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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KL 뒤지고 누비기 2

by 깜쌤 2006. 9. 2.

이제부터 시내 중심가로 걸어간다. 일단 도로를 따라 걷다가 강을 찾은 뒤 강을 따라 난 도로를 따라 갈 생각이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는 자그마한 강이 흐른다. 크기는? 당연히 작다. 서울 시내를 흐르는 자그마한 개천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서울 같은 도시가 어디 있는가 싶다. 시내 한가운데는 거대한 강이 흐르고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매끈하고 뽀얀 화강암 암벽들이 좌악좌악 뻗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그런 도시가 어디 있는가 싶다.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왜 우리 서울은 세계적으로 아름답다고 소문난 일류 도시가 되질 못했는가? 왜 우리 서울은 빠리가 못되는가? 그것은 우리들의 안목 부족이고 노력부족이며 의식 부족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야기가 갑자기 비약한 느낌이 있지만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쿠알라룸푸르를 '정원의 도시'라고 부른 이유가 어디 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볼 일이다.

 

우리는 도로를 따라 부지런히 걸어간다. 지도를 손에 들고 위치를 확인해가며 걷는 것이므로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거의 없는 셈이다. 길가에 성당이 보였다. 처음에는 교회인줄 알았지만 위에 쓰여진 한자를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보시다시피 이런 자그만한 도랑수준의 강이다. 우리 한강하고는 비교가 안되는 것이다. 우리 한강은 유람선도 띄울 수 있고 무역선들이 왔다 갔다 할수도 있을 것이다. 바닥이 낮은 평저선을 띄우면 인천에서 화물을 실은채로 그냥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저번에 어떤 분은 인천에서 한강으로 연결하는 운하를 파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 놓았었던 것으로 아는데 공사비에 비해 경제성이 작은 것으로 판단했기에 계획 추진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 정도 판단은 나라의 높은 양반들이 더욱 더 잘 알것이므로 나같은 어리버리한 존재가 나서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족을 다는 일임은 나도 잘 안다. 한강 하류가 휴전선이 되어버리는 이런 비극은 우리나라 장래와 관계되는 문제다. 해결책은 과연 없는 것일까?

 

유럽에서는 강이 국경이 되기도하지만 이웃나라끼리 서로 편하게 잘 사용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린 말로만 같은 민족이라고 하면서 그런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정부가 무능한 것인지 관심이 없는 것인지 구별이 잘 안된다.

 

유럽에서는 화물이나 승객을 실은 배가 다니는 운하가 철로 위를 지나가는 일도 있다. 운하가 철길 위로 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겠지만 엄연히 그런 곳이 존재한다. 주어진 자연 환경조건을 교묘하게 잘 이용하는 것도 능력이다.

 

그렇게 하려면 환경파괴나 환경영향 평가도 거쳐야 하는 것이지만 고속철도 건설에 도롱룡이 주체가 되어 재판이 열리는 우리나라 형편이니 나도 이젠 너무 헷갈려서 뭐가 옳은 일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이다.

 

물론 나보고 어느 한쪽 편을 드라고 하면 나도 편드는 쪽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말하거나 글쓰고 나면 거기에 따르는 악성 댓글과 비난과 비판이 두려워서라도 참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하여튼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은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인 것 같다. 그러니 나 같은 어리버리한 존재는 입다물고 사는게 나은 것이다. 국가와 내 자신을 위해.....   그렇게 잘난 사람 많고 똑똑한 사람 많은데 왜 일류국가가 안되고 예술가들은 적게 나타나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강가를 따라 난 도로를 걸어가다가 보니 어느 새 KL중심부에 자리잡은 차이나타운까지 오게 되었다. 여기도 차이나타운이 존재한다. 그만큼 중국인들이 많다는 표시며 증거이다. 말레이지아 거리에서 한자를 보는 것은 뭣한 일도 아니다.

 

중국의 영향권은 여기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싱가포르도 그렇고 인도네시아도 그렇고.... 태국, 대만, 홍콩....... 아이고, 많기도 하다. 중국은 그런 식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데 우린 들어앉아서 한가한 소리나 하고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참자. 또 헛소리가 나오려고 하니 참아야 한다.

 

 

여기 차이나타운도 말레이지아의 명물이다. 우리 여의도 정도에 해당되는 곳은 말레이지아 타워에서 페트로나스 빌딩으로 가는 도로 부근이겠지만 여기는 서민적인 냄새가 물씬나는 거리인 것이다. 활성화되어 가고 발전되어 가는 이 나라 경제 현실이 너무 부럽다.

