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 부근에는 작은 로터리가 있다. 강변을 따라 나있는 도로여서 그런지 일종의 간선도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덕을 조금 오르면 흰색의 밝은 집을 만난다. 박물관으로 쓰인다고 한다. 박물관이라면 놓치지 않고 봐야하지만 금전절약사상에 투철한 정신을 가진 우리인지라 통과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무슨 건물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저 멀리서 어떤 양반이 큰 소리로 외치길래 안들어가고 돌아서고 만 것이다. 뭐라고 외쳤을까?
"티케~~~ㅅ"
언덕을 오르면 아래 경치가 슬금슬금 드러나기 시작한다. 갈매기 조나단이 뭐라고 그랬을까?
"높이 오를수록 멀리 보인다"
우린 저 밑에서부터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 온 것이다. 붉은 색 지붕이 주는 매력도 어지간하다.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와서는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 난간이 쳐진 작은 길을 따라 가는 중이다.
이젠 거의 다 드러났다. 말래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이고 해양박물관의 범선이 보이고 붉은 색 건물들이 보이고...... 교회와 로터리는 사진의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다. 언덕 아래에 있는 파란색 건물은 경찰서가 아니다. 경찰서 건물은 모습이 다르다. 붉은 색과 파란색의 조화라......
배낭여행 안내서에 보면 이 호텔에 대한 칭찬이 대단하다. 일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배낭여행안내서인 "세계를 간다" 구판을 보면 이 호텔에 대한 언급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책을 얕잡아서 "세계를 헤맨다"라고 놀리기도 하는데 책 앞 부분의 해설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알디 호텔에 대한 소개 대신 삐끼 활동이 많은 Sunny 게스트 하우스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 백인들은 이 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일본인들은 확실히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름이 무엇일까?
"알디(Aldy)"
그 집앞을 지나면서 유심히 살폈더니 음식값도 조금은 비싸다. 하지만 소득이 높은 백인 아이들이 보기엔 싸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물론 주 고객들이 백인들이어서 그런지 백인들이 바글거린다. 하기사 위치 자체가 좋고 시설이 좋고 레스토랑이 좋으니 손님들이 모여들게 되어 있다.
카메라를 조금 왼쪽으로 돌리니 주택단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아파트처럼 보이는 붉은 지붕을 가진 집들은 집장수들이 지어서 파는 아파트형 주택들이다. 높이를 맞추고 지붕 색깔을 통일시켜서 그런대로 간결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건물 뒤로 나가면 말래카 해협이 나온다.
언덕엔 무너진 교회 흔적이 자리잡고 있다. 언덕에 뿌리를 박은 나무 그늘마다 관광객들이 잠시 동안의 자기 터를 확보하고 쉬고 있었다. 그늘은 확실히 시원하다.
폐허를 좀 더 확대시켜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좌대 위에 허리를 약간 숙이고 서 있는 저 분은 누굴까?
이젠 언덕 정상에 거의 다 올라왔다.
예수교단의 사비에르 신부라고 한다. 동남아시아 선교를 위해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 하신 분이라는데 말래카에서 죽었지만 인도의 고아에 묻혔다고 한다.
언덕에서 사방을 본다. 옆엔 작은 강, 언덕, 말래카 해협....... 규모는 작지만 그런대로 작은 도시를 만들만한 충분한 조건은 어느 정도 갖추었다. 짙은 숲과 멋진 기후, 신기한 산물들..... 백인들이 보기엔 충분히 이국적이지 싶다.
옛날 무역선들은 저런 모습으로 찾아들었지 싶다. 홀수선이 깊은 무역선일 경우 배는 조금 멀리 떨어진 바다에 정박시켜두고 작은 보트를 내려서 타고 들어왔으리라.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겁을 먹기도 했었을 테고 용감한 자들은 침략자라고 생각하여 싸우기 위해 나섰으리라. 선한 의도로 마중을 나선자도 있었을테고 맹렬하게 적의를 불태우며 창을 꼲아잡고 검을 바투쥐고 나서는 자도 있었을 것이다.
선교사들의 노력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이젠 말레이지아는 공식적으로 회교를 국교로 삼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어쩌다가 군데군데 교회와 성당이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하다.
언덕 군데군데엔 여러 건물들과 유적들이 세월을 씨줄과 날줄로 삼고 교차하고 있었다.
포르투갈 인들이 만들었다는 교회 지붕은 어디로 날아가버렸는지 간곳이 없고 하늘만 휑하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교회벽엔 묘비가 붙어있었고.....
다시 오기를 기원하는 심정에서 던져 넣은 동전들일까? 교회 바닥 움푹 파여진 곳 쇠창살 밑엔 동전들이 깔려있었다.
교회 입구쪽을 바라본 모습이다.
창문 쪽으로는 시원하기 그지 없는 바람이 스며들고 있었다.
언덕의 반대쪽 모습이다. 빛과 소리의 공연이 열린다는 광장과 관람석이 보이고 박물관이 보이고 술탄의 궁전이 보였다.
나들이를 나온 소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학생들이 입고 있는 옷은 이슬람식 교복이 아닐까 싶다.
우리 같은 여행자들은 교회벽에 붙어앉아 글을 읽는다.
세인트 폴 힐을 둘러싼 여기가 말래카 관광의 핵심지역임을 이제는 이해 하실 수 있지 싶다. 사실 그렇게 거창한 유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게 정성들여 관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택단지 너머로 말래카 해협의 바닷물이 바다 안개 속에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 하늘이 청명하지 못한게 아쉽다.
부채살처럼 활짝 펴진 나무 밑으로는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가볍게 내려 앉았다. 얘네들은 크게 떠드는 법이 없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무례하게 많이 떠든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
해가 중천으로 오르면서 대기가 점점 뜨거워져 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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