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티오만 5 - 섬 학교

by 깜쌤 2006. 9. 24.

테켁은 이 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을답게 학교, 비행장 등 어지간한 시설이 다 있어서 그런데로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다. 오늘 우리들의 목적은 비행장 뒤로 보이는 저 산을 넘어서 섬의 반대쪽에 있는 해변에 가보는 것이다.

 

그나저나 오늘 저 산을 넘으려면 고생깨나 하게 생겼다. 그렇지만 일단 가보기로 한 이상은 가봐야 한다. 그래야 속이 시원해진다. 안그러면 평생동안 찝찝함을 안고 살아야할 것 같으므로 그렇게 사는 것보다는 기를 쓰고라도 가봐야 했다. 덕분에 같이 따라 나선 사람들만 애꿎은 생고생을 하게 생겼다.

 

 

 

이 마을엔 담이 없다. 담이라는게 없는 동네니까 오히려 더 타인의 생활구역에 가까이 하기가 부담스럽다. 담이 없다는 사실은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더 자세히 살필 수 있게 하므로 더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떤 집 앞을 지나다 보니까 마당에 원숭이 한마리가 끈에 매여 있었다. 이 섬엔 그렇게 원숭이들이 많던데...... 새끼일때 잡힌 것일까?

 

 

 

묶인 쇠사슬을 풀려고 발버둥치지만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사람이고 짐승이고 간에 매여 산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이 가로등은 밤에 불이나 바로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후진국은 시설 관리가 안된다는 특징이 있다. 잘 손질해서 오래 가도록 하기보다는 한번 만들고 나서 방치하다가 나중에는 예산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예산타령만 일삼다가 결국은 폐기처분 하고 마는 것이다. 이 나라도 시설 관리면에 있어서는 예전 로마제국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보트는 못보던 녀석이다. 여기 테켁에 메르싱에서 다른 모양의 보트가 들어온다는 이갸기는 들어보질 못했는데..... 어디에서 온 보트일까? 싱가포르에서 온 것일까?

 

 

 

부두에는 보트 한척만이 정박해있다. 이 섬에 저런 대형 보트들이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멋진 일 아니던가?

 

 

 

우린 저쪽 산밑에서 걸어온 사람들이다. 여기서 보니 우리가 머물고 있는 비치(beach)는 그냥 숲으로만 보였다.

 

 

 

개울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곳엔 온갖 소형 보트들이 즐비했다. 그렇지, 이 정도가 보트지.

 

 

 

개울 주위를 둘러싼 나무들 중 한그루엔 박쥐들이 가득 매달려 있었다. 처음엔 저게 무엇인가 했었다. 대낮에 저렇게 많은 박쥐들을 보는 것도 처음이지 싶다. 여긴 아직 생태계가 건전한가 보다. 

 

 

 

공중전화도 제법 잘 갖추어져 있었다. 육지와 통화하는데는 아무 이상이 없단다.

 

 

 

사진을 보면 제법 그럴듯해도 물은 오염되서 물 색깔이 말이 아니다. 여기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 수준은 낮은 편 같다.

 

 

 

해변과 해변 사이에 버스가 다니지 못하므로 움직일때는 수상 택시를 사용해야 한다. 수상 택시라는게 별것인가? 이런 소형 보트를 타고 원하는 해변에 내려주는게 수상 택시 아니던가?

 

 

 

시내 초입에는 학교가 자리잡고 있었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용감하게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수위실에 근무하는 할아버지께 허락을 얻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할아버지가 바로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던 것이다. 그 교장 선생님은 바로 밑 사진에 나온다.

 

아이들이 타고 온 자전거가 수북했다. 여기 이 섬에는 자전거가 위력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이분이시다. 옆에 서 계신 분은 수위실에 근무하는 아줌마시고...... 교장실에 와서 차라도 한잔 마시지 않겠느냐고 해서 따라 들어갔다.

 

 

 

우리 소개를 하자 더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지가 아니던가?

 

 

 

고향이 말레이지아 동부 지방 도시인 콴탄이라고 하셨다.

 

"당신을 메르싱의 선착장에서 보았습니다. 처음엔 일본인이라고 생각했지요. 알고보니 한국인이네요. 저는 며칠 있으면 이 학교를 떠나서 제 고향인 콴탄으로 가게 됩니다. 이젠 고향 학교에 가서 근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전근을 앞둔 교장선생님은 직원을 불러서 차를 대접하게 했다.

 

 

 

우린 그 동안에 방명록을 썼다. 많은 분들이 다녀 가셨는데 한국인은 드물었다. 아니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는 것에 정답이지 싶다. 이 젊은 선생님은 그런대로 영어가 통했다.

 

 

  

교장실 모습이다. 검소하고 간결해서 좋았다.

 

 

 

그 옆은 행정실인 모양이다. 선생님들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았다.

 

 

 

차를 한잔 얻어 마신 뒤 밖에 나와 학교를 둘러 보았다. 다른 분들은 먼저 나가버려서 자세히 살폈겠지만 나는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살펴볼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말았다.

 

 

 

섬학교치고는 관리를 잘 해 두었다. 시골 학교지만 워낙 외국인 출입이 잦은 곳이니 조금은 신경써야 했으리라. 교장 선생님이 영어를 말 할 수 있다는게 좋은 증거이지 싶다.

