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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영어연극, 아이들이 스스로 하도록 만들자 4

by 깜쌤 2007. 1. 31.

 두번째 주일에는 이제 대사를 완벽하게 다 외우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첫째주에 줄기차게 읽었다면 주연배우들은 거의 다 외웠을 것입니다. 보통 똑똑한 아이들이 주연을 맡게 되므로 어지간하면 다외우더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 대사의 상대가 되는 아이와 함께 외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혼잣말로 하는 독백이 아니라면 당연히 말을 하는 상대방이 있어야 하므로 같이 대사를 해가며 외우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죠.

 

이때쯤 슬금슬금 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보는 연속극을 예로 들어가며 눈과 손의 처리, 표정, 말하는 방법과 목소리의 크기 등을 유심히 살펴보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6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는 <어떤 크리스마스>라는 우리말 극본이 소개됩니다. 그 이야기의 원본은 영화 <34번가의 기적>입니다. 저는 방학전 우리말 연극 발표회를 대비하여 11월 중순쯤 되면 그 영화를 아이들에게 미리 보여주면서 연기를 유심히 살펴보도록 시킵니다.

 

검사와 변호사의 역할, 판사의 어법과 역할, 방청객들의 모습..... 이런 것들을 유심히 보라고 권합니다. 물론 사회 교육과정과 연결시켜 사법부에 관한 지도를 하는 것을 잊으면 안되죠. 나중에 우리말 연극을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영어 연극을 할때는 다른 영화를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입니다. 단 아이들 수준에 맞아야 하고 건전하며 흥미진진한 것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사운드 오브 뮤직>같은 영화를 보여주는 식이죠.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영화음악 가운데 어떤 곡은 6학년 음악 교과서에도 등장하므로 그런 교과와 관련지어서 보여주어도 좋을 것입니다. 교재로 쓸 수 있는 영화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제 블로그의 카테고리 가운데 "영화로 배우는 공부"를 보시면 청소년들에게 보여줄만한 영화에 관한 글들이 수북하게 들어 있을 것입니다.

 

혹시 이글을 보시는 분 가운데 자녀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닌다면 글 속에 소개한 영화 가운데 하나를 골라 DVD나 비디오 테잎을 빌려서 같이 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네요. 하여튼 교육적인 효과가 가득한 그런 멋진 영화들을 골라 같이 보면서 연기에 참고하도록 하면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날 것입니다.

 

배우가 자리잡아야 할 무대에서의 위치와 몸동작 등을 이야기 해주면 아이들은 쉽게 이해합니다. 교육에서 창의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학자들 몫이고 실제 학습현장에서 창의성을 개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적용해보는 것은 교사들의 몫입니다. 

 

아이들의 연기만 하더라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창의성이 뛰어난 아이들은 금방 이해를 해서 기막힌 연기를 보여줍니다. 대본의 행간에 스며들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고 다음 동작과의 연결을 부드럽게 하는 것은 모두 아이들 몫입니다. 교사가 그런 것 까지 일일이 지도하려면 녹다운되기 딱 맞습니다.

 

중고등학교 아이들이라면 알아서 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은 그렇게 못한다는 관념을 가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도 기가 막히게 알아서 잘 처리해줍니다.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교육은 교사의 독점물이 아니며 학부모의 전유물도 결코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재량을 주고 끼를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볼때마다 땅을 치며 통곡하고 싶은 모습이 됩니다. 어거지로 머리 속에 지식을 밀어넣는 이런 교육이 언제쯤 되어야 끝이 날지 정말 궁금합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공원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짬을 내어 연습을 해보는 것을 찍은 것입니다.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를 하며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어른들이 깜짝놀라 쳐다보기도 하더군요. 은근슬쩍 아이들의 자존심을 부추겨주면 정신없이 열심히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꾸중과 체벌은 아이를 망치게 만들어도 칭찬과 인정과 격려는 아이를 살리는 가장 멋진 지름길이 됩니다. 항상 인정해주고 자주 칭찬해주며 보상 기회를 만들어주고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면 정신없이 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인 것입니다.

 

 

 

 

 어느 정도 연습이 이루어지면 한번씩 교실로 불러서 모둠별로 연습 공연을 해보도록 시킵니다. 사실 이런 과정을 거치는데서 교사의 진이 빠져버립니다. 정말 힘드는 순간이죠. 간단한 복장과 소품을 이용해서 연기를 하도록 해보는 것인데 짜증나는 일도 많이 발생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마이크 없이 연극을 한다는 사실을 미리 강조해둡니다. 마이크를 사용하면 배우들의 동선이 제한되어 연극 자체가 힘들어지므로 마이크 없이 오직 육성으로만 하게 하는 것이죠. 그럴 경우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오직 큰소리를 내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해둡니다.

 

자동적으로 아이들은 큰 소리로 연습을 해야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거기다가 연기까지 같이 해야하므로 순간적인 판단력, 암기력, 자신감, 배짱등이 자기도 모르게 길러지는 것이죠. 교사는 그런 사실을 노리고 일부러 마이크 없이 공연한다고 강조해두고 실제 공연에서도 마이크 없이 해버립니다.

 

사실 학기말에 이런 연습을 시키다보면 교사에게는 하루라는 시간이 언제 흘러가버리는지 모를 정도가 됩니다. 물론 정상적인 수업을 해가며 성적 입력작업을 동시에 하고 그러면서 연극공연 지도까지 하는 것이므로 힘에 부치는 것이 맞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같이 흘러 가는 것이므로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고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연습과정을 거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을 안쓰럽게 생각하여 학부모님들 가운데는 간식을 넣어드리겠다는 제의가 오기도 하지만 저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한번 받기 시작하면 다른 분들도 체면 때문에라도 간식을 제공을 해야하니 결국 민폐가 되고 맙니다. 

 

이런 식으로 두번째 주가 거의 다 지나가게 될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 주가 됩니다. 연기가 능숙하게 되도록 만들어야 하죠. 그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