 

  

어리석은 내 생각으로는 차이나타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먹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이지 싶다. 아침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크게 많지는 않았다. 과일가게를 지나다가 드래곤 프루츠를 보았다.

 

굳이 우리말로 변역하면 용과(龍果)라고 해야하나? 이 과일은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도 팔리는 것 같았다. 반으로 자르면 약간 뽀야면서도 회색빛이 살짝 도는 속살에 까만 깨같은 것이 자잘헤게 듬성듬성 박혀있는데 씹으면 키위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맛은 다르다.

 

  

시장을 천천히 걸어가다가 한국산 신라면을 보았다. 중국인들이 면 종류를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여기 길거리 난전에서 신라면을 보니 묘한 느낌이 든다. 라면을 좋아하는 분들은 굳이 한국에서 라면을 안사가도 된다. 현지에 와서 잘 찾아보면 즐비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라면을 정말 드시고 싶은 분들은 그냥 수프만 가져가시기 바란다. 여기와서 라면을 사서는 우리나라 스프를 넣어 끓여드시는게 물건 부피를 줄이는 것이 되어 짐꾸리기에도 확실히 유리하다.

 

 

 

 차이나타운 거리 위에는 지붕을 덮어서 비가 오는 날도 시장이 열리도록 해두었다. 우리나라 도시들의 재래 시장도 이젠 이런 모습으로 바뀌는 곳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사는 경주만 해도 경주역 앞 오른쪽에 자리잡은 재래시장은 이런 식으로 지붕을 덮어두었다. 그렇다고 해도 겨울엔 춥고 휑한 느낌이 든다.

 

 

 

여긴 사철이 여름이니 썰렁하지는 않아 보였다. 차이나타운을 어슬렁거리던 우리들은 내일 있을 말레카 이동을 대비하여 푸두라야 장거리 버스 정거장에 가보기로 했다.

 

 

 

KL시내에는 몇군데의 버스 터미널이 있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터미널은 차이나타운 가까이에 있는 푸두라야 버스 터미널이다. 이 터미널의 위치를 알아두면 장거리 이동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빌딩의 아래부분은 터미널이고 윗층은 호텔로 쓰인다. 푸두라야 호텔은 론리 플래닛에도 소개되어 있는데 중상급 정도의 숙소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1층은 버스들이 출발하는 곳이고 매표소는 2층에 있다. 매표소가 있는 2층은 극도로 혼잡하므로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한다. 또 에어컨 시설이 갖추어지지도 않았으므로 무지무지 덥다는 것 정도는 각오하고 들어가야 한다.

 

1층에 대기중인 버스들의 엔진 소음과 배기가스가 위로 다 몰려 올라와서 시끄럽기는 피난민 전용 돗떼기 시장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우린 내일 오후에 실행할 말레카 이동을 위해 확인차 미리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이 동네 티켓 판매시스템이 또 한참 웃기게 되어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수많은 버스표 판매 부스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어서 소비자가 일일이 행선지별로 찾아다니면서 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스회사 입장에서는 승객들에게 편리를 도모하고 한장이라도 더 많은 표를 팔기 위해서는 호객꾼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그러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리창에 붙어있는 수많은 도시 이름들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왼쪽 창 위에서부터 보면 제일 먼저 �야이(하댜이?)가 나온다. 태국의 핫야이인지 이 나라에 그런 도시가 있는지 구별이 안된다. 6번째를 보면 A. Setar이라고 있다. 현지 발음을 잘모르는 우리들은 눈치로 때려잡아야 한다.

 

'아하, 저건 틀림없이 알로르세타르(=알로스타)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하는 식이다. 버스 사진을 붙여놓은것은 '우리 회사는 이런 좋은 차를 가지고 운행합니다'하는 뜻도 되고 어쩌면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수도 있겠다.

 

매표소 창구의 아가씨는 미소가 좋았다. 허락을 맡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가야할 말레카 표는 여기서 팔지 않는다는 말이 되므로 '말레카' 라고 쓰여져 있는 창구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비능률적인가? 터키 버스 회사들과 여기 버스 회사들은 왜 그렇게 닮은 점이 많은지 모르겠다. 아이고, 머리 터질 지경이다.

 

 

 

이런 수많은 티켓 부스를 헤매고 다닌 끝에 판매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골치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져 오므로 푸두라야 터미널을 빨리 빠져 나가고 싶었다.

 

우리들은 허겁지겁 밖으로 나간다. 이젠 말레이지아가 자랑하는 쿠알라룸푸르 타워에 갈 차례다. 빨리 이런 혼잡과 무질서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므로 이젠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