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에서 버스를 타고 장장 6시간 이상이나 시달린 끝에 드디어 여강객운점에 도착했다. 우리식대로 표현하면 여강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것이다. 건물은 새로 지어 겉은 번듯하지만 아직 촌티가 줄줄 흐른다.
배낭을 메고 나오자 삐끼들이 들러붙었다. 모두 자기 객잔(客棧)이 좋다는 것이다. 객잔이라고 하니까 좀 그렇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여관이나 여인숙 정도라고 보면 될 것이다. 영화 <용문객잔>을 보신 분이라면 대강 내부 구조를 짐작할 것이다.
우리는 아가씨 뒤를 따라갔다. 도미토리가 있다고 해서 따라 간 것이다. 우리 일행은 세명이니 3인실이 있으면 좋지만 도미토리도 그럴듯하다면야 아무 어려움없이 머무를 수 있다.
그녀의 가게는 숭인(崇仁)객잔이었다. 이름 하나는 그럴듯했다. 여강 고성지대 내 골목 속에 있었는데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것이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마당이 조금 비좁았다. 일반실은 이미 다 차버렸기에 할수없이 도미토리에 가보니 침대 3개가 비어있었는데 침대 두개는 손님이 차지한 뒤였다.
소지품을 보니 여성같기도 해서 다른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의리하나는 가득한 여성이어서 그런지 엉터리 영어로 자기 친구집을 소개해 주겠단다. 날도 덥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친구집에 전화를 해서 방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더니만 한번 가보잔다.
손해볼 일이 없으니 따라나섰다. 배낭을 남겨두고 가보았다. 고성지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방가(四方街)를 나와 대석교를 지나 골목에 있는 집이었는데 구석 방이 하나 남아 있었다.
참대 두개에 소파 하나다. 하루에 120위안(원)인데 이틀을 묵으면 200위안에 해주겠단다. 그렇다면 우리 돈으로 일인당 6000원이면 된다는 이야기다. 내가 소파에서 자면 되니까 묵기로 하고 다시 숭인객잔으로 가서 배낭을 메고 왔다.
무엇보다 이 집은 골목속에 있어서 조용하다는 강점이 있다. 시설은 별로이지만 나시족 집에서 민박을 하는 것으로 여기면 된다.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인들도 많이 묵고 있었다.
번화가로 여기는 사방가에서 거리도 가깝고 나시족의 삶도 볼 수 있겠다 싶어 머무르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짐을 풀어놓은 우리들은 본격적인 리장고성 탐색에 나섰다.
저번에도 한번 고백한 일이지만 지금 이 여행기(샹그릴라를 찾아서) 속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동행한 분이 찍은 사진이다. 당시에 나는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갔었으므로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사진은 많이 찍었지만 사이버 공간에 올리기에는 힘이 들므로 할 수 없이 다른 사진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묵었던 객잔의 입구 모습이다. 위의 글자는 '공'자가 틀림없는데 밑에 글자는 도저히 자신이 없다. 도끼 부 밑에 뭐가 붙었는데...... 주인도 친절하고 예의도 바른 사람들이어서 한번은 묵을 만 했다.
리장이란 도시의 특징은 마을 한가운데로 커다란 물길이 나있다는 것이다. 제법 폭이 있는데다가 운치가 있어서 그저그만이다. 물길 곳곳에는 돌로 만든 다리를 놓아 이편과 저편을 연결해준다.
물길로 내려가는 곳곳마다 돌 계단을 만들어 예전에는 이곳에서 빨래도 하고 했던 모양이다. 지금도 빨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물도 아주 맑고 깨끗해서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경주에 적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머리를 굴려본다. 안압지에서 반월성 앞으로 흐르는 도랑에 물을 더 많이 흐르게 하고 산책로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좀 허황된 생각이긴 하지만 시내 한가운데로 물길이 흐르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수량(水量)은 충분하다. 경주는 수리 시설이 잘 된 도시이므로 그런대로 물이 풍부하지 않던가? 나중에 사진으로 소개하겠지만 밤에는 종이 연꽃을 뛰우고 촛불담은 작은 종이배(혹은 작은 플라스틱 배)를 띄우는 놀이나 행사를 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 한국인들은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식의 행사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므로 적당한 돈을 받고 연꽃이나 작은 배를 팔면 된다. 연꽃이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강 부근의 도랑에는 철망을 쳐서 걸려든 꽃과 배를 건져내면 된다. 물론 여기에 필요한 인력은 아르바이트 학생을 쓴다. 건져 올린 숫자대로 돈을 지불하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인데.....
사방가를 중심으로 하여 온 사방으로 널려 퍼진 골목에는 나시 민족 고유의 가옥들이 즐비하다. 그 가옥들 하나하나가 모조리 가게로 변신해 있다. 성수기때 가보면 이런 골목 전체를 관광객들이 다 메꿔버린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인파가 거리를 점령하는 것이다.
가만히 보면 건물들은 모두 이층으로 되어 있다. 이런 이층들은 카페나 음식점으로 쓰면 될 것이다. 실제 그렇게 하고 있는 곳이 많이 있다. 골목에 면한 집들은 가게로 변신해 있고 골목에서 조금 들어간 집들은 거의 민박집으로 개조하여 쓰는 것이다.
물길 가를 따라 나있는 통로들은 하나같이 돌로 포장을 했는데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발길에 닳아 반들거린다. 처마에서 아래로 늘어뜨린 등을 보라. 과연 중국인다운 발상이 아니던가? 밤이 되면 불빛이 은은해진다.
여강은 묘한 곳이다.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기묘한 매력을 지닌 멋진 도시인 것이다. 검은 기와와 하얀 회벽을 가진 전통가옥들이 즐비하고, 맑은 하늘밑에 반짝이는 눈덮힌 설산을 배경으로 하여 나그네의 정취를 자극하는 소수민족의 음악과 순박한 삶이 어우러져 중국 최고의 관광지로 발돋음 하며 그 명성을 사해에 떨치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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