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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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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티오만 7 - 주아라 해변

by 깜쌤 2006. 9. 27.

숲을 빠져 나오자 이젠 길이 내리막으로 변했다. 숲속으로 난 길이 더 연결되어 있었으면 했지만 이렇게 끝나버리니 아쉽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내려가는 이 길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어서 운치를 떨어뜨리고 만다. 

 

벌채를 해버린 숲은 정말 흉하다. 열대지방의 흙은 붉은 색들이 많아서 그런지 맨살이 드러나 보이면 보기가 너무 안쓰럽다.

 

 

 

길가엔 거대한 대나무 숲이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중국 계림 인근의 강에는 대나무로 만든 보트들이 유람선 대신으로 뜨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대나무 키가 보통이 넘는 줄은 알지만 이 섬에 자라는 대나무도 만만치 않은 크기를 자랑한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짚차가 지나갔다. 지도에 보면 테켁에서 주아라로 가는 도로가 있는데 바로 이 길인 모양이다.   

 

 

 

햇볕이 쏟아지니 얼마나 더운지 모른다. 나무 그늘에 조금 쉬다가 가기로 했다. 이젠 내리막이지만 이따가 올라올땐 큰일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런 길은 걷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성탄절을 전후하여 장식용으로 많이 팔리는 포인세티아도 아닌데 색깔이 이리도 곱다. 초록색 잎에 붉은 꽃잎은 그 조화가 기막히기만 하다. 

 

 

 

 

길을 걸다보니 드디어 평지를 만났다. 평지여서 걷기는 편하지만 그늘이 없다.

 

 

 

길가로는 콩과에 속하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자잘한 꽃들이 정겹다. 

 

 

 

 

바나나 숲엔 바나나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바다 냄새가 나야하는데 아직도 계속 코코넛 숲만 이어진다.

 

 

 

코코넛 나무 숲속에 붉은 색 지붕을 인 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무들은 하늘로만 치솟았는데 바람에 슬슬 여유있게 흔들리는 모습이 남국의 독특한 경치를 선사한다.

 

 

 

도랑물이 맑았다. 그렇지. 이 정도는 맑아야 멱을 감든지 할 것 아닌가? 

 

 

 

그렇지만 함부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모르고 들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저 멀리 있는 산을 넘어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했다.

 

 

 

이젠 거의 다 내려왔다. 길가에 제법 운치있는 집이 한채 나타났다.

 

 

 

그늘막엔 제법 색깔있는 빨래들이 널려 있었다. 뒷 마당 가꾼 것을 보면 주인의 품격이 드러난다. 

 

 

 

무선전화 기지국일까? 철탑이 보였다.

 

 

 

 

 

 

 

이 정도면 제법 잘 가꿔진 집이 아니던가?

 

 

 

바람에 야자수는 휘날리고 억새 비슷한 풀도 바람결에 부드럽게 누웠다가 일어났다.

 

 

 

 

제법 신경써서 가꾼 정원엔 꽃들이 흐드러졌다.

 

 

 

티오만 섬에서 이런 집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손님을 받는 게스트 하우스도 아닌데..... 

 

 

 

그런데 나는 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무엇인가 수상한 낌새를 맡았는데......

 

 

 

육감을 진동시킨 그것은 다름아닌 거대한 파충류인 왕도마뱀이었던 것이다.

 

 

 

혼자 보는 것이 너무 아까워 앞에 가는 분들을 불러 세웠다.

 

 

 

아, 이녀석은 사람 겁을 안내는 것이다. 그냥 유유히 자기 할 짓을 다하고 다닌다.

 

 

 

잔디밭을 뒤지며 다니는데 동작도 느릿느릿 한 것이 제법 여유가 있다. 

 

 

 

혹시 여기가 쥐라기 공원 아닐까?

 

 

 

이건 숫제 미니 공룡이다.

 

 

 

원색으로 핀 꽃은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하기만 한데 그 밑에는 보기에도 흉한 도마뱀들이 노닐고 있으니....

 

 

 

길 건너편 다른 집엔 꼬마 남매가 한낮의 태양아래 고독한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젖먹이를 갓 면한 딸아이 얼굴에 히잡을 쓰게 했으니...... 더울텐데......

 

 

 

여기 집들은 한결같이 조촐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다음에 한번 더 갈 수 있다면 이 해변에 머물러야겠다.

 

 

 

너무도 조용하고 깔끔했다.

 

 

 

코코넛 야자수 밑엔 열매가 그냥 뚜욱 떨어져 있었다. 저걸 정통으로 맞으면 그냥 비명횡사하는 수가 생긴다. 

 

 

 

이런 작은 동네라면 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고상식 주택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겠다. 도마뱀이나 독충을 막기 위해서는 마루를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짓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다.

 

 

 

말레이지아 해변에서 본 최고의 동네였지 싶다.

 

 

 

마침내 우리들은 주아라 해변에 도착했던 것이다. 노란색 벽을 가진 이 집은 매점이었다. 이 집 뒤쪽, 그러니까 차를 세워 놓은 여기에 간단한 사무소가 있고 그 사무소 직원들이 테켁으로 돌아가는 승용차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사무소 사람들은 꼭 건달들 같았다.

 

 

 

선착장이 바다로 뻗어 있었고 맑고 고운 모래 위엔 갯메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남지나해를 향해 바로 펼쳐진 해변이어서 그런지 파도가 조금은 세게 밀려 들었다. 

 

 

 

부두엔 작은 어선 한척이 접안해 있었고.....

 

 

 

후미진 만 뒤로는 울창한 숲으로 덮인 산이 해변으로 바짝 다가와 있었다.

 

 

 

야자나무 숲 사이론 방갈로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한적한 해변은 원래 그 모습대로 하오의 땡볕아래 졸고 있었다. 

 

 

 

모래밭 군데군데에는 여러가지 꽃들이 군락을 이루었다.

 

 

 

반대쪽 해변은 제법 크다. 역시 야자수가 해변에 가득 우거져 있었다. 상당히 아름다운 해변인데 관광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부두로 나가는 길엔 하오의 한가로움이 나른한 모습으로 졸고 있었고 파도소리만이 바람결에 밀려와서는 꿈결같이 조각나면서 부서지고 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