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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운남민족촌 1

by 깜쌤 2007. 1. 25.

 

 

  내일이면 출국해야 하니 오늘이 마지막 날이나 다름없다. 오늘은 운남민족촌을 가기로 했다. 어떤 사람들은 운남민속촌이라고 말하지만 민속촌이 아니고 민족촌이다. 여기 운남성은 소수민족들의 본거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중국 남서부는 중국인들의 땅이 아니다. 한족들이 밀고 들어와서 다수를 점한 뒤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는 것이지 원래 임자는 따로 있는 것이다.

 

중국 지도를 보면 중국 남쪽에 광서장족자치구라는 곳이 있다. 거기에는 장족과 묘족들이 많이 산다.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무술배우 이연걸과 임청하를 아시지 싶다. 화산파 검객 영호충(이연걸 분)이 일월신교의 교주인 동방불패(임청하 분)와 자웅을 가리는 영화 말이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거기에는 중국내의 소수민족인 묘족(苗)이 등장한다. 풀 초 밑에 밭 전자가 들었으니 예전부터 농사를 짓고 살았던 민족일까? 그 이야기는 언제 기회가 닿으면 하기로 하고 이야기의 본류로 넘어가보자.

 

묘족의 주 거주지가 광서장족 자치구 일대이다. 그러니까 중국 남부는 그들의 땅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 묘족은 이제 소수민족으로 전락했고 자기들만의 나라도 한번 세워보지 못하고 서서히 한족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도 만주족의 전철을 밟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다.

 

그럴만큼 중국 남서부에는 소수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운남성에 특히 많아서 그 지역을 소수민족의 보고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니 민속촌이 아니고 민족촌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곤명역 앞에서 미센(국수의 일종임)을 사먹은 우리들은 곧장 역 부근에서 44번 시내버스를 타고 민족촌으로 갔다. 시내를 둘러가는데 소요시간은 약 45분 정도였다. 요금은 2원이었으니 버스 요금은 아직도 싼 편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행도 재미있다. 언제 형편이 된다면 시내버스만을 타고 전국을 한바퀴 도는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

 

    

 

 민족촌 앞에는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어찌보면 용수나무 같기도 하다. 더 자세히 살피면 시멘트로 만든 가짜 같기도 한데 구별이 안된다. 나이든 영감쟁이 세명이 희미한 눈을 가지고 아무리 살펴도 결론이 안나서 심중으로만 가짜라는 의혹을 안고 입장하기로 했다.

 

중국 입장료 이야기는 수도 없이 했으니 오늘은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일기장을 봐도 얼마주고 입장했는지 찾지를 못하겠다. 일기장 내 금전출납부에 기록을 안해두었다. 이런 변이 있나? 다시 모든 기록을 살펴본 결과 입장료는 70원이었다.

 

"아, 비싸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지만 십여년 전 프랑스 빠리의 노틀담 성당 앞에는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이 주루룩 연결해서 접힌 상태로 파는 싸구려 엽서들을 팔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몰려들어서 그런지 어떤 사람들은 우리말로 "한 줄에 원(1)달러, 아! 싸다,싸다" 라는 말을 외치기도 했다. 싸다고 외치지만 안사주니 우리가 보기에도 안쓰럽기만 했다.

 

그런데 어떤 한 사람만은 유달리 잘 팔아치우고 있었다. 치열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그가 외치는 말이 우리들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그는 다른 경쟁자들이 모두 다 싸다고 외칠때 전혀 다른 말을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줄에 원(1)달러, 아! 비싸다. 비싸다."

 

자기 입으로 '비싸다'고 외치고 있지만 그게 더욱 더 양심적으로 비쳐서 그런지 그 사람만 엽서를 많이 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외치는 사연이 웃기는 것이었다.

 

단체관광을 온 한국인들이 워낙 많이 엽서를 사기 때문에 돈도 돈이지만 가이드 양반들이 시간을 엄청 뺐겨서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비싸다고 말하도록 외치게 하면 덜 살것 같아서 누군가가 슬며시 충고를 해준 것이란다.

 

싸다는 그 말은 하면 한국인들이 잘 안사니 '비싸다'라고 말하라고 가르쳐 주었다는데..... 물론 그 흑인 청년들은 '비싸다'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하는 것이다. 결과는 도리어 반대로 나오고 말았다니 할말이 없다.

 

 

 

 

운남민족촌이 차지하고 있는 부지 넓이는 광대하다. 천천히 보려면 하루종일 걸릴 것이다. 태국과 라오스, 중국 서남부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소수 민족들의 생활상을 살펴보는 것이 재미있을 일이지만 기본 지식이 없는 분들이 본다면 단순한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제일 처음 들어간 곳은 다이족 마을이었다. 태채라고 적혀있으니 태국 민족인 모양이다. 여기 중국내에서는 태족(태국민족)이 소수민족인 것이 당연하다. 한족 나라이니 태족은 소수민족 아니던가?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