는 좋은 의미를 조금은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이들 행동 모습을 보고 대부분의 어른들이 버릇없다느니 본데 없다느니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을 보면 문제가 많이 심각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보고 그런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을까요? 나는 교육학자도 아니고 사회학자도 아니므로 교육적 역사적인 견지에서 그 원인을 분석해서 이러니저러니 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도리어 제 자신이 아예 그럴 처지와 수준이 못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밝혀두고 이야기를 해나가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이 글 속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교사가 아이들로 하여금 예의염치나마 조금 알도록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뿐입니다.  

 

아이들이 버릇이 없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성장하는 단계에 있으니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하는 처지이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만 아이들이라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그냥 봐준다는 것은 어찌보면 찜찜한 일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누구나 다 바쁘게 삽니다. 그러니 가정에서도 부모님들이 자녀교육에 신경쓸 겨를이 없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예전처럼 자녀들도 많이 낳는 것도 아니므로 한두명의 자녀를 두고 공주나 왕자로 키우는 것 자체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왕자나 공주로 키워 낸 그 여파가 가장 쉽게 밀려드는 곳이 바로 학교라는 곳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제 멋대로다', '통제가 안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아이들의 행동을 교정해주고 바르게 키워주는 것이 교사가 할 일 이기도 합니다.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해버려서 자기 나름대로의 행동 양식을 가지고 있고 사고체계를 형성해버린 고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예의와 염치를 알도록 지도해서 바르게 잡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미 성인에 접근한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통해서 스스로 체득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초등학생이라면 아직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도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행동교정이 가능하고 잘못된 것을 바르게 잡아나갈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이런 일을 소홀히 하게되면 국민들로 부터 거둔 세금을 월급으로 받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이 카테고리 속의 다른 글에서 교사의 가장 중요한 두가지 본분은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라고 이야기한 바가 있습니다. 행정적인 업무처리 능력도 중요하긴 마찬가지지만 그쪽 분야의 일은 잘 따지고 보면 곁가지 일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인성교육의 영역은 너무나 거대하고 광범위한 것이어서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할지 정말 막막하기만 한 주제입니다. 나는 앞에서 식사예절, 심부름하기, 물건 드리기, 인사하기, 청소하기 등의 지도 기법을 통해 조금씩 이에 관해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오늘은 인성교육이라는 수많은 작은 영역들 가운데서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요즘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교급식을 합니다.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음식재료의 신선도 여부나 영양가, 맛의 유무와 청결정도 등과 같은 문제들은 일단 급식소와 행정실과 학교 경영자들의 몫으로 돌려주고 여기서는 교육적인 견지에서만 생각을 해보기로 합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돈을 내고 먹는 음식이므로 음식을 먹는 그 자체를 당연시하게 됩니다. 내가 내 돈을 내고 먹는 것이라는 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으므로 권리는 주장할 줄 알지만 정작 감사하는 마음 자체는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교사가 해야할 일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의 그런 권리 주장도 중요하지만 남을 배려하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고 이해해주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접근 가능한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연말이 가까워져서 한해를 정리하는 시기가 가까워지면 아이들로 하여금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이런 글쓰기를 단순히 과제로 제시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오라고 하면 아이들은 부담스러워 합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면밀히 살펴보면 틀림없이 연말에는 편지쓰기 단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 실제 생활 장면과 연관시켜 편지를 써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급식소에서 우리가 먹을 식사를 위해 수고를 해주시는 아주머니들을 위해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는 것이 어떠냐 하는 식으로 설득을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분좋게 편지를 써오게 됩니다.

 

물론 수업시간에 쓰게 해도 효과적입니다만 중요한 것은 왜 그런 학습을 하느냐 하는 이유와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 것이 교육적인 면과 효과면에서도 뛰어납니다.

 

이런 시간은 도덕과 학습내용과 관련지어 지도를 할 수도 있겠고 가능하다면 도덕과나 국어과 수행평가와 연관지어 내용을 쓰게한다면 더욱 더 좋을 것입니다. 편지는 이왕이면 예쁜 종이에 써오게 합니다. 글자체가 나쁜 아이들을 위해 컴퓨터로 작성해도 좋다는 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하면 더욱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써 온 편지글을 단순히 읽어보고 치울 것이라면 처음부터 과제를 내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교사가 찬찬히 읽어본 뒤에 우수한 글은 아이들에게 읽어준다든지 혹은 편지를 써온 아이가 앞에 나와서 감정을 넣어 읽도록 하면 더욱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편지를 소개하고 난 뒤 모조지 전지에다가 예쁘게 배치를 해서 풀로 붙이게 합니다. 이런 일은 여자 아이들이 잘 해낼 것입니다. 이런 소소한 일까지 교사가 직접 나서서 붙이고 꾸미고 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에 속합니다. 자잘구레한 일들은 과감하게 아이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30명이 넘는 학급이라고 해도 모조지 두장이나 석장이면 편지를 모두 다 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학급 자랑판에 잠시 게시를 해두거나 복도 벽면 같은 곳에 부착해서 모두가 다 읽어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런 뒤 학급대표들이 곱게 들고 급식소를 방문해서 감사 인사를 하고 전달하도록 시켜보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당연히 교사는 안따라가도 됩니다.  

 

그 정도 일은 아이들 스스로가 하도록 만들어 봅시다. 그리고 난 뒤 며칠 뒤에라도 혹시 급식된 음식물의 양이 모자랄 경우에는 편지를 전달했던 아이들을 불러 급식소에 가서 음식을 더 받아오도록 시켜봅니다. 그러면서 급식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반응과 표정을 알아보게 하는 것이죠.

 

백발백중으로 아이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스스로 체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국어 시간이라면 이런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속담을 알아보게 한다든지 느낌을 발표하게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정규수업 시간과 관련지어 지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꼭 교과서 내용을 기억하고 시험용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전부일까요? 

 

감사하는 말과 글이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가지는지를 직접 알아보게 하므로서 인간적인 성숙미를 가지게 하는 것은 의외로 쉬운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글을 쓰는 저도 이런 수준의 기법은 어느 정도 관록이 붙은 교사라면 누구나 다 사용할 줄 아는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방법을 교과와 연결시켜 교육과정 실현의 방편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인간적인 성숙미를 가지도록 자연스럽게 관련지어 지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적인 관건이라는 것이지요. 말로만 거창스럽게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백날 부르짖어 보아도 헛것일 것입니다.

 

의외로 간단한 생활속의 장면을 통해 아이들의 심성을 순화시켜 나가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세상살이의 요체를 깨닫게 함으로서 남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즐거움이 아닐까요?

 

(다음 글에 계속)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