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강의 골목은 흰벽이 주는 깔끔함으로 덮여있었다. 소수민족 가운데 백족은 흰색으로 칠한 집에 산다고 그러던데 이 나시족 사람들은 그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시장구경을 끝낸 우리들은 슬금슬금 걸어서 사방가로 향했다. 사방가가 가장 번화한 곳이어서 그쪽에는 구경꺼리가 많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몰려드는 어떤 장소가 있다는 것은 그 도시만의 장점이고 자랑이기도 하다.
골목안에는 수많은 가게로 빼곡하다. 민속품을 만드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티셔츠에 그림만을 전문적으로 그려서 파는 가게가 있다. 저번에 와 본 가게의 아가씨는 업종을 바꿔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여강의 매력은 이런 것에 있다. 물길 가에 자리잡은 수많은 크고 작은 레스토랑 말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물길가에 자리잡은 레스토랑은 이미 그 자체가 매력덩어리인데 음식 맛까지 특별하다면 손님들이 몰려들지 않고 배기겠는가?
깔끔하게 식탁을 배치하고 식탁 부근에는 덩굴 식물을 올리고 화분을 배치하면 낭만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내가 사는 경주는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일까? 도시 속으로 물길을 낸다는 것이 보기보다 힘드는 것인줄은 알지만 세계적인 관광지인 베니스나 여강 모두 물길을 따라 삶의 터전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얄궂은 우연에 불과한 일일까?
저녁에 가보면 저런 레스토랑은 빈자리가 없어서 서서 기다려야 할 처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단순히 물길만 있다고 손님들이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물길 속을 보면 더욱 더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
물속에는 사람들이 풀어둔 금붕어 비단잉어 치어들이 자란다. 경주와 같은 성격을 지닌 일본의 고적도시 나라시 하수도에 금붕어가 자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처음에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다가 텔레비전 동영상을 보고 믿게 되었지만 여기 물속에도 고기들이 우글거린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일까? 저런 물길을 그냥 가만 놓아만 두는 것이라면 그것은 아이디어 빈곤에 속한다. 밤이 되면 저번에 말한대로 꽃등을 띄우는 것이다.
여기는 우리가 묵고 있는 객잔 부근 대석교의 밤모습이다. 작은 다리 하나에도 조명을 설치해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레스토랑에서 떨어져 나온 불빛이 물길에 잠겨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할말이 없어지고 만다. 한편으로 우리 형편과 현실을 생각하면 분통이 치밀어 오른다. 중국 산골도시라고 해서 우습게 여기면 곤란하다. 여기 인근 경관은 다음 글에서 소개하겠거니와 경치 하나는 환상적인 곳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어떤 특색을 가진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개발해야 할것이지만 어떨 때 이것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때가 많다. 나야 무엇도 모르는 시골 훈장이어서 아는 것도 없는 삼류인생 미천한 존재이지만 내 눈에도 이런 장단점이 보인다면 안보이는 높으신 분들에게는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싱가포르나 스위스 같은 곳에 시찰단을 보내고 선진지 연수를 아무리 보내면 무엇하는가? 우리의 세금으로 연수가신 의원님들은 술판 벌이다가 돌아오시고 관계자 분들은 그냥 휘익 둘러보고 와서는 "그놈들 별 것 아니더라"라거나 "대단하더라"하는 식으로 한마디 하면 끝인 세상이라면 열불나지 않고 배기겠는가 말이다.
골목은 모두 돌로 단정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비가 와도 질퍽거리지 않는다. 이런 골목이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거나 허옇게 시멘트 포장이 되었다면 이런 운치가 묻어나겠는가?
아무리 봐도 여강은 범상한 도시가 아니다. 여긴 유적 보존도 잘 되어 있거니와 경관 또한 뛰어나다. 그리고 특이한 생활모습을 지닌 소수민족이 산다는 덤까지 붙어있는 곳이다.
우린 이골목 저골목을 다니면서 기웃거렸다.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작은 선물도 몇개 사고 해가면서 시시덕거렸다. 얼빡이 김시덕씨 개그처럼.....
중국인들은 이 벽면 앞에서 한참을 머무른다. 장쩌민의 글씨가 저렇구나 싶었다. 상(=하)나라 유적지가 남겨져 있는 낙양부근 정주시 흙성벽 부근에서 본 청나라 말의 학자였던 곽말약의 글씨가 생각났다. 그런가 하면 서안 비림에서 만나본 수많은 명필들의 글씨가 그 위에 겹쳐지기도 했다.
"세계문화유산
려강고성
강택민"
이런 식으로 도시를 만들수도 있었구나 싶다. 이런 식으로 개발해서 관광객을 모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대표적인 중국 내 도시가 바로 여강이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이 도시만은 꼭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 관광을 담당하시는 공무원님들이라면 반드시 한번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배낭메고 스스로 찾아가 보시라.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곤명을 간 뒤 대리를 거쳐 가시면 된다. 무엇이든지 직접 해보고 겪어보야만 확실하게 배우고 느낄 수 있다. 곤명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강까지 직행하지 말고 반드시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대리까지 가야 한다. 대리도 만만찮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며칠 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대리로 이동했으므로 대리 이야기는 곧 뒤따라 나올 것이다.
여강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사쿠라 반점이 있다. 상당히 규모도 크고 널리 알려진 곳이어서 론리 플래닛 같은 곳에까지 소개가 될 정도이다. 어떤 분들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곳에 왜 일본식으로 이름을 붙였느냐고 언성을 올리기도 한다.
일본의 소니 회사나 토요타 회사는 상품 이름에 일본 이름만 붙이던가? 회사 이름도 꼭 일본식만을 고집하던가? 어떤 분들은 이렇게 응수한다. 그래도 일본 이름은 지나치다고..... 나는 얼굴도 모르는 사쿠라 사장님을 옹호하고 편들어 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우리 한국인들이 여기에 몰려들기 전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여기를 뒤덮었다. 대상을 일본인들로 하고 개업을 했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을까? 일부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국수주의적이고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이젠 막무가내식이고 맹목주의적인 쇼비니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애국심으로 똘똘뭉친 분들은 여강에 가시거든 사쿠라 반점 정도는 들러 보시기 바란다. 한번은 들러볼 만한 곳이다. 내가 갔을때만 해도 저녁에는 좌석이 없을 지경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우린 이층에 올라가서 요리를 시켰다. 저녁을 먹으면서 아래로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재미있었다. 황홀했다.
여강의 밤거리에는 낭만이 흐른다. 사방가 자그마한 광장에는 가설무대가 만들어져서 민속공연이 이루어지고 한쪽에서는 둥글게 원을 만들어서는 팔을 끼거나 손을 잡고 나시족의 전통 리듬에 맞추어 모두들 춤을 춘다. 젊음이 타오르고 낭만이 솟아오른다. 대단한 곳이다.
여긴 단순히 보는 곳이 아니다. 같이 즐기는 곳이다. 같이 함께 모두가 어우러져 한바탕 춤판을 벌이기도 하는 살아움직이는 곳이다. 그게 여강의 매력이고 방문할 만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만고루가 있는 작은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집들이 화려한 빛의 잔치를 벌인다. 보면 볼수록 기막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 그게 여강이다.
저녁 늦게까지 사방가에는 사람들이 넘쳤다.
물길가 레스토랑에는 사랑과 음악과 연인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물길에 촛불 담은 작은 배를 흘려보냈다. 물론 돈을 주고 사서 보내야 한다. 공짜는 없는 것이기에......
어리
버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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