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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티오만 1

by 깜쌤 2006. 9. 20.

4시가 넘어서 승선이 이루어졌다. 우린 뒤에 쳐져 있다가 늦게 탔다고 했다. 미리 탄 사람들은 2층 갑판에 올라갔다. 갑판에 올라가야 배멀미를 적게 한다. 배가 크게 높은 게 아니어서 아래층이나 위층이나 그게 그것이지 싶어도 현실은 안 그렇다.

 

배낭을 매고 승선하니 짐은 1층에 그냥 쌓아두게 한다. 수많은 배낭들이 차곡차곡 놓여져 있었다. 2층에 올라가려고 해도 이미 다 올라가버린 상황이니 할 수 없이 아래층 선실속의 좌석에 앉아야 했다. 그런데 아래층 선실 창문이 높게 되어 있어 밖을 보는데 어려움이 많다.

 

배가 출발해서 강을 따라 바다로 나아갈때까지는 조금 흔들린다. 그때 평형감각에 문제가 있거나 멀미에 예민한 사람들은 사람들은 벌써 멀미 기운을 느끼게 된다. 연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넘어 항구 밖으로 나가면 드디어 속력을 올려 달리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1층 선실 속은 냉장고로 변하기 시작했다.

 

2층에 올라갈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고 아래층 선실도 거의 만원이다. 냉방을 얼마나 강하게 하는지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서리 내린 날 아침처럼 차갑게 만들어준다. 하여튼 이사람들 냉방 온도는 얼마나 낮게 책정하는지 너무 궁금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두시간 동안 잠을 잔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고문도 그런 고문이 따로 없다. 우리가 731부대 실험용으로 제공된 마루타도 아닌데 정말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로 올라가면 해결날 문제지만 위층에는 공간이 없다는 거다. 승객이 적으면 아무런 문제가 안되지만 만선 아닌가? 더구나 가끔식은 비도 뿌리니 사면초가요 진퇴양란이고 옴싹달싹 할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위 지도를 자세히 봐주시기 바란다. 티오만 섬은 도로 상태가 좋은 섬이 아니다. 해변과 해변이 도로로 연결된 섬이 아닐뿐더러 자동차가 큰맘 먹고 달리 수 있는 도로가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고 하니 여객선이 손님을 싣기 위해서는 해변마다 일일이 다 들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도에서 영어의 T자 모습으로 생긴 표시는 부두를 의미한다. 즉 배는 부두가 있는 해변에 접근하여 손님을 태우고 내리는 것이다. 배는 겐팅, 파야, 아이르 바탕(=일명 ABC), 살랑 정도의 해변에 들어간다. 

 

우리는 아이르 바탕에서 내리기로 했으니 끝에서 두번째까지 간다는 말이다. 그만큼 배를 타는 시간이 길므로 고문 당하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어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길고 긴 고문 시간을 견디고 참아냈더니 드디어 배가 첫번째로 들르는 겐팅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휴, 이 놈의 보트 다시는 타는가 봐라 하고 싶지만 섬에서 나갈때는 다시 사용해야 하니 아득하기만 하다. 나갈 때는 세상없어도 갑판에 앉아 바닷바람을 만끽하며 나갈테다.

 

배멀미에 약한 사람들은 스피드 보트 타는 것을 자제하는게 낫다. 메르싱에서 스피드 보트도 간다는데 이런 종류의 보트는 태국의 사무이 섬에서 낭유안 섬에 갈때 타보았다. 멀미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체험해 보고 싶은 분들은 멀미약 먹지 말고 꼭 한번 타보기를 권한다. 하늘이 노래진다라는 말의 어원을 체험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타는 보트는 그래도 대형이므로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된다. 하지만 스피드 보트는 좀 작다. 파도 위를 날아간다고 보면 되므로 멀미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대신 시간은 절약된다. 빠르므로..... 

 

