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교 국가에선 모스크가 확실히 눈에 잘 띄는 법이다. 말레이지아는 회교가 국교이다. 물론 기독교나 불교 혹은 힌두교를 인정해주기는 하지만 기독교도는 회교도에게 전도하는 것이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다.
당연히 회교도가 기독교에게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인정된다. 이건 이슬람 국가라면 전세계 어디에서나 공통으로 가지는 있는 법체계이다. 강가의 정자를 떠난 우리들은 옆에 있는 회교사원으로 들어갔다.
가면서 뒤돌아봐도 아까 우리가 쉬었던 곳은 멋진 장소이다. 정자 내부가 조금 더러워서 탈이었지만.... 그런데 모스크로 들어가고 있는 중에 어디선가 경비원 청년 한사람이 부리나케 우리를 �아왔다. 헐레벌떡, 허겁지겁....
아하, 그러고보니 내가 잠시 방심했다. 나를 포함한 두사람이 반바지 차림인 것이다. 회교사원을 출입할 때는 긴바지를 입어야하는데 샛문으로 들어오다보니까 잠시 그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경비원 청년은 점잖은 말투로 간략하게 이야기를 걸어왔다.
"당신, 짧은바지. 짧은 바지."
"아하, 미안합니다. 오우케이. 그렇다면 나는 안들어가고 이분들만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아니고...."
그는 우리보고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더니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더니 바닥에까지 끌리는 길다란 의식용 검정색 통옷 두벌을 가지고 나왔다.
"이걸 입고 들어가시지요."
나는 졸지에 회교도 성직자들이나 걸쳐입지 싶은 검은 색 로브(=성의)를 입게 되었다. 내가 키가 큰 사람이 아니므로 바닥에 옷이 끌릴 정도이다.
"이젠 들어가도 됩니다."
나는 그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마음문을 열어준다면 종교때문에 전쟁나는 일은 없지 싶다. 나도 그런 열린 생각에는 적극 찬동이다.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사람까지 원수로 만들 일은 없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다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이므로 인류가 가진 사고의 보편성에 의지하여 자기가 옳다는 대로 살아가면 되지 않겠는가 싶다. 대신 자기 삶의 과정에 대한 신의 심판은 자기 행위의 댓가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안으로 들어가보니 푹신한 카펫이 바닥에 좌악 깔려 있었고 이교도의 출입이 금지되는 가운데 부분엔 무슬림 한분이 묵상을 하는지 고요하게 앉아 있었다. 여기 카펫은 중동지방의 모스크 속에 깔린 카펫처럼 진한 붉은 색 계통이 아니어서 한결 밝고 부드럽게 보였다.
이를테면 이런식이다. 아라베스크 무늬가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 같이 간 일행이 이교도 출입이 금지된 속으로 들어가자 내가 은근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황급히 불러내기로 했다. 원리적이고 원칙적인 회교도라면 이교도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구역에 회교도가 아닌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자기들이 믿는 신에 대한 모욕정도로 인식한다.
그렇게 되면 커다란 갈등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스크 속에는 특별구역이 있어서 이교도들이 들어가서는 안될 구역이 따로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우리 팀 멤버들 가운데 한두사람이 모르고 아무렇게나 들어가버린 것이다. 사전에 내가 미리 잘 설명을 해두었어야 하는데 입장하는데만 정신이 팔려 그 사실을 이야기해주지 못했다.
출입을 허락해준 젊은 경비원이 우릴 제지하려 했다. 그런데 천만 다행으로 사원안에서 쉬고 있던 나이든 영감님 한분이 경비원에게 가만 놔 두라는 눈짓과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다가와 알아듣기 어려운 동남아시아 특유의 문법으로 된 영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전직 프로페서입니다. 이젠 은퇴를 했지요."
프로페서라면 대학에서 강의를 맡았던 교수였을까? 얼굴 생김새나 차림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말하는 자세나 내용은 무척 열린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그가 우리를 안내해서 다니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당신들은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소? 내 눈에는 당신들이 기독교인 것 처럼 보이는구려.아시다시피 난 이슬람이요. 나는 이 세상 사람은 다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오. 믿음이 좀 다르면 어떻소. 같은 사람인것을.... 우린 형제가 아니겠소?"
"절대 동감이오."
잠시 이야기를 나눈뒤 헤어져서 나왔다.
모스크의 외관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색전구를 매단 것으로 보아 야경은 더욱 더 아름답지 싶다.
노란색 시계탑 뒤로 우뚝솟은 탑이 보인다. 이 탑이 알로스타의 상징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혹시 윤다이를 아시는지? 샘숭은 어던 회사를 의미하는 것일까? '현대'회사 이름을 Hyundai로 써버리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현대로 읽을지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아주 헷갈리고 만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휸다이 정도로 발음했고 어떤 사람들은 윤다이 정도로 발음했다. 프랑스 사람에게 르노 삼성 자동차 회사 이름을 대면 그들은 거의 알아듣질 못했다.
