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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타이페이 5

by 깜쌤 2006. 12. 17.

 아하, 이런 것이 명품이라는 것이구나. 나는 구경만 했다. 지금까지 사본적이 없으니 가진 것도 있을리가 없다.   

 

 

 

 불가리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얼마전 짝퉁 단속에서 걸려든 어떤 기술자 양반이 말씀하시기를 그런 명품을 흉내내어 만들 수 있는 기술자만 해도 서울 지역에 천여명 정도 된다고 하는 것을 보고 나는 땅을 쳤다.

 

기술이 있어도 그런 분들을 끌어모아 장인정신을 불어 넣은 뒤 디자인을 개발하고 새로운 상표를 만들고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획능력이 없었고 그런 놀라운 사실에 착안할 수 없었다는 우리의 단견(短見)이 너무 가슴아프게 만들었다.

 

물론 짝퉁 기술자의 말이 신빙성이 있을 경우에 통하는 소리이긴 하지만 우리 민족의 손재주로 보아 충분히 가능한 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이스터니 장인이니 하며 프로 정신을 외치지만 장인을 장인으로 대접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고는 모두 다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장인이 되기를 원하고 자기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고, 일인자가 되면 대접을 달리해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안 그런 구석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내가 보기엔 우리 사회는 유달리 평등의식이 강한 사회같다. 다같이 잘 살고 잘 먹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나(혹은 우리보다)보다 잘하는 사람을 인정하고 나 자신부터 노력해서 잘하는 사람만큼 수준을 올릴 생각을 하기보다는 잘하는 사람을 깎아내리려는 분위기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기와 질투, 오기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선한 모습으로 작용하면 서로간의 선한 경쟁이 되어서 모두가 다 같이 잘 살고 잘 되는 모습으로 변하지만 나쁜 모습으로 쓰이면 갈등과 투쟁만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명품이 만들어지는 사회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결국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할 일이지 남을 시기할 일이 아닌 것이다. 고려 청자를 구울 줄 알았던 기술자들을 잘 대접했더라면 오늘날 우리 도자기 문화와 수준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china는 도자기를 나타내는 영어다. 다 알다시피 C를 대문자로 쓰면 중국을 의미하게 된다. 영어사전에 korea라는 말이 명품, 초일류를 뜻하는 말로 기록되는 날은 언제쯤 올것인지 의문스럽다.

 

 

 

 내가 명품관만을 골라 일부러 사진을 찍어둔 것은 내가 가르쳐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교육자료로 삼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교육 자료로 쓰기 위해 찍어두고 구해둔 디지털 카메라 사진이 이제는 수만장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선생들은 시간이 많으니까 놀러나 다닌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른 직업이나 직장에서는 가지지 못한 방학이라는 것이 있고 그 이점이 대단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가지지 않고 살면서 최대한 아끼고 돈을 모아서 여행경비를 마련한다. 그것도 죽어라고 고생하는 배낭여행으로만 다닌다. 사실 내 형편에 패키지 여행은 꿈꾸기가 어렵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우리 아이들에게 좀더 너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여행을 다닌다. 물론 너른 세상을 보고 싶다는 내 자신의 희망과 욕망도 그 속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해외에 나가서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꼭 엽서를 한장씩 보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마흔장 가까이 엽서를 사서 쓰고 보내는 돈과 시간만 하더라도 보통 이틀이나 사흘 정도의 생활비는 기본이고 상당한 시간도 함께 날아간다. 돈이야 조금 날아가지만 작은 엽서 한장으로 인해 아이들의 생각이 조금이나마 넓어질 수 있다면 그 정도 돈은 써야 한다고 여긴다.

 

 

 

 교사가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것에 대해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는 당연히 없다. 내가 잘 몰라서인지는 모르지만 없다. 제재를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배낭 여행을 하려면 당연히 영어를 써야 하므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수준이 어쩌니 저쩌니 하며 비난하기 전에 교사들이 자기 비용으로 하는 이런 종류의 여행은 오히려 권장해야 할 사항이 아니던가?

 

여행의 막바지인데다가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관을 보니까 우리 자신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서글퍼져서 해보는 소리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투명해지고 의식이 개화되어서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일부 사람들이 해대는 철없는 소리를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다.   

 

 

  

 그것은 그렇고..... 보던 명품관이나 계속해서 조금씩 살펴보자.

 

 

 

 

 

 

 처음 들어보는 것들도 있다. 역시 나는 모르는게 많은 인간이다.

 

 

 

 

 

 

 

 

 

 

 

 

 

 

 

 

 그리스 문자의 마지막이 오메가라더니 정말 마지막으로 찍은 것이 오메가이다. 그렇다면 알파라는 명품은 없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알파요 오메가이니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씀이 아니던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 우리들은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비가 내렸다.

 

 

 

 왔던 길을 조금 내려와서 타이페이 시청사 앞에서 큰 도로를 따라 중산 선생 기념관으로 행했다. 중산(中山)이라면 누구를 의미하는 것 같을까?

 

 

 

 돌아다 보니 101 금융 빌딩이 대만인들의 자존심을 품고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저것은 단순한 건물이 아닐 것이다. 대륙을 향한 대만인들의 염원과 생존의 몸부림일 것이다.

 

어리석은 내 생각이지만 앞으로 대만은 중국의 아킬레스 건이 될 지 모른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대만과 일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리버리한 시골 훈장이 하는 쓰잘데 없는 헛소리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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