아래에 보이는 지도는 티오만 섬 지도 원판이다. 클릭하면 더욱 더 크게 보실 수 있다. 혹시 말레이지아에가서 티오만 섬에 가실 뜻이 있는 분들은 복사해두시라. 그러면 언젠가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티오만 섬은 물방울 모습처럼 생겼다. 가장 서민적이고 경치 좋고 넓은 해변을 자랑하는 곳은 보트가 마지막에 도착하는 살랑해변이라고 하는데 두번이나 갔으면서도 거기는 기어이 못가고 말았으니 문제가 많은 여행을 한 셈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내리는 곳은 테켁(=떼껙)해변이다. 거긴 비행장도 있고 학교도 있으며 심지어는 면세점도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싱가포르에서 유람선이 들어오기도 하고 싱가포르에서 전세기가 날아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티오만 섬은 인기가 있는 곳이다. 혹시 <남태평양 South Pacific 1958>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모르겠다. 같은 이름의 뮤지컬도 있었다고 한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영화이니 만큼 화면이 아름다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영화의 상당수 장면을 이 섬에서 촬영했다고 해서 티오만이 더욱 더 유명한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섬에도 명단이 올랐다고 해서 또 다시 유명세를 탔는데 어떤 근거로 언제 조사한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지금 여러분들이 듣고 계시는 이곡은 영화와 뮤지컬 속에 등장하는 "어느 황홀한 저녁"이다. 영화의 배경은 태평양전쟁이다. 남태평양의 자그마한 섬을 무대로 펼쳐지는 두 쌍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대본과 작사를 맡고, 리처드 로저스가 작곡을 했단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이름들이 아니던가? 그 양반들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을 담당했던 분들이다. 참 신기하게도 결국 우리는 '남태평양" 샬레에 묵게 되었던 것이다. 저기 야자나무 밑에 자리잡은 바로 그곳이 우리가 묵은 곳이다.

 

 

 

부두에 도착한 우리들은 여관이든 호텔이든 방갈로든 샬레든 간에 일단 묵을 곳부터 찾아야 했다. 이미 저녁 6시 반이나 되어 버려서 어디든지 묵어야 했다. 급한 마음에 제일 먼저 찾아 들어간 곳이 "남태평양 샬레"였는데 방 하나에 35링깃을 요구했다.

 

일인당 5천원이면 묵을 수 있는 가격이어서 묵게 되었는데 결국은 사흘밤이나 자게 되었다. 내가 묵어야 할 방은 더불베드 한개에 싱글베드 하나가 놓여있었다. 모기장이 쳐져 있어서 그런대로 흡족했지만 옆방과는 베니어 판지 한장으로 구별되어 있다는게  문제였다.

 

하지만 우린 다 남자들이니 문제 될게 없다. 샤워실은 따로 있으니 오케이고 식사야 아무 곳이나 찾아가서 먹으면 된다. 해변 수준이 조금 떨어진다는게 문제다. 사무이 섬같은 하얀 모래는 살랑 해변이나 고급 리조트가 있는 해변에나 가야 있다. 사실 티오만의 모래는 별로이다. 모래는 사무이 섬이 좋았다.

 

 

 

짐을 풀었으니 저녁부터 먹어야했다. 우리가 묵었던 그 집은 잠자리는 조금 그랬지만 음식 솜씨는 괜찮았던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을 많이 주므로 가난한 여행자인 나는 "따봉"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같이 간 청년은 배가 아프다며 거의 음식을 먹질 못했다. 걱정이다. 큰일이기도 하고......   

 

식사후에는 해변을 둘러보았다. ABC해변을 끝까지 가보고 �아오는 길에 마지막 끝부근에 있는 집 레스토랑에서 배아픈 청년은 뜨거운 차를 마셨다. 그러면 좀 좋아질 것 같다고 해서......

 

 

 

밥을 먹고 나니 갑자기 무료해진다. 이젠 파도소리 감상할 일만 남았다. 이 해변만해도 백인들이 득시글거린다. 사방에 깔린 것이 백인 여행자들인 것이다. 나처럼 나이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젊은 청년들도 많고 묘령의 아가씨들도 많다. 모두 다 나름대로 뭣인가를 배우고 느끼러 왔을 것이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파도가 높다. 열대지방에서 이렇게 파도가 높은 날은 드문 법인데 파도가 높은 것이다. 그러니 멋진 일몰을 감상할 가능성은 적다. 파도 센 날치고 석양이 멋졌던 날은 거의 못봤기 때문이다.

 

밤에는 별을 봐야 하는데 파도가 거칠게 일어서 그런지 바람도 조금은 스산하고 하늘엔 먹구름이 걸린다. 오늘쯤엔 보름이 가까울텐데....... 아깝다. 나는 나무 밑에 놓아둔 평상(?)에다가 잠자리를 만든다. 배낭에서 침낭을 꺼내와서 바닥에 깔고 대형 수건을 가져와서 배를 덮는다. 

 

길거리에서 단돈 일만원을 주고 산 고물 파카를 입고 자면 된다. 그러면 춥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고도 다행스러운 일은 여기에 모기가 없다는 것이다. 모기가 있으면 밖에서 잘 엄두를 못내겠지만 벌레도 없고 모기가 없으니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바로 뒤에 있는 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이런 길이 바로 뒤에 있었지만 말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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