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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시험칠때도 떠든다는데 1 - 자습시간을 조용하게

by 깜쌤 2006. 12. 8.

 

시험이 아이들에게 주는 압박감은 대단합니다. 아이들은 시험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아우성입니다. 시험과 경쟁이 없는 사회 속에서 살고자 하는 그런 희망은 누구나 다 가지고 사는 법이죠. 저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을 시험이라는 굴레 속에서 꺼내어 마음껏 놀고 싶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따라서 이 글 속에서는 시험의 필요성을 역설하거나 사회제도와 입시제도의 모순을 들먹이는 그런 거창한 이야기를 꺼내어 언급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음을 밝혀둡니다. 오직 선생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서 시험 당일만이라도 최선을 다하게 하느냐 하는 기술적인 문제에 국한시켜 이야기를 해나가고자 합니다.

 

위에서 보신 사진은 지난 6월에 실시한 교내 일제고사 시험날 아침, 자습시간의 우리반 아이들 모습입니다. 이 글을 보게 되시는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님들께서는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몰라도 요즘 아이들은 시험을 치는 날이나 안치는 날이나 상관하지않고 거의 매일 모든 시간에 떠든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새삼스런 사실도 아니었습니다만 최근 10년 사이에 특별히 부쩍 심해진 현상인 것 같습니다.

 

"강산이 세번은 변할 정도"의 세월을 보내며 아이들을 다루는 동안 6학년 담임을 23번 정도 맡아 보았으니 아이들의 변화 모습에 대해서는 남들보다가는 아주 약간, 아주 작지만 정말 약간은 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아침자습 시간부터 조용하게 만들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면 어떤 분들은 이런 식으로 반응을 하기도 합니다.

 

"꼭 아이들을 아침부터 휘어잡고 조용하게 만들어야 하느냐? 운동장에 나가서 뛰어놀게 하면 안되느냐? 아침자습시간이라는 것도 사실 꼭 필요한 것이냐?"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는 그런 문제를 가지고 이런 공간을 통해 토론을 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그런 내용의 토론은 각 교사의 교육관과 아동관의 문제이고 더 나아가서는 학교 경영자의 경영관에까지 미치는 영역의 문제이므로 사양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이 글에서 제가 건드려보고 싶은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도대체 언제까지 무질서와 방종,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없이 자기 멋대로 안하무인격으로 떠드는 태도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줄수 있도록 하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가르쳤던 많은 아이들에게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면 조용히 책을 보도록 지도를 했었습니다. 교직생활 초년병부터 아이들에게 당부도 많이하고 심지어는 완력을 쓰기도 하고 겁도 주어가면서 바로잡으려고 해보았지만 초년병 시절엔 거의 실패했던게 사실이었습니다.

 

교사가 지도를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조용히 책을 보리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실제 가르쳐보신 분들은 다 경험해본 사실이지만 아이들은 교사가 있어도 마음대로 떠들고 싶어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런 본성을 가진 아이들이 아침 시간에 -더구나 교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조용히 책을 보고 자기일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불가능한 것 같지만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 아닐까요? 그런 기술을 습득해서 아이들을 뜻대로 다루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교사가 가져야 할 전문성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요?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을 다루는 요령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때리지 않고 큰소리를 치지 않아도 아이들을 내 마음대로 다루게 되는 그 무엇을 체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침시간부터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하려면 그런 훈련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첫날 첫시간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냥 어느날 갑자기 되는 것은 아니죠.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이 교사라면 왼쪽의 카테고리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올려둔 어설픈 글이지만 여행기나 영화에 관해 써둔 글 가운데 아무 것이나 찍어서 한번만 보신 분이라면 가르친다는 것이 단순히 그냥 머리 속에서 술술 빠져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아실 것입니다.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교사라는 인격체과 아이라는 인격체의 결합과 대면을 통해 인성을 기르고 지식을 길러나가며 학습을 하는 것이지 단순한 지식전달과 지식습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한 지식습득은 보통 우리가 일컫는 학원이나 사설교육기관이 학교교육현장보다 얼마든지 더 잘 할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것 조차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아이들을 상대로 위압적으로만 나갈 경우 처음에는 아이들이 교사를 두려워 하는 마음 때문에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보지만 일주일도 안돼서 그런 자세는 모두 다 흐트러지고 맙니다.

 

일년 내내 아이들이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도록 하려면 교사의 꾸준한 관심과 면밀한 지도, 교육과정 지도와의 관련을 통한 시스템화, 거기다가 아이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조용히 하라고 하면 되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가?"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면 안하고 말지."

 

초등학교 일학년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교과서를 보십시오. 모두 그림으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거기에서 어떤 내용을 끄집어내어 어떻게 가르치느냐 하는 것은 교사의 몫입니다. 단순히 어른 입장에서 생각하면 가르칠게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사실이 그럴까요?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누구나 다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예전의 문교부나 교육부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초등교사 양성이나 교육전반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사실이 그렇지 않을까요?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 실린 수학문제가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쉬울지 모릅니다. 단순히 답만 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조금 양식이 있는 분들 같으면 이제는 누구나 다 압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해서 정답을 구하는 방법만을 지도하는 곳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행동 특성과 심리상태를 잘 알고 덤벼드는 것과 무작정 덤벼드는 것은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불러 옵니다. 그러므로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아침 시간에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것 조차도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죠.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반 아이들은 아침에 등교하면 제일 먼저 책가방을 정리해두고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합니다. 시험치는 날은 당연히 교과서나 문제집을 꺼내어 책을 봅니다. 그러다가 일정한 시간이 되면 모두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 청소를 하죠. 일년내내 아이들은 그렇게 합니다.

 

실제 청소시간은 약 4분 정도입니다. 자기가 담당한 곳이 다 따로 있고 맡은 역할을 모두 다르게 정해두었으므로 간단히 둘러보고 정리하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런 뒤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학급내 시스템을 그런 식으로 짜두고 습관화시키면 아이들은 알아서 척척해냅니다.

 

시험치는 날이니 아이들은 하나라도 더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아이들들에게 시험 결과에 따라 뭐를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시험결과를 가지고 아이들을 때려본적은 최근 이십여년 사이에는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모두들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함부로 떠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떠든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나는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줍니다.

 

"떠든다는 것은 여러분들의 대화 소리소리가 앞에 있는 교사의 귀에까지 정확하게 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하라는 것이죠. 모두들 책을 보는 시간에는 어지간하면 입을 다물되 문제를 풀다가 궁금하면 작은 소리로 친구와 의논도 해보고 이야기해보라는 것입니다. 대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할 기회가 있으면 그땐 아주 큰 소리로 이야기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집니다. 자기들끼리 떠들때는 큰소리로 아주 잘 말하다가도 막상 수업시간에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이야기를 안하는 것은 물론이고(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기 주장을 명확하게 근거를 내세워가며 조리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슬픈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죠.

 

40분간의 단위수업시간(중고등은 45분에서 50분)에는 입을 다물고 휴식 시간 10분간은 아우성치는 시간으로 바뀌는 그런 현상이 과연 정상일까요? 나는 그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수업시간에는 활발하게 참여해서 토론을 하거나 발표를 하고 휴식시간에는 다른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상적인 교육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거나 큰소리로 이야기 할 일이 있다면 운동장으로 나가서 고함을 치든지 떠들든지 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요?

 

 

 

  

글이 길어졌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오늘 은 여기까지만 써야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