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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비경 석림(石林) 5 - 천복찻집

by 깜쌤 2007. 1. 24.

 석림을 보고 나왔으니 이젠 다시 곤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만약 다음에 다시 간다면 석림에 머물러야겠다. 작은 도시에 머무르면서 이족의 생활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석림에서 곤명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물으니 모두 다 저쪽, 저쪽이라고만 이야기를 한다. 이 도로를 따라가봐도 없고 저 도로를 따라 가봐도 없으니 할수없이 석림 입구 부근의 정류장에 가서 차편을 찾아야만 했다.

 

우리는 중국어에 능통하지 못하고 길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 모두는 영어가 잘 되지 않으니 대화 자체가 겉돌기만 했다. 결국 곤명행 버스를 타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방금 말한대로 입구 부근 정류장에 가는 것이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석림 입구 부근의 정류장에는 정식 운행 허가를 받은 버스들이 출발하는 그런 장소가 아니다. 거긴 곤명으로 가는 작은 버스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사람이 다 차면 가는 그런 종류의 차들이 대기하는 곳이다. 

 

물론 한쪽에는 관광버스들이 대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버스들은 단체관광객들에게 해당하는 것이니 우리는 우리가 타고 가야할 차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차들 크기로 비교하면 다마스나 타우너 정도의 작은 차들부터 시작해서 미니 버스 종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차들은 좌석이 다 차야만 가는 것들이므로 우리가 급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가는 것이 아니다.

 

일찍 가려면 돈을 더주면 된다. 일종의 전세차인 셈이다. 우리가 사전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곤명까지 큰차는 15원, 작은 차는 20원 정도에 탈 수 있었다. 문제는 손님을 끌어모으는 동안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리는 이탈리아 여자 셋을 만났다. 그녀들은 오늘 밤차를 타고 계림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급할 수밖에 없게 생겼다. 그녀들이 셋이고 우리가 셋이니 잘만 맞추면 빨리 갈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그녀들과 같이 움직이는게 편하지 싶어서 그녀들과 함께 차를 찾아보기로 했다. 

 

처음에 영어를 조금 하는 기사는 다마스 정도의 차를 180원으로 불렀다. 이탈리아 여자가 단번에 대꾸를 해준다.

 

유 크레이지?"

 

그녀들도 차에 대한 정보는 다 가지고 있다. 자세히 보니 이탈리아판 론리 플래닛을 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야 늦게가도 상관없지만 그녀들은 정말 다급하다. 내가 괜히 그녀들에 대해 동정심이 생겨서 충고를 해준다.

 

"이탈리아 미녀 아가씨들, 중국 기차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않습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하면 기차를 놓치게 됩니다. 일인당 30원이라도 타고 가는게 나을 것입니다."

 

자기들끼리 의논을 하더니 일인당 30원을 주고서라도 타는게 낫다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우리보고 그렇게 하겠는냐고 제안을 해오기에 우리는 그 정도면 타고 갈수 있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결국 우리는 30원씩 내기로 하고 차를 구했다. 이탈리아 아가씨들은 자기들 때문에 우리가 돈을 더내야 하므로 자기들이 더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가 정중하게 거절했다.

 

"우리도 같은 배낭여행자요. 나는 이번이 중국만 4번째 방문이오. 당신네들 심정이나 형편은 다 잘 알고 이해를 하므로 이때는 같이 고생하고 같이 부담하는게 도리요. 덕분에 우리도 일찍 가지 않소?"

 

그녀들은 고마워서 어쩔줄 몰라했다. 2002년 월드컵때 한국 사람들은 굉장한 에너지를 가졌다는 둥 어쨌다는 둥 칭찬일색으로 나온다. 빈말이라도 고맙기만 했다. 그런 그녀들이 이번에는 고민을 한다. 곤명시내 카멜리아 호텔까지 가는데 운전기사에게 교섭을 해줄수 없느냐고 물어오는 것이다. 운전기사가 영어를 모르기 때문이지만 그런 부탁쯤이야 아주 간단하다.

 

메모지를 꺼내 한자로 카멜리아 호텔(茶花 다화반점)까지 데려다 달라고 써서 기사에게 보여 주었더니 오케이 대답이 순순히 돌아왔다. 카멜리아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茶花 정도로 번역되어 나올 것이다. 내가 한자를 써서 기사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보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더니 이내 고마워한다.

 

   

 

"어떻게 중국 글자를 알고 쓰는 것이죠?"

"그런 정도는 상식 아니겠습니까? 마치 배운 유럽인들이 라틴어를 알고 쓰듯이 우리도 중국 글자는 상식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은 조금 다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계림과 양삭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그녀들에게 가르쳐주었다. 배낭여행자끼리는 그런 식으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싼 숙소와 맛있는 음식점, 교통편 등에 대해 한마디 얻어듣는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그녀들을 카멜리아 빈관 앞에 내려다주고 우리도 같이 내려서는 헤어졌다. 다 이유가 있다. 우리가 머무는 여관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천복(天福) 찻집이 있기 때문이다. 찻집에 가서 차를 좀 사고 싶었기에 어차피 그 부근으로 갔어야 했었다.

 

카멜리아 빈관은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아주 우호적인 곳으로 소문나 있고 천복찻집은 차를 아주 양심적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널리 알려진 곳이니 지금 우리는 배낭여행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소만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나는 얼마전에 용정차(龍井茶 룽징차이)를 조금 구했다. 용정차라면 중국 최고 명품차 가운데 하나가 아니던가? 차를 다 마시고 나면 마치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듯한 느낌이 30분 이상은 지속되는 것 같으니 예사 차가 넘는 것은 확실하다.

 

절강성의 명품차가 용정차라면 운남성은 보이차의 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발효시킨 차 가운데 운남의 보이차는 대단한 명성을 얻고 있으므로 보이차를 조금 구할까 싶어 갔던 것이다.

 

 

 

 역시 소문대로 친절하고 양심적이었다.

 

 

 기분좋게 차를 구한 우리들은 왕빠(=인터넷 바)를 거쳐 여관으로 돌아왔다. 길고 멋진 하루였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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