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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고도 리장(麗江) 7

by 깜쌤 2007. 1. 2.

 일본인들이 철쭉을 개량시켜 영산홍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정원수 시장과 분재 시장을 휩쓸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영산홍에 미친 일본인들은 운남성을 보물 단지 정도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수의 철쭉이 이쪽 지방에 자생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리라.

 

그러고 보니 여기 이 시장에도 영산홍 비슷한 나무들이 보였다. 리장의 서점에서 구한 '중국국가지리'라는 책 속에도 철쭉이 만발한 운남의 산하가 많이 소개되고 있었다. 서점에서 구한 중국국가지리는 우리가 잘 아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잡지인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여행하는 그 달에는 특집기사로 샹그릴라 지방이 소개되고 있었으므로 두말 않고 책을 산 것이다.

 

우리가 쓰는 번자 대신 전통 한자를 개조한 간자가 가득 들어있는 책이지만 어쩌다가 한번씩 중국어를 전공한 딸아이가 집에 올때 묻고 물어서 조금씩 뜻을 이해해 나갈수가 있었다.

 

시장에는 조잡한 상품들이 그득하게 널렸다. 푸른색 해방군 모자가 여기서는 인기 상품 같다. 할머니들이 그런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쪽에서는 숯을 팔고 있었다. 숯더미를 보고 있으려니 신라의 전성기때 서라벌 사람들이 숯으로 밥을 지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문득 사방을 들러 보았다. 여기도 온 천지가 기와집인데 연기가 잘 나지 않는다. 물론 평소에는 전기를 사용하겠지만 요리할땐 혹시 숯불을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짐을 나를 때는 비닐 통발 비슷한 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그 속에 물건을 넣어 운반하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지게는 아주 독창적인 발명품 같다. 시장 시설은 아직도 후지고 낡고 초라하지만 정감이 간다.

 

 

 

 

 시장구경을 하던 우리들은 시장 한가운데 우뚝 솟은 통닭 통오리집 광고판을 보았다. 역사가 상당히 오랜 집이라고 써붙여두었다. 청나라 황제에게 오리를 진상한 집이라고 했으니 역사가 깊은 집 아니겠는가?

 

우리는 거기에서 통오리구이 두마리를 샀다. 한마리당 13원 80각이었으니 14원으로 보면 우리돈으로 2,100원정도가 된다. 황제에게 드릴 정도로 맛있는 오리라면 이때 한번 뜯어봐야하지 않겠는가?

 

 

 

 나중에 여관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오리 파티를 열었다. 오리고기를 뜯는 우리들에게 주인집에서는 밥과 반찬을 주어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중국차와 곁들여 마시니 기름기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았다.

 

 

  

 

시장에는 바다고기가 잘 보이지 않았다. 수송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리라. 대신 민물고기들은 다양하게 보였다. 좀 깨끗하게 해놓고 장사를 하면 어디가 덧나는가 보다. 

 

 

 

 채소전에도 들어가보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보니 어느덧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처음 여기 왔을때는 도토리 묵 비슷한 것을 구워파는 난전에서 아주 맛있게 사먹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것을 파는 가게를 찾을 수가 없었다. 리장의 전통요리 같았는데 없어지다니..... 다음에 가면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구리빛이 찬란하게 번쩍거리는 유기전을 지나 마침내 우리들은 시장을 빠져 나가기로 했다. 날도 뜨거워지고 하므로 들어가서 쉬기로 한 것이다.

 

 

 

 나시족은 전통 문자를 가지고 있지만 흔하게 일반적으로 쓰여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시장에서 쓰이는 문자들은 모두 한자 일색이다. 문자와 말을 잃어버리면 민족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만주족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았던가? 괜히 내 마음이 아려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