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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비경 석림(石林) 2

by 깜쌤 2007. 1. 19.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리컨펌(Reconfirm)을 해두지 않았다. 사실 대리에서부터 리컨펌을 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출국이 가까웠으니 반드시 미리 비행기 좌석 재확인을 해두어야 하는 것이다.

 

리컨펌이라고 하는 것은 영어 낱말 그대로 예약을 재확인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정상적인 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예약한 날짜에 비행기를 타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야만 내 좌석이 그대로 살아있게 된다. 2005년에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하여 유럽을 다녀올때나 작년에 동남아를 뒤지고 다닐 때엔 리컨펌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는 리컨펌을 하지 않는 쪽으로 일반적인 흐름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동방항공은 그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전화가 잘 안될때는 찾아가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 택시를 타고 동방항공 사무실을 찾아갔다. 아침 8시 경이어서 그런지 아직 담당 직원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도와주고 싶어도 컴퓨터를 켜서 해야 하는 작업이니 담당자가 아니면 곤란해진다. 할 수 없이 기차를 타러 다시 역으로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탄 뒤 운전기사에게 기차표를 보여주었더니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고 적당하게 알아서 운전을 잘 해 주었다.

 

거의 시간을 맞추어 기차를 탔다. 이젠 석림으로 가는 것이다. 석림은 이름 그대로 돌이 숲을 이루고 있는 그런 곳이다. 기차안에는 중국인들이 가득했다. 완행 보통 열차이니 왁자지껄한 소리가 가득했고 당연히 소란스럽기만했다. 호박씨를 잘 까먹는 사람들만 탔는지 좌석 밑으로는 호박씨 껍질이 수두룩해지고 청소부가 와서 연신 쓸어가기에 바빴다.

 

     

계림에서 곤명으로 올땐 새벽이어서 아까운 경치를 못보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사실 석림은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니까 나로서는 크게 신비로울 것도 없는 경치다. 하지만 처음 가보는 분들은 그게 아니다.

 

곤명에서 갈 때는 기차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할 때 기차의 오른편에 앉는 것이 경치구경을 하는데 유리하다. 석림이 가까워지면 거대한 덕양호수가 보이는데 그 부근의 풍광이 제법 그럴듯하다. 호수 가로 줄지어 선 집들이 아름답다. 기차가 언덕 위로 지나가므로 저 아래쪽으로 멋진 경치가 펼쳐지는 것이다.

 

 

 

 석림역이 가까워 질수록 묘한 바위덩어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하고 연한 회색 바위들인데 평지나 얕은 산에 불쑥 불쑥 솟아올라 있다. 상당히 날카롭게 보이기도 하는데 크게 높은 것은 아니다. 높아보아야 한 10여미터 정도 되려나?

 

 

 

 어떤 곳은 아예 바위들이 작은 봉우리를 이루기도 했다. 기차는 두시간 반이나 걸려서 겨우 석림역에 도착했다.   

 

 

어찌된 셈인지 풀랫폼도 없는 곳에 기차가 서고 만다. 내릴때 조심해야 한다.

 

 

 

 

 참 웃기는 곳이다. 손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석림역은 현대식으로 새로 지었다. 일단 대합실에 들어가서 곤명으로 돌아갈 기차시간표를 알아보았다. 홍과(洪果)에서 오는 기차가 오후 2시 58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미 벌써 열두시가 가까워지고 있으므로 구경할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석림까지는 걸어가도 되지만 시간이 급하니 택시를 타기로 했다. 마차도 있지만 그런 종류의 탈 것들은 돈이 비싸다. 우리는 택시를 타기로 했다. 요금은 9원이다. 아, 싸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지만 알고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석림 입구에 도착해서 표를 샀다 입장료는 거금 80원이다. 우리돈으로 쳐도 12,000원 정도이니 비싸다. 하여튼 중국 관광지 입장료는 세계적으로 비싼 편이다. 보기 싫으면 관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무식한 내 느낌으로 최근 몇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친중 반일 반미쪽으로 외교 방향을 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사회 전체적인 정서도 그런 식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싶지만 나는 중국이 초강국이 되어 거들먹거리는 그런 날을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하다는 느낌이 든다.

 

꼭 누구편을 들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다녀 본 내 느낌으로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외교적인 방향 수립이나 국가 생존 전략 정도는 똑똑하고 잘난 분들이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어떨 땐 우리나라 위정자들의 언행이나 행동을 보면 '이런 것은 아니올씨다'라는 느낌이 들때가 많다.

 

 

  

 석림 입구 전화점에서 동방항공 곤명지점으로 전화를 해서 리컨펌을 했다. 이 항공회사는 아주 특이하게 생년월일과 여권번호까지 확인을 했다. 여권번호 같은 것은 여권 복사본을 들고 다니므로 쉽게 불러줄 수 있다. 

 

배낭여행은 고도로 치밀한 준비를 필요로 한다. 어설프게 하면 맨날 당하거나 실수를 하며 좌충우돌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내가 잘나고 똑똑하다는 말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뜻이니 이해해주기 바란다.

 

 

 

 석림입구에는 소수 민족 복장을 한 수많은 여성분들이 줄을 지어 앉아 있다. 만약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거기서 구하면 된다. 우리는 돈을 아끼는 사람들이므로 가이드 없이 그냥 다니기로 했다. 

 

석림 쪽으로는 이족이 많이 산다고 한다. 여강이 나시족의 땅이고 대리가 백족의 땅이라면 석림은 이족의 생활 터전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도 한족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인구로 밀어붙여서 결국 자기 땅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되놈들의 전통적인 영토확장 수법이다.

 

그런 현상이 지금 티벳과 신강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신쟝에서는 위구르족을 소수민족으로 만들어가고 있고 티벳에서는 장족을 소수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북한이 붕괴하면 북한 영토가 당연히 우리 것이라고 여기는 많은 사람들을 볼때마다 나는 어쩌면 이랗게도 현실감각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북한이 어느날 갑자기 붕괴할 경우 중국군이 밀고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왜 갑자기 고구려 역사와 발해 역사를 중국 역사라고 우기는 것일까?

 

중국인들 입장에서 소극적으로 생각하면 만주에 대한 우리의 영토 소유권 주장을 미리 차단한다는 예비적인 수단일 것이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북한과 우리 땅에 대한 영토적인 야심이 있다는 것 밖에 더 있겠는가?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샜다. 뭐 그렇고 그렇다는 식으로 내 생각을 주절거려 본 것이니까 혹시 생각이 다르더라도 너무 꾸중하지도 말고 시비도 걸지 마시기 바란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석림 구경에 나서보기로 하자.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