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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고도 리장(麗江) 5 - 흑룡담

by 깜쌤 2006. 12. 31.

 물길을 따라가면 곧 흑룡담이 나타난다. 처음 본 입구는 굳게 닫혀있었기에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진짜 입구는 다른 곳에 있단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나오게 되므로 걱정말라며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중국식 기외집은 처마끝이 하늘로 더 치켜들어 올라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집들보다 더 날렵하게 보이긴 하지만 어딘지 가볍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같은 건축재료를 써도 나라마다 특징이 있다.

 

 

 옥하(玉河)는 생명의 젖줄 같다. 너른 평원에 물을 대는 기능은 물론이고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삶의 장을 열어준다. 물가에 자란 나무 밑에는 동네 아가씨들이 모여서 빨래를 하는 공간 같다.

 

무엇보다 물의 양이 풍부해서 좋다. 거침없이 흘러내려가는 저 물살들은 세월의 근심까지 함께 데려가는 것 같아서 시원하기만 했다. 저렇게 엄청난 수량을 가지고 흐르려면 수원의 규모가 상당해야 할 텐데.....

 

 

 

 한쪽에서는 개구장이들이 멱을 감고 있었다. 빨래터가 되고 멱을 감는 물놀이 장소가 되고 데이트 장소가 되고 인생의 의미를 반추하는 사색의 터가 되는 곳이 옥하이다.

 

 

 

 결국 우리는 정문을 찾아냈고 입장권을 사서 들어간 것이다. 왼쪽 뒤편으로 보이는 작은 봉우리에는 전망대가 있었다. 내 성질에는 기어이 한번 올라가 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일단 입장해서는 흑룡담을 찾아야했다. 물이 펑펑 솟아오른다는 그런 샘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런 곳이 과연 있었을까?

 

 

 

 당연히 존재했다. 물이 솟아오르는 곳은 따로 구역을 만들어 소개를 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존재했던 것이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ㄱ선생은 삼각대를 펼쳐두고 옥룡설산을 가린 구름이 벗어지기를 기다렸다.

 

한 폭의 멋진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 ㄱ선생은 기다림의 미학 속으로 빠져 들었고 지루해진 우리들은 따로 흩어져 여기저기 쏘다니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오른쪽 산봉우리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물론 혼자다. 

 

슬금슬금 예비군 훈련하는 기분으로 올라가 본다. 이 나이에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 고통을 못견디랴 싶기도 했다. 해발고도가 있으므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다.

 

비탈이 제법 세어서 힘이야 들었지만 중턱쯤에 올라서서 보는 경치 하나는 일품이다. 결국 나는 꼭대기까지 올라갔고 사방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여유를 즐겼다.

 

하지만 여기 사진만은 남기지 못했다. 한번 사용했던 필름을 다시 사용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는 디지털 카메라를 꼭 구해야겠다는 전의를 불태우면서 각오를 새롭게 했던 것이다. 

 

  

 

 전망대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내려온 나는 일행을 찾아 흑룡담 여기저기를 다녀 보았다. 호수엔 물고기가 산다. 제법 컸다. 바람이 살살 불어서 호수에 옥룡설산이 비치는 경치는 결국 못 찍고 말았다면서 ㄱ선생은 너무도 아쉬워했다.

 

한참을 쉬며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는 다시 시내로 돌아섰고.......

 

 

 

 옥룡설산은 구름을 불러 모아 정상부의 모습만은 감추고 싶었나보다. 그렇게 하므로써 설산의 신비로움은 더해갔고 어쩌다 한번 들른 나그네의 애간장만 요리조리 들볶고 만 것이었는데.....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