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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타이완으로 2

by 깜쌤 2006. 12. 9.

 우리팀이 입국 수속을 제일 빨리 마쳤다. 입국은 빨리 했는데 짐이 나오는 속도가 늦다. 배낭을 찾고나니 오후 5시 반이 넘었다. 서두른 보람이 없게 되어 버렸다. 입국을 했으니 환전만 하면 된다.

 

우리가 타이페이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뿐이다. 하지만 잠은 이틀을 자야한다. 오늘 하고 내일, 그렇게 이틀이다. 사용 가능한 날은 내일 하루 뿐이니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돈은 100달러만 쓸 생각이다. 이틀 숙박비와 하루 생활비를 합쳐서 10만원만 쓰고 버틴다는게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그럴 생각이었다.

 

타이완의 화폐는 NT달러로 쓰는 모양이다. 하지만 보통은 위엔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콰이라고도 한다니 헷갈린다. 이글에서는 위엔 정도로 표기할까 싶다.

100달러를 주었더니 3219위엔을 준다. 어찌어찌 계산해 보니 1위엔은 우리돈으로 35원쯤 된다.

 

그러니 태국 화폐인 밧 단위와 비슷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혼란스러울 것도 없다. 숫자만 높여서 지불하면 되니까....  인터넷 검색 결과로는 대만 물가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모양이다. 결국 돈 아껴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오늘 저녁에 쓸 돈만 주머니 속에 넣고 나머지 돈은 잘 간수하게 한 뒤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젠 복대를 확인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출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호텔로 가느냐가 문제다. 우리가 잠시 망설이고 있는 사이 잘생긴 중년신사가 유창한 영어를 사용하며 접근해왔다.

 

"어디서 오셨소?"

"한국인이고 태국에서 방금 왔소."

"머물 호텔은?"

"그게 문제요."

"그렇다면 도와드리겠소. 물론 나는 장사꾼이고 타이페이 시내에 있는 호텔의 매니저일을 보고 있소. 이름은 진국강(陣國强 첸 쿠오 치앙)이오. 어느 정도의 호텔에 머물고 싶소?"

"아시다시피 우린 배낭여행자요. 그러니 비싼 호텔은 사절이오. 한국에서는 하룻밤에 30달러에서 40달러면 제법 깨끗한 곳에서 머물수 있소. 우린 그 정도를 원하오."

 

물론 내가 말하는 그 정도 가격에 머물 수 있는 호텔은 구하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적어도 호텔 이름이 붙은 것으로는 그런 가격에 묵을 수 있는 호텔이 없지만 나는 대강 잠작해서 모텔이나 러브호텔의 가격을 불러본 것이었다.

 

"그래요? 내가 운영하는 호텔은 하루밤에 80달러 선이오. 그렇다면 그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호텔이 있소. 물론 내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내 친구가 운영하는 것이오. 방이 있는지 물어보겠소."

 

그가 자기 친구에게 전화를 하는 동안 나는 우리 팀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조금 후 그가 결과를 알려왔다. 3인실은 1700위엔이고 2인실은 1200위엔이란다. 합계 2900위엔! 그렇다면 우리 돈으로 약 10만원이니 일인당 2만원 정도의 가격이다. 잠시 의논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위치는 타이페이 중앙역 부근이고 호텔 이름은 복군(福君) 반점이오. 약속을 어기면 곤란하니까 여기에서 계약금으로 700위엔을 지불하고 나머지는 호텔에 도착해서 지불하시면 되오."

 

 

 

 이 사나이는 꽤 노련하다. 고단수이다. 여기서 계약금을 지불하고 난 뒤 시내로 들어갔다가 호텔이 없으면 우리가 사기 당하는 것이고, 계약금을 걸지 않고 예약만 한 후에 시내로 들어가서 다른 호텔에 묵으면 그가 등신이 되고 만다. 내가 이런 속계산을 하는 동안 그가 다시 말을 붙여왔다.

 

"당신도 보시다시피 우린 공항 안에 버젓한 사무실을 가지고 있소,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이 카운터가 우리들의 사무실이오. 그러니 믿어도 좋소. 우린 그저 당신을 돕고 싶을 뿐이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돌아다녀 본 많은 나라의 어설픈 젊은 청년들보다는 한결 무게있게 이야기하니 기분상으로는 훨씬 낫다. 내가 조금 망설이니까 수재 청년이 한마디 한다.

 

"믿어 보시지요. 뭐"

 

그래, 믿어보자. 이미 밖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시내로 들어가야만 했다. 어물거릴 시간이 없는 것이다.

 

"좋소. 당신의 제안을 받아 들이겠소."

 

그렇게 해서 우리는 돈을 지불했고 복군대반점의 명함을 받아 들고는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떼어야 했던 것이다. 아, 참 힘들다. 정보없는 여행은 이래서 힘이 든다. 이 자리를 빌어 한마디 해야겠다.

 

"타이페이의 장개석 공항 입국장에서 일하시는 진국강씨! 당신의 도움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소. 당신은 믿을 만한 사람이오. 당신이 일한다는 홍궁(弘宮 Horng Gong)대반점의 사업이 왕성하길 빌겠소. 고맙소."

 

이젠 시내로 들어가야 했다. 인터넷에서 조사한 바로는 공항 옆 어딘가에 있다는 국광객운(國光客運) 버스가 타이페이 중앙역 부근으로 간다고 하니까 국광객운을 찾아야 한다. 물어보았더니 공항 저 구석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엔 표를 사야하는 것이다. 

 

 

 

 사무실을 찾아가서 표를 샀다. 왕복권을 사면 230위엔이란다. 모레 아침엔 다시 버스를 타야 하므로 당연히 왕복편을 샀다. 편도에 115위엔꼴이니 우리돈으로 치면 4000원 내외 아니던가? 그 정도면 싼편이다.

 

우린 다섯명이 한꺼번에 같이 타기 위해 대기중인 차를 보내고 다음차를 타기로 했다. 버스에 붙어 있는 글자 가운데 설립(立)자 옆에 점(占)자가 합해진 글이 기차역을 의미하는 '점'이라는 글자이다.  

 

우린 한자 세대여서 이럴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한자를 안다는게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한자를 처음 대하는 백인들의 입장에선 한자가 완전히 상형문자로 보일 것이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한자를 배워둔 것이 이렇게 유효하게 쓰일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짐칸에다가 배낭을 넣고 버스를 탔다. 밖이 캄캄해졌으므로 창밖을 아무리 살펴도 어디가 어딘지 알길이 없지만 불안해서 그런지 눈이 자꾸만 창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비가 슬슬 오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밤에 지도 한장 없이 시내에 들어가서 호텔을 찾는 것이니 곤란하게 생겼다. 급히 서두르느라고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를 구해 오는 것을 깜빡해버렸다. 옆에서 한마디만 해주었더라도 챙길 수 있었겠지만 이미 실수를 한 일이니 남을 원망하면 안된다.

 

지도 한장을 챙기지 못한 것은 어디까지나 내 잘못이다. 그러길래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고 차분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인데 시내로 들어가는데만 정신을 쏟느라고 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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