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방가로 들어서는 골목으로 발을 넣는 순간 당신은 엄청난 숫자의 관광객들이 몰려가고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백인들의 모습은 너무나 눈에 잘 띄는 존재들이므로 위구르인들과는 쉽게 구별이 되는데 백인들 관광객들만 해도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많았다.
몇년전에 가보았을때도 그런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하여튼 곤명, 대리, 석림, 여강, 계림, 양삭등은 특이한 곳이었다. 이런 천하절경들이 어찌 중국대륙에 다 몰려있는지 시샘이 일 지경이다.
"아, 되놈들은 복도 많지."
더 기가 찬 일은 계림은 이미 한족의 땅으로 완전히 변해버렸고 여강도 서서히 한족화가 이루어져서 이제는 나시족이 소수로 전락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연변의 조선족 마을도 같은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니 혀를 찰 일이다.
만주족은 이미 민족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거의 한족에게 동화되어 버리지 않았던가? 만주족과 한족은 생긴 모습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이제는 구별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여강의 물길가로 자리잡은 가게들도 한족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족의 자본이 밀려들어 서서히 소수민족의 터전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고성 안을 흐르는 시내를 옥하(玉河)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물길 곳곳에는 다리를 건설했는데 그 수가 350여개를 넘는다고 하니 대단한 숫자임을 알 수 있다. 물길 가를 따라 휜색 벽을 지닌 집이 늘어서 있는가하면 자주빛 기둥을 가진 집들이 서 있기도 했다.
단순히 물만 흐른다면 매력이 없겠지만 물길가마다 돌로 치장을 해서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곳곳에 나무가 심겨져 있어서 그늘을 만들고 그 나무들이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경치를 더욱 더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북경에 있는 명, 청 시대의 대궐인 자금성을 기억하시는가? 자금성 안에는 나무가 거의 없다고 한다. 자객들이 스며들 여지를 없앤다는 발상 아래에서 만들어 낸 기막힌 짜임새이지만 나무가 없음으로 해서 얼마나 삭막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가 되지 싶다.
우리들은 천천히 배회했다. 달리 꼭 가야할 행선지가 없으니 오늘은 천천히 아무 곳이나 들락거려보면 된다. 굳이 가고자 한다면 흑룡담 정도가 될까?
여긴 대석교(大石橋)의 모습이다. 돌로 만든 아치 모양의 아름다운 다리이다. 옥하에 걸쳐진 다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다리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조랑말을 타고 골목을 돌아보는 투어가 있는 모양인데 우린 어디에서 하는지를 몰라 말을 타보지 못하고 왔다.
우리가 머물렀던 객잔은 이 다리를 건너 골목 속에 있었다. 여기서는 사방가가 가깝다. 그러니 고성 한가운데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옥룡설산이 있는 쪽으로는 하늘 끝부터 구름이 피어 올랐다. 확실히 이쪽 운남의 변경 지방은 하늘도 맑고 구름도 희기만 하다.
고성으로 들어오는 큰길을 따라가면 커다란 물레방아가 나온다. 많은 관광객들은 이쪽으로 입장을 하는 것 같았다. 입장한다고 하니까 착각은 하시지 말기 바란다. 여긴 입장료를 받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들은 흑룡담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여강 시내를 구석구석 감돌아 흐르는 이 물이 흘러나오는 근원을 찾아 가보는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커다란 표지판이 흰벽속에 들어 있다. 나중에 큰 사진을 소개할 예정이지만 호금도 주석의 전임자였던 강택민(쟝쩌민)의 글씨가 쓰여져 있다.
물레방아는 바로 그 옆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서부터 고성 구경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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