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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병원에서 돌아와서

by 깜쌤 2007. 1. 12.

 

어제, 그러니까 금요일 오후에 병원을 나왔습니다.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 경과가 좋아서 퇴원을 할수가 있었습니다. 아버지 얼굴에는 주름만 그득합니다. 한때는 팽팽했었는데 말이죠.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아버지와 함께 기차를 타고 그냥 하염없이 서울 쪽으로 가다가 내려서는 안동쪽으로 내려 오는 기차를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던 일이 생각납니다.

 

비스켓 하나 사먹는 일 없이 그냥 자리에만 앉아서 무작정 갔다가 돌아왔던 일이지만 그때의 아버지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이제는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이젠 제가 그때 당시의 아버지보다 훨씬 더 늙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제 머리카락이 은색으로 변했으니 많이 흐른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가 처음 발령을 받아 애리애리한 모습으로 교단에 선 것이 어제 같은데 이미 벌써 제 딸아이가 새내기 선생이라는 딱지를 떼고 경력 몇년을 쌓았으니 세월이 많이 간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인생살이가 도는 모양입니다. 저는 요즘 사람살이가 꽃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아름답고 예쁜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지만 이젠 시들어가니 꽃다웠던 그날이 그립기만 하고 아쉽기만 합니다.

 

 

 

 

제가 죽으면 이 블로그도 사라지지 싶습니다. 관리할 사람이 없으면 저절로 폐쇄될 것이고 그러면 사이버 공간에 쌓아두었던 제 삶의 모습도 사그라들겠지요. 하긴 조금도 아쉬울 것 없는 것이지만 왠지 허망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버지를 시골 집에 모셔두고는 다시 기차를 타고서 내 삶의 보금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드려보지만 쇠약해진 어머니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솟아오릅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저는 모두 별 것 아닌 수수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화려함 없이 그냥 그대로 사그라져가는 풀꽃마냥 덧없는 인생살이를 살았지만 씨앗과 뿌리라는 삶의 자그마한 흔적은 남겼으니 그리 허무하지만은 않지 싶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차를 마셔봅니다. 차향이 아련하게 스며듭니다. 조금 있으면 입안 그득히 달콤한 뒷맛이 퍼져 나갈 것입니다. 나는 그런 뒷맛이 풍기는 인생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를 않았으니...... 모든 것이 그저 다 아쉽기만 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