 

 

학교 마당엔 떡잔디가 깔렸고 사택이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저번에 왔을때보다 히잡을 쓴 아이들이 더욱 더 많아 진 것 같다. 초등학생은 약 320명 가량 된다고 한다.

 

한가지 잘못 이야기한게 있다. 이 학교는 오전에 초등학생들이 쓰고 오후에는 중학생들이 쓴다고 했다. 바로 앞 글에서 내가 잘못 기억해서 오전엔 초중학교 학생들이 쓰고 오후에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쓴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학교 건물 뒤에는 정글로 덮인 산이다. 학교 교실에는 교사의 목소리만 들렸다. 그러니 우리 처럼 첨단 교수기기는 갖춰두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시설만 좋다고 자랑한들 무엇하랴? 교육이란 것이 시설로 하던 것이던가? 첨단 시설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초중고 교사로 생활을 하면서 승진을 하려면 공립학교의 경우 반드시 산골짜기든 섬이든 오지로 다니면서 근무 연수를 늘리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른바 벽지점수와 농어촌 점수라는 것이 있어서 그런 점수를 확보해둔 교사가 승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낙후지역에 근무하는 교사에게는 경제적인 혜택을 주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도 있으련만 우리나라에서는 끝까지 승진제도만을 가지고 교사들을 오지 지역으로 유인한다. 이 나라도 그런 제도가 있을까?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 얼마나 훌륭한 선생이냐는 승진제도에서 그리 중요하지도 않다. 승진대상자를 골라내기 위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계량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한마디로 웃기는 제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승진제도하에서는 일단 교감이 되어야 그다음 진로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니 승진에 결사적으로 매달린다. 이건 죽기살기 게임이다. 승자는 인생의 성공자 내지는 승리자로서 회심의 미소라도 지을 수 있지만 패자는 무능력한 인간의 표본처럼 되고 만다. 그건 그렇고......    

 

 

 

뒤로 보이는 곳이 교문이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나라든 초등학교 교사가 대접받는다는 그런 이야기는 잘 들어보질 못했다. 인터넷에 교사에 관한 글이 올랐다고 하면 일방적인 비난과 욕설에는 익숙하지만 칭찬과 격려에는 약한 것이 우리들 인심이다.

 

 

 

벽에 씌여진 구호처럼 정말 그렇게 여기고 살았으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 나는 선생이므로 학교에서 쓰러져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사실은 그렇게 될까봐 은근히 겁이 나기도 한다. 은퇴하기 전에 쓰러져 죽으면 내만 손해 아니던가?

 

 

 

꿈같은 이야기지만 내가 로또에 당첨되서 당첨상금 50억원을 손에 쥐면 당장 사표를 낼 것이다. 그냥 그 돈으로 놀러 다닐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는다. 그 다음엔 사립 초등학교나 대안학교를 하나 세울 것이다.

 

아이들을 매질하지 않고 닥달하지 않고도 마음대로 지도할 수 있는 유능한 교사만을 선발하고 월급은 대기업체 수준으로 드릴 것이다. 내가 꿈꾸는 학교는 4,5,6학년만 있는 학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고학년들과 너무 차이가 나므로 고학년만 있는 학교를 하나 만들어 교육을 해보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궁리해봐도  50억원 가지고는 불가능할 것 같다. 월급을 많이 주려면 더욱 더 많은 운영자금이 필요할텐데.....

 

    

또 쓸데없는 공상을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하인리히 슐리이만처럼 돈을 벌었어야 했다. 그는 트로이 발굴이라는 자기 평생 소원을 위해 목표를 가지고 인생을 산 사람 아니었던가?

 

나는 아주 늦게 이런 꿈을 갖게 되었으니 한갖 꿈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많다. 참 후회스런 인생길이다. 이제사 철이 들었으니 어리버리한 선생의 표본같은 존재가 바로 나란 사람이다.

 

 

 

실패한 자의 독백은 의미없는 군소리이고 헛된 잡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교감이란 지위에 오를 가능성도 없는 주제에 헛소리만 하면 무엇하는가? 그냥 여행 이야기나 계속하자.

 

 

 

고등학생들 같은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방문했던 학교의 주소다. 세콜라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영어의 스쿨일 것이다. 풀라우는 섬이란 말이다. 이제는 대강 짐작할 줄도 알게 되었다.

 

 

 

학교 방문을 마친 우리는 면세점으로 향했다. 면세점은 물건 값이 헐하다. 그것은 상식아니던가? 나는 거기서 사롱을 두개 샀다. 사롱은 열대지방의 남자들이 치마처럼 몸을 두르는 그런 옷을 말한다. 나중에 내가 게스트 하우스라도 하나 차리게 되면 테이블 보로 쓰기 위해서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꿈이라도 한번 꿔봐야하는 것 아닌가?

 

 

 

면세점에는 우리나라 진로소주가 보였고 백세주도 보였다. 한국인들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나라 술이 우수해서 팔리는 것일까? 짐작이 안간다.

'배낭여행기 > 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오만 7 - 주아라 해변  (0) 2006.09.27
티오만 6 - 정글 트래킹  (0) 2006.09.25
티오만 4 - 꽃, 꽃, 꽃 !!!  (0) 2006.09.24
티오만 3  (0) 2006.09.21
티오만 2  (0) 200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