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그곳에 사는 인간이 잔혹하거나 매몰차거나 바가지를 자주 덮어 씌우거나 싸가지가 없으면 인상이 흐려지고 만다. 그러므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분들 뿐만아니라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행동 자체가 매우 소중한 것이지만 우리는 사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끔씩은 터무니 없는 짓을 한다. 너무 안타깝고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바로 위 사진을 자 보시기 바란다. 돌멩이에 들어간 그림을 잘 보시면 이해하기가 쉽다. 수석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눈이 팽 돌 정도의 희귀한 돌이 아니던가? 돌에 들어간 그림이 너무 사실적이라는게 문제지만 말이다. 검봉 부근이었던가?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데 중국 청년 한사람이 접근해 왔다.
"니먼 한꿔런?"
"되, 워먼 한궈런! 니스 중궈런?"
한국인임을 확인한 그 중국 어수룩한 청년, 주머니 속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작은 덩어리를 하나 꺼냈다. 종이에 몇겹으로 싸서 아주 귀중한 듯이 보이게 만들었다. 그가 펼쳐보이는 돌멩이를 보고 나는 놀라 자빠질뻔 했다.
수석에 관심이 있어서 돌 감상하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늘을 나는 말그림이 너무나 멋있게 박혀있었던 것이다. 이런 정도의 돌같으면 이것은 보통 돌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중국 운남산 수석인데 특별히 한국인이나까 한개 백원! 특별 가격, 싸다, 정말 싸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여 사망을 낳느니라는 성경말씀을 까먹고는 내가 먼저 혹하여 돌을 받아들고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말 그림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아무리 봐도 수상하긴 한데 돌에 욕심이 생기니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지고 말았다.
"비싸다. 더 싸게 불러보라."
"그러면 한개 90원!"
"비싸, 그렇게 비싸면 못 사지."
"으음..... 특별한 가격으로 80원!
우리돈으로 12,000원이다. 돌멩이 하나에 12,000원을 주려니 아깝지만 혹시 가짜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일단 안사기로 하고 돌아섰다. 그랬더니 그 중국청년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나왔다.
"더 싸게 해줄수도 있다. 정말 특별하게 50원!"
"그래도 비싸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서서 가기로 했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ㄱ부장선생은 처음부터 돌에는 흥미가 없는지라 우리가 하는 짓을 보고 있었고 나와 ㅎ선생은 호기심이 생겨 관심을 보였던 것이 탈이었다. 걸어오면서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냥 나왔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돌에 미련이 생긴 내가 어리석게도 그 청년을 다시 불렀다.
"보소, 청년! 더 싸게 부르면 살 수도 있지."
"그러면 50원!"
그러더니 이 청년이 다른 한개를 더 보여준다. 이번엔 황소다. 황소는 완전 고대 그리스 스타일의 싸움소 같다. 이런 소 그림은 크레타 섬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 정도만 보면 눈치를 챘어야 하건만 소그림 돌을 보는 순간 더욱 더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두개에 50원! 안 팔면 우리도 안사지."
그랬더니 그 청년이 아주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만 할수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두개에 50원을 주고 산 것이다. 두개에 7,500원 정도를 준 것이다. 나는 정말 횡재했다는 생각에 속이 후련해졌다. 돈을 지불하고 나자 그 청년이 다른 것도 있다면서 꺼내 보이는데......
이 주머니, 저 주머니에서 돌을 마구 꺼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하, 이 돌 그림은 가짜다. 돌에다가 그림을 교묘하게 새겨넣은 것이다. 자연석 돌이 아닌 것이다.
"보소, 우리가 당한거요. 이젠 그만 갑시다. 오늘 완전히 당했네."
다른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이젠 내가 나서서 막아야했다. ㅎ부장은 재미있다며 하나 더 사겠다고 나선다. 이게 정말 가짜라고 해도 너무 그럴듯하지 않는냐는 것이다. 모퉁이를 돌아 상점이 즐비한 곳에 와서는 일부러 가게를 찾아가서 살펴보았다. 가서 보니 그와 비슷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가격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게 매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결코 손해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순간적으로 욕심을 부려 잘 판단하지 못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부끄러워졌다. 우리 세 사람은 한참을 웃었다. 기념으로 돌을 꺼내 잔디밭에 놓고 사진촬영을 했던 것이 저 위에 있는 돌맹이 3개짜리 사진이다. 농담을 잘 하는 ㄱ부장이 한마디 해오셨다.
"깜쌤은 우리가 물건을 하나 사려고 할때마다 속는다면서 그렇게 말리더니 오늘은 자기가 뒤집어 썼네. 평생 안속고 살 것 같더니만....."
울수도 없으니 이럴땐 그냥 웃는게 최고다. 이 정도면 가문의 수치에 해당한다. 사실 여행가서 속아본 경험이 이것 말고도 몇번은 된다. 속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내 욕심이 화근이었음을 고백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바틱 천을 탐냈다가 정말 크게 바가지를 쓴 경험이 있다.
한바탕 웃고난 우리 들은 민속공연을 보러갔다. 공짜 공연이니 본전 만회를 해야 한다.
여긴 이족이 사는 땅이다. 그러므로 이족의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무대 시설도 좋았고 음악이 아름다웠다.
너무 원색 의상이 많아서 그런지 나중엔 눈이 아프다.
이런 공연은 안보면 우리만 손해이다. 그러니 악착같이 찾아가서 보아야 하지만 시간이 문제다. 하지만 기차를 타느냐마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니 마음이 편치 않다.
결국 우리들은 공연을 더보고 석림지구를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돌아가는 것은 버스를 타기로 했다. 문제는 곤명으로 가는 버스편에 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안내서에 의하면 2킬로미터 쯤 떨어진 큰길에 나가서 곤명행 버스를 세워 타야한다는 것이다. 그 장소가 어딘지 알 수가 없지만.....
이왕 늦었으니 마음 편하게 구경하기로 했다.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평생에 한두번 올까말까 한 곳이 아닌가? 그러니 돌아가는 차편 걱정은 놓아두고 그냥 더 둘러보기로 했던 것이다.
역시 아기자기하고 아담하다. 괜히 석림, 석림하는 게 아니다.
소석림지구로 들어선 우리들은 봉우리 하나를 잡아서 위로 올라갔고 사방을 둘러본 것이다. 초원의 마못처럼....
석회암 바위틈 여기저기 농경지가 보이기도 했다. 길만 안다면 저런 곳으로 들어와도 되겠다싶다.
그러고보니 규모가 제법 크다. 그리 작은 것은 아니다. 완만한 구릉 너머로 돌무더기가 계속 되었다.
이젠 석림을 거의 다 뒤졌으니 돌아가야했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과연 버스를 어디에서 어떻게 잡아타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는 생길 것이다. 돈과 시간이 문제이지 방법은 다 있게 마련이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남민족촌 1 (0) | 2007.01.25 |
---|---|
비경 석림(石林) 5 - 천복찻집 (0) | 2007.01.24 |
비경 석림(石林) 3 (0) | 2007.01.21 |
비경 석림(石林) 2 (0) | 2007.01.19 |
비경 석림(石林) 1 - 기차타기 (0) | 2007.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