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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 의라 초원 2

by 깜쌤 2006. 12. 21.

 저번에 쓰다가 만 글이 있다. 바로 샹그릴라를 찾아 헤맸던 이야기인데 어쩌다가 시간이 나지 않아 잠시 쉬게 된것이 자그마치 2년이나 지나고 말았다. 이제 산중 낙원을 찾아 헤맸던 이야기를 새로 해나가야겠다.

 

지난 여름, 그러니까 2006년 여름에는 열대 낙원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내 마음에 꼭 드는 낙원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대강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곳도 있긴 있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 지역인데 무엇인가 조금 미흡한 것 같아서 다시 샹그릴라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이다. 

 

사실 여행기를 쓰려면 이야기거리는 많다. 그러니 꼭 소개를 하고픈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쓰잘데 없는 소리로 들릴까 싶어 소개하지 않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곳 이야기는 꼭 끝내고 싶었기에 다시 시작해보는 것이다.

 

저번글에서는 의라초원 이야기를 꺼내다가 멈추고 말았다. 중국 근대사에 조예가 깊은 분이라면 모택동의 대장정 때 이 부근에서 위로 올라가는 대설산지대를 홍군(紅軍)이 지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만 해도 샹그릴라 지방은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낙원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여기를 가보는 것은 당연하다. 티벳 분위기도 맡을 수 있으니 티벳을 가보지 못하는 사람은 이 정도만 갔다 와도 무엇인가를 느끼게 될 터이니 한번쯤은 발을 디뎌볼만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하던 이야기나 계속해보자. 물이 빠진 의라초원은 정말 광활하다. 사천성 서북쪽이나 내몽골자치구 같은 광대한 토원은 아니지만 그런데로 여기는 초원맛이 난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희다. 하얗다.

 

어떤 사람들은 말을 타고 어떤 사람들은 야크 뒤를 따라다니며 구경을 한다. 나는 그냥 여기저기 걸어보았다. 작은 풀밭 사이로는 얕은 물 웅덩이와 습지가 숨어 잇어서 잘못 발을 내딛기라도 하면 발을 버리게 된다.

 

발그스럼하게 익어버린 볼에 예쁘게 파인 장족 소녀의 보조개 속에는 까닭모를 슬픔이 어려 있음을 나는 보았다. 그 아이는 말고삐를 잡고 관광객들을 부지런하게 안내해주고 있었는데 나와 몇번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소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산골짜기를 벗어나 큰 도시로 나가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내가 가진 몇푼의 푼돈 나부랭이일까? 소녀와 헤어져 초원을 걸어나온 나는 기념품 가게로 들어갔다. 몇장의 엽서를 고른뒤 입구로 돌아나왔지만 우리를 태워나갈 택시는 어디로 가고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발이 넓은 티벳 총각이니 어디 볼일 보러 갔는지도 모른다. 그는 얼마 뒤에 돌아왔고 우리는 다시 그의 차를 타고 샹그릴라 시내로 들어왔던 것이다. 상하이에서 법학을 한다는 청년이 호의를 베풀어 한약(漢藥)가게로 안내해 주었다. 

 

거기서 나는 사진전문 친구의 두통을 낫게할 약재를 하나 샀다. 뜨거운 물에 넣어서 3,4분 정도 우려낸뒤 마시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해서 도라지 뿌리비슷한 것을 하나 산 것이다. 결국 먹지를 못했지만 그의 마음만은 곱게 받아서 마음 한 구석에다가 쌓아두었다.

 

 

 

 어쩔수 없었다. 고산병 증세가 나는 일행을 데리고 티벳 쪽으로 더 들어가기가 불가능하므로 결국은 내일 돌아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내일은 여기 샹그릴라 시를 벗어나서 다시 호도협까지 가던지 아니면 리장까지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호도협 트래킹을 안하고 가는 것은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호도협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매리설산도 보고 싶었고 대설산도 보고 싶었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다음에는 홍군의 이동 경로만을 따라 탐험가는 여행을 한번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잠이 들었다.

 

고산병으로 고통 받는 동료가 그 고통을 이겨 내기를 바라고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