'르노'라는 발음이 그렇게 어려운지는 프랑스 사람과 대화를 몇번이나 해보고 나서야 알았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이상하게 여기실 분들이 많지 싶다. 르노 발음을 아무리 흉내내도 오케이 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내 발음의 부정확성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 도시 이름을 말레이지아 관광 안내책자와 영어 가이드 북에 의거하여 알로르 세타르라고 해왔다. 별로 좋지도 않은 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블로그 손님가운데 말레이지아에 사셨던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알로스타 정도로 발음을 하는 것이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이 글을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알로르 세타르라는 말 대신 '알로스타'로 표기하고자 하니 헷갈리지 않으시기 바란다. 만약 영어 관광안내서를 보시는 분이라면 알로르세타르라는 도시가 바로 알로스타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열대의 태양아랜 별별 꽃이 다 핀다. 나는 이꽃의 이름을 모른다. 그저 예쁘다는 생각만 하고 돌아다녔다.
이제 알로스타를 상징하는 고층탑을 찾아 간다. 한번 올라가봐야 할 것 같다. 시간도 널널하니 이 동네 사방천지 생긴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한번 올라보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
밑에서 보니 모습이 장난이 아니다. 어찌 세계 랭킹 정도에는 고개를 들이민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타워다.
안내서를 보니 여기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고성능을 자랑하는 모양이다. 이 정도의 타워라면 입장료 정도는 내어주는 것이 예의이며 센스가 아니겠는가?
말레이지아 북부 케다주의 발전상을 상징하는 이 타워의 높이는 100미터가 넘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멋지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본단다.
입장료로 거금 10 링깃을 지불했다. 약 3000원 정도의 돈이다. 입장료 비싸기는 중국이 세계 최고이지 싶다. 아 무섭다. 중국 입장료~~
엘리베이터 벽면은 투명하므로 밖을 내다보는데는 따봉이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속도도 빠르다. 그런데 몇초만에 올라갔는지는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
배운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내 질문에 즉각즉각 척척 대답을 못해내는 아이들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너희들이 좋아하는 새는?"
"까마귀입니다."
"까마귀는 어떻게 요리해서 먹어야 맛있니?"
"까맣게 구워먹어야 합니다."
"까마귀를 까맣게 구워먹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니?"
"까맣게 잊어먹습니다."
"그럼 너희들은 까마귀니?"
이젠 내가 까마귀 고기를 좋아하는 학생신세가 된 것이다. 왜 이렇게 기억이 안나는지 모르겠다. 늙어간다는 증거지 싶다.
그건 그렇고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방을 살펴보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쏘옥 들어온다. 사진 한가운데 보이는 검은 지붕을 가진 모스크를 방금 전에 다녀 온 것이다.
모스크 둥근 지붕 바로 바로 뒤에서 아까 우리가 돈계산을 하며 쉬었었다. 강 주변의 모습이 대강 기억되시는지 모르겠다. 상당히 풍요롭게 보인다.
이만하면 멋지지 않은가? 이제 조금씩 오른쪽으로 옮겨가며 경치를 살펴본다.
'으흠.... 바로 밑에 거대한 마트가 있구먼..... 그런 조금뒤에 한번 방문해 보리다. 기다리시우.'
아니? 이건 또 뭐냐? 절도 보인다. 내려가서는 저기를 먼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울창한 숲 속에 자리잡은 붉은 지붕들이 상당히 우아하게 보인다. 역시 지붕 색깔은 통일시켜 두어야 아름답다.
타워를 내려온 우리들은 다시 슬금슬금 도로를 따라 아까 위에서 봐 둔 절을 향해 걸어갔다.
한자가 있는 것으로 봐서 화교들이 만든 절 같다. 황금빛과 초록빛 타일들이 어울려 강렬한 빛을 낸다.
남쪽나라 절에서는 어김없이 나가(Naga)가 보였다.
우리나라 절들은 깊은 산속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남방 불교에 속하는 사원들은 시내 한가운데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부처도 생긴 모습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불상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은 공부를 해두었어야 하는데..... 내 지식의 얕은 점은 이런데서도 쉽게 드러난다.
지붕의 모습은 태국식 사원과 많이 닮은 것 같다. 색깔의 화려함도 닮았다.
태국이나 말레이지아나 사찰에는 개가 많았다. 온갖 개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흔히 키우는 애완견들은 잘 보이지 않고 잡견들이나 변견 종류(내 눈에는 그렇게만 보였다)가 많은 것 같았다. 조금 그늘 좋은데가 있다 싶으면 그저 개들 차지이다.
참새들은 무심히 철망에 붙어 재재거렸고.......
거리의 구정물 도랑 속에는 송사리 같은 자잘한 물고기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미물들도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모양이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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