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졸업생들에게!

by 깜쌤 2007. 2. 19.

 

 

  2007년 2월 14일 졸업을 했구나. 이젠 유치원이라는 곳을 거의 다 다니는 시절이니 너희들 평생에 두번째 졸업을 하는 것이겠지? 축하해. 비록 강당이 없는 학교여서 장소가 조금 그렇긴 하다만 비가 오는 날씨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단다.

 

 

 

 

 나는 너희들보다 강산이 너댓번은 바뀌어야하는 긴 세월 전에 졸업을 했단다. 전쟁이 끝난지 한 십여년 약간 더 지난 시대였으니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었지. 짚으로 짠 가마니를 튼튼한 막대기에 끼워서 만든 들것에다가 삽으로 흙을 파서 조금씩 넓혀나간 학교 운동장을 밟고 나도 산골짜기 학교나마 6년을 다녔단다.

 

 

 

 

  너희들도 졸업장을 받더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아이는 그냥 웃어가며 대강 꾸벅 인사를 하고 받아가더구나. 너희들의 발랄함과 밝음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이해한단다. 너희들이 잘못하더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란다. 모두 고생 많았다. 그간 힘들었지?

 

그날 참석하신 많은 분들이 너희들의 멋진 태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깔끔한 차림과 단정한 태도는 최근에는 보기 어려웠다는데 너희들 졸업식장에서 그런 귀한 모습을 보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 하셨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나와 같이 시골 학교를 다닌 내 누이는 이 학교 운동장을 끝으로 하여 더 이상 학교 마당을 밟아보지 못했단다. 졸업식을 끝내고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집에 돌아온 작은 누님의 빨개진 두 눈이 사십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기억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바람 숭숭 들어오는 작은 마룻바닥 교실 앞면을 천으로 가리고 반딧불이 두마리를 마주보게 붙여둔 뒤 그 사이에  마름모꼴로 오려 붙인 종이 위에 '축 졸업'이라는 글씨를 붓으로 써서 달았던 졸업식장이 눈에 선하구나. 너희들은 이런 장면을 오랜 세월이 흘러 간 뒤에 쉽게 떠 올릴 수 있겠지? 

 

 

 

 

 

 졸업식을 끝낸 뒤 '사은회'라는 것을 잠시 했단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들러 앉아 작은 음식을 나눈 뒤에 헤어져야 했지만 나는 일찍 나올 수밖에 없었단다. 새로 이사를 간 먼 곳으로 하루 한번 가는 기차를 타고 서둘러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었지. 참, 우리는 그런 작은 모임도 없이 그냥 헤어졌구나. 사은회라는 것을 해본 것이 언제였던가? 

 

 

 

 

받은 여러가지 상장들도 잘 간수해두기 바란다. 철부지 어떤 아이들은 졸업장도 잘 챙기지 못하고 흘리고 가는 모양이더라. 어떨 때 너희들의 반응을 보면 상장의 의미보다 상품에 더 가치를 두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더구나.

 

 

 

 

  

 내가 졸업을 했던 학교 교무실 입구 현관문이 이런 식으로 생겨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구나. 너무 많은 시간이 가버렸기 때문이지 싶다.

 

 

 

 

 

 밝게 웃는 너희들을 보니 너무 보기 좋구나. 환한 앞날이 가득하기를 빈단다. 평생에 딱 한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라는 졸업식 노래를 부르고 교가를 불러도 마음 깊숙히 우러나오는 감동이 없다면 모교 사랑이라는 말이 헛것이 될지도 모른단다.

 

 

 

 

 

 

 내 마음이 여려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는 졸업식 노래를 다 부를 수가 없었단다. 그날 그 졸업식장에서 얼굴을 본 이후로 다시는 못 본 얼굴들이 얼마나 많은지......  낯설고 물설은 곳으로 모두 뿔뿔이 떠나버렸기에 그랬을까? 식모살이로 공장 직공으로 버스 차장 보조로 떠난 많은 얼굴들이 그리워진단다.

 

 

 

 

 

 모두 잘 가. 그 동안 고생 많이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단다. 까탈스런 선생을 만나서 일년간은 정말 힘들었지?

 

 

 

  

 한 곳에서 시작된 철길이 여러 개로 갈라지듯이 너희들 인생도 모두 다 다른 길로 펼쳐질 것이란다. 나중 어디 쯤에서 다시 만나고 합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이 밝고 환한 미소를 잘 간직하렴. 세월이라는 녀석은 소리없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달리더구나.

 

 

 

 

 이제 너희들은 방금 싹튼 어린 모종에 지나지 않는단다. 어른들이 물도 주고 거름도 주어서 잘 길러야 하지만 선한 농부만 가득한 세상은 결코 아니란다. 농부 가운데는 뽑아 던지기도 하고 꺾고 짓밟기를 좋아하는 엉터리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모두 자라서 큰 나무가 되기를 빈단다. 그늘이 짙은 큰 나무가 되어야지. 많은 새가 깃들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우람한 나무가 되기를 빈단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면 더욱 더 좋겠지.

 

그럼 안녕~~

 

 

깜쌤

 

 

 

 

 

 

 

'사람살이 > 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화차를 마시며~~  (0) 2007.02.28
만남  (0) 2007.02.25
게판  (0) 2007.02.15
빗소리를 들으며  (0) 2007.02.11
  (0) 2007.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