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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영어연극, 아이들이 스스로 하도록 만들자 3

by 깜쌤 2007. 1. 30.

팀을 구성했으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대본읽기에 들어갑니다. 제 경우 대본은 주로 인터넷을 사용하여 공개된 자료를 구했습니다. 이때 고려할 아주 중요한 문제가운데 하나는 아이들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과 교육과정과의 관련성 및 어휘와 문장의 난이도 정도, 대본의 길이 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입니다.

 

지난 여름, 우리반 아이들 가운데 한 모둠은 "레 미제라블"의 앞부분을 공연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시피 장발장이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 촛대를 훔쳐가지고 갔다가 붙들리게 되고 결국은 회심(回心)을 하게 되는 바로 그 부분인데요, 그 부분은 6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소개되므로 교육과정과의 관련을 찾을 수 있다는 식이 되겠습니다.

 

팀을 구성하고 난 뒤에는 팀별로 대본을 선택하게 합니다. 이때도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해주기 보다는 아이들이 선택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영어 수업과 관련을 지어서 대본을 프로젝션 티비에 비춰두고 다같이 읽어보게 하여 난이도와 흥미도를 함께 알아보는 방법도 좋을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초등학교 표준 교실이라면 프로젝션 티비와 컴퓨터 등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으므로 함께 공부하고 읽어보는데 아무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실물화상기가 교실에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여 대본을 확대해서 비춰두고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는 보통 연습에서 공연까지 3주일이라는 시간을 줍니다. 처음 한주일은 대본을 가지고 함께 읽는 연습을 시킵니다. 정상적인 아이들이라면 그렇게 읽는 가운데 다 외워버립니다. 요즘 아이들은 다 바빠서 함께 모일 시간이 부족하므로 하루 한시간 정도만 연습하게 합니다.

 

또 무더운 7월이라면 교육과정 운영의 묘를 살려 감축기로 실시할 수도 있으므로 학교 형편을 이용하여 오후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야된다고 아우성을 치기도 하지만 그런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합니다. 저는 학급 카페(블로그가 아닙니다)에 글을 올려 학부모님들의 양해를 구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가끔 한번씩은 아이들을 교실로 오라고 해서 발음이나 억양등을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의외로 발음이 틀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꼭 수정해 주어야 하죠. 아이들이 자주 틀리는 낱말을 골라 영어 수업시간에 함께 발음 연습을 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아이들이 단순한 낱말을 외우는 것보다 문장 전체를 외우는 것이 훨씬 더 큰효과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문장 전체의 의미를 생각하고 입에 붙어서 저절로 나오도록 반복해서 읽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아이들은 철저히 팀별로 연습을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저번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제 3주일짜리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는 것이죠. 팀장은 아무래도 영어 실력이 있고 책임감이 있는 아이가 좋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끼리 모여서 행동하다보면 자기들끼리 수없이 많은 갈등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누구는 연습을 게을리한다느니 누구는 연습에 참가하지 않고 집에 가벼렸다느니 하는 식으로 신고가 들어오기도 하고 일기장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이때 어지간하면 팀 리더의 편을 들어줍니다. 그래야 팀 전체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팀 리더 가운데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쉽게 휘어잡기도 하는데 그런 아이들이야말로 장래의 훌륭한 지도자 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교사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데 같은 또래 중에서 완력을 쓰지 않고 마음대로 음직이도록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끔가다가 그런 아이들을 한번씩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 땐 선생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죠.

 

영어연극 자체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성격과 능력을 확인해보고 관찰해보는데 이것만큼 좋은 기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갈등상황이 생기면 교사가 나서서 해결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아이들이 불만을 가지지 못하도록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학교 급식이 없는 날 도시락을 준비해와서 함께 먹으면서 연습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학교 급식만을 먹다가 모처럼 어머니께서 준비해 주신 도시락을 먹어본다는 그 사실 자체를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이런 날은 어머니들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 좋지 않는냐는 식으로 설득을 하고 아이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면 아주 효과적입니다.

 

몇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이런 일은 교사의 의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아이들을 자주 격려하고 아이들이 가지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대본도 인터넷 주소만 가르쳐주면 아이들이 스스로 다운로드 시키고 알아보기 쉽도록 편집해서 자기들이 인쇄하여 보기도 합니다. 그런 것은 컴퓨터를 다루는 정보생활 교과와 관련지어 지도를 해도 될 것입니다.

 

결국 교사는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중요한 내용들을 머리속에 넣어두고 적당하게 관련지어 지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면 엄청 편해집니다.

 

유능한 교사는 어려운 것도 쉽게 가르치고 쉽게 처리해 나가지만 무능한 교사는 쉬운 일도 어렵게 처리하고 어렵게 가르친다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유능하다는 말은 아니니 기분나쁘게 받아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죠.

 

처음 일주일 동안 대본을 규칙적으로 읽었으니 한주일 정도만 지나면 이제 어느정도 외우게 됩니다. 배역은 아이들이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교사가 꼭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교사가 개인적인 정에 이끌리거나 학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일방적으로 배역을 맡기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닐 것입니다.

 

철저하게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되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테면 주인공을 맡은 아이가 대사를 다 외우지 못한다든지 발음이 너무 엉터리라든지 할 경우에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배역을 바꿔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도덕 교과 시간에 공과 사를 구별하는 교육을 미리 해두면 의외로 쉽게 해결됩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막무가내로 욕심부리는 존재가 아닙니다. 괜히 어른들이 아이들 문제에 끼어들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될 수 있는 한 어른들은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차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에서 교사의 처신과 태